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9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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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바람이 나에겐 불지 말았으면 했다. 변화의 바람 말이다. 포노 사피엔스가 아닌 그냥 호모 사피엔스로 살다 가고 싶었다. 현실 안주형으로 살고픈 마음이 더 굴뚝같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코로나가 닥쳐도 꿋꿋이 버티다 보면 다시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포노 사피엔스를 안 순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모두 디지털로 몰려가도 휴대폰을 좀 더 내려놓고 아날로그적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단 얘기다. 이젠 모든 생활 플랫폼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생태계에 밝은 미래를 낙관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는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알맞은 생체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책은 포노 사피엔스 2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이후 달라진 삶의 변화를 좀 더 명확하게 다시 짚어주고 있다. 이 책 앞전에도 <디브리프 2>를 읽어서 인지 책의 연장선 같다. 게다 몇 달 전부터 열심히 뒤적이고 다닌 게 도움이 되었는지 책의 절반 이상은 한 번쯤 들었던 내용이라 후르륵 읽어내려갔다.

 

 

 

 

벌써 9월이 시작되었다. 2020년의 봄과 여름이 지나갔다. 코로나 속에 계절의 변화를 느낄새도 없이 암담함과 무기력 속에 말이다. 기분은 조울증처럼 들쭉날쭉했다. 확진자 수에 민감해진 저울추처럼 뇌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 전반에서 울리는 앙칼진 소음에 귀를 막아도 견디기 힘들다. 이대로 있다가는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걸 알았다. 얻어맞은 뇌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뢰할만하고 좋아하는 컨텐츠를 뒤지기 시작했으며 최대한 진정성 있는 정보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트렌드 공부다.

 

거대한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가면 문명의 기준이 달라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내게 있어 휴대폰은 통화, 검색, 블로그, 카페, 카톡 정도로만 활용했었다. 될 수 있으면 덜 보려고 노력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젠 휴대폰 의존도가 어마어마해졌다. 거의 손에서 떼놓고 있을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작은 휴대폰이 사회 전반 시스템을 모두 흡수해 버린 것처럼 바뀌어 버렸다.

이젠 이 물건이 없으면 사회생활이란 걸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우린 모든 컨텐츠를 소비한다. 게다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든 생산자든 더 똑똑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 금융, 방송, 유통, 일자리, 교육, 의식주까지 이 모든 비지니스 영역을 이해하고 내 생활에 안착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끌어와서 9가지 변화(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다양성, 트랜스포메이션,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의 속성을 보여준다. 이미 디지털과 친숙한 90년 세대들의 변화하고 있는 인지능력과 기술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으며 일찍이 디지털 놀이공간에 발을 들인 이들이 얼마큼 성장하여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는지도 보여준다. 그들의 상상력이 기술이 되어 인류 발전에 또 한걸음 나가는 모습이나 다름과 다양성을 보편화시키며 성공한 사례들은 매번 들어도 놀랍다. 가깝게는 BTS의 성공신화나 한순간의 실수로 단번에 추락한 사례들은 실력과 팬덤 그리고 진정성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해 보인다.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나의 무기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벌도, 혈연도 지연도 아닌 진정한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성공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은 협업을 바탕으로 더욱 입지를 다져나가며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즉각 반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데이터가 그 기업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즉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찾아내는 것도 결국 소비자다. 해본 놈이 더 안다고 예전처럼 SNS를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NS를 통해 키운 유대감과 네트워킹이 그러한 능력도 키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비자들의 경험들이 연속적 소비를 일궈내는 것이다.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힘은 생각의 전환이다. 포노족으로 거듭나 시스템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학습이 필요하다. 늘 위기 때마다 사피엔스가 진화해왔듯 말이다. 9가지 새로운 코드에 주목하여 인생의 방향성을 고심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두려움도 공존한다. 더군다나 거리두기 3단계 앞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지금은.

 

지금은 누구나 힘들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생계 걱정에 또 다른 걱정을 하나 더 얹는다면 휴머니티가 붕괴되진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지보다 무서운 건 잘못된 판단이다. 사회경제공부도 중요하지만 인문학 공부가 더 절실해 보인다. 편가르고 물고 물어뜯고 배척하고 밀어내는 사람들이 더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깊이 알려 노력하기 위해서 인문학을 가까이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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