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델 - 마음의 얼룩을 지워 주는 마법 같은 친구 미래그래픽노블 5
브레나 섬러 지음,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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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몇 권 읽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림 풍도 독특하고 소재도 특이하다. 중학생 소녀와 유령과의 만남이라니.

 

웬델은 표지 속에 등장하는 유령 이름이다. 이 친구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빨래와 유령을 싫어하는 소녀 마조리가 주인공이다.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어 사뭇 놀랬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 사고로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거의 무기력 환자다. 집안일을 맡아서 할 사람은 마조리뿐이다. 철없는 어린 동생을 돌보고 사정 봐주지 않는 이웃 고객들 비위를 맞추는 것도 힘든데 세탁소 자리를 탐내는 사기꾼 업자도 등장해 마조리를 괴롭힌다.

 

마조리에겐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이도,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다. 어린 나이에 세탁일에 매달리는 것도 피곤한데 마조리를 누구 하나 불쌍하게 여기는 어른이 없다. 돌아가신 엄마를 잊지 못함에도 아빠 앞에서는 엄마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 또 이쯤 되니 아빠조차도 유령처럼 생각된다. 자식을 돌보아야 할 부모가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니.

 

 

 

마조리가 현재 얼마나 힘든지 그림만 보아도 느낌이 온다. 심지어 걸어가는 모습조차도 너무나 외롭다. 아니 그림 전체가 블루톤이라 우울감이 가득하다.

 

할로윈을 앞두고 친구들과 이웃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저마다 들떠있고 즐거워 보인다. 남들이 하는 고민조차도 즐거운 고민 같다. 반면 마조리는 외톨이다. 사람들을 피하고 있으며 자꾸 주눅이 든다.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이 마조리의 삶 전반을 억누르고 있다. 유일하게 마조리를 달래 줄 수 있는 건 엄마의 피아노다. 엄마와의 추억이 피아노 속에 다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를 치던 중 마조리는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이 이상한 인기척 친구가 유령 웬델이다. 마조리의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세탁소에 오게 된 웬델. 모든 게 신기해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사고만 잔뜩 쳐놓고 만다. 어째 나타나서 마조리를 계속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짜증이 나려 한다.

 

몇 번의 소동 끝에 웬델은 마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유령을 싫어하던 마조리가 웬델의 사연을 들어줄 리가 없다. 하지만 웬델은 세탁소 주의를 맴돌다 수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는데.

 

 

 

마조리에게 잠 못 드는 밤의 횟수가 늘어만 가고 사기꾼 남자의 횡포에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되자 집을 넘기기로 한다. 어떻게 남의 집을 이렇게 쉽게 뺏을 수가 있을까 화가 났지만 웬델이라면 충분히 마조리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어린 소녀에게 유령 소년 웬델은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주게 될까.

 

그토록 싫다던 유령과의 대화를 시도한 마조리를 보며 저 소녀가 언제쯤 미소를 되찾게 될까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넘기며 마조리의 웃는 모습이 어디쯤 등장하게 되는지도 찾아보길.

 

이야기는 이미 죽은 자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녀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웬델과 마조리의 엄마는 똑같이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엄마를 잊지 못하는 마조리에게 사후세계에 대한 웬델의 이야기는 충분히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그렇게 웬델은 마조리에게 깊게 물든 슬픔의 얼룩을 지워내주며 희망을 전한다.

 

웬델이 어찌나 착하고 마음이 따스한 유령인지도 꼭 만나보길. 두 눈을 질끔 감아버리는 인간들보다 백배 천배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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