격쟁을 울려라! - 조선을 바꾼 아이들 숨 쉬는 역사 12
박지숙 지음, 김옥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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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좋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소개 글을 보며 존경심이 들게 된다. 어떻게 이런 따스한 이야기를 지어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역시 무슨 일을 하려면 늘 호기심과 친해야 하나보다.

 

이번에 청어람주니어에서 만난 이야기는 먹거리가 소재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뜻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제목을 보면서 조금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시절 가난하고 억울했던 백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딸아이는 역사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다. 책을 내밀 때마다 반응이 시큰둥했었는데 이번 책은 그 자리에서 금방 읽었다. 왜냐!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감하고 의젓하다. 당시 여자라서 제약이 많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굴하지 않는다. 마치 정의의 사도가 되어 옳은 일을 하는 모습에 속 시원해한다.

 

책을 읽기 전 학습지에서 마인드 맵을 해 보았다. 양반과 노비에 관한 생각 그물을 확장하는 게 쉽지 않았는지 초반부터 끙끙거린다. 학습지는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역사 관련 책은 학습지가 필수다. 제도나 용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짚고 가면 정말 도움이 되니 꼭 아이와 함께 해보길 강추한다.

 

 

 

 

식탐이 많은 홍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몰래 제사에 쓰일 약과를 먹다 들키고 만다. 아무리 그래도 제사상에 올릴 음식에 손을 대다니 되게 철이 없구나 했는데 웬걸, 홍이는 자신에게 엄하고 무심히 대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새어머니에 대한 노여움도 부리지 않는다. 언니 연이의 몸이 좋지 못해 외할머니댁으로 가게 된 날에도 언니를 챙길 생각뿐이다.

그렇게 언니와 하인 길수와 함께 외가댁에 도착해서도 섭섭하고 언짢은 마음을 거두고 맘을 단단히 먹는다.

 

홍이는 식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아이다. 아픈 언니의 입맛을 되찾아주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다. 진달래가 만발한 봄날. 꽃국수가 먹고 싶다는 언니를 위해 다 같이 꽃을 따러 산으로 올라갔는데 마침 그곳에서 마을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어 꽃으로 배를 채운다는 사정부터 맹 사또의 횡포에 대한 사실도 알게 된다.

 

홍이는 그때부터 또 달라진다. 마을 아이들을 불러다 나눠먹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마침 외숙모가 말하던 도토리 빗소리에 대한 정체를 알고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다. 어려운 이들을 쉬이 지나치지 못하던 홍이는 겁 없이 격쟁을 울리는 일까지 나서며 어리석은 어른들을 일깨우게 된다.

 

그런 씩씩하고 담대한 홍이 곁엔 살뜰한 언니 연이와 그들을 돌보던 길수가 있었다. 몸이 약해 걱정이었던 연이도 홍이로 인해 건강을 되찾아가며 자신의 길을 찾게 되고 의젓한 길수도 난처한 상황 때마다 홍이의 편을 들며 한몫한다. 세 아이가 어떤 활약을 펼치며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는지, 어떤 지혜로 불쌍한 이들을 돕는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 우리나라 전통 음식뿐 아니라 서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줄 대체 작물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식량난으로 굶주릴 일도 없고 작물이나 식품의 가짓수가 넘쳐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먹을 것이 많지 않아 백성들은 흉년이 오래 지속되면 굶어죽는 이들도 많았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며 우리의 먹거리 문화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해 봤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재료의 귀함과 음식에 깃든 정성까지 알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넓게는 조선시대 불합리한 신분제도와 환곡의 폐해 등을 보면서 당시 사회문제의 문제점과 지금과의 차이점은 무언인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착한 아이들이 어리석은 어른들까지 변하게 만들어 대견할 따름이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며 도우려 하는 마음 씀씀이에 기특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분노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불의를 위해 불태우던 홍이의 모습은 정말 본받을만하다.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힘든 집콕생활 아이와 읽어보며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본격적으로 독서 지도안을 함께 풀어보았다. 역시 우리말은 어려워하면서도 열심히 찾아 답을 채워 나간다. 독서토론 발제가 좋아서 아이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아쉽다. 불의에 항의하는 모습이나 법과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보면 참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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