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아일랜드 - 여행에서 만나야 할 모든 것은 아일랜드에 있다, 2018-2019 개정판
김현지 지음 / 슬로래빗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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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내가 아일랜드에 대해 쭉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이유는 외세의 침략을 꿋꿋이 버텨내고 차별과 멸시를 받고 살았던 아일랜드인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부터다. 작년에 보았던 여러 역사 책을 시작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실화나 소설들을 읽고 난 후 더욱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그곳에 꼭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초록이에 대한 갈증이 커질수록 주말마다 초록이 무성한 산이나 들을 찾아다니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도시생활의 답답함이 더욱 커진 지금.. 나의 녹색 땅에 대한 짝사랑 또한 절실해져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린 땅이 아일랜드인데 영화 속에서 만난 자연 풍경과 거리 곳곳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관광산업이 주인 그 나라의 명성답게 곳곳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하고 눈부신 자연 풍경은 그들의 문화와 삶까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태껏 살면서 대한민국 땅을 벗어나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그다지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방 안에서 즐기는 여행 에세이는 그럭저럭 만족할만했고 각종 여행 프로에서 자랑하는 세계 곳곳의 경치는 감탄사 한 번으로 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여태껏 전문적인 여행 관련 서적도 본적도 없다. 그러다가 단번에 내 시선을 잡아 끈 책이 바로 한 번쯤은 아일랜드라는 전문 여행책이다. 아무래도 나의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에 한 번쯤은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열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흥분이 되는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서 먼저 소개가 되고 있었고 그런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이번에 책이 나온듯하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생활하다 남편을 따라 아일랜드로 이사를 오게 되었으며 아일랜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동네 산책이라고 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곳곳을 다니면서 그녀만의 여행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같은 독자들에겐 얼마나 부러운 삶이던가.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가 참으로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만을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아일랜드에 대한 사랑을 진하게 느껴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그녀의 감성을 듬뿍 담아 써 내려간 담백한 글들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 나라를 여행하기에 앞서 여행하려는 나라의 대한 역사나 문화를 먼저 알고 떠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한다. 책에도 여행지와 함께 역사와 문화 등을 이야기하지만 간략하게 조금 설명을 곁들이고 싶다.
에메랄드 빛의 아일랜드 섬은 서유럽 끝자락에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였고 면적은 남한 면적보다 조금 작다. 1921년에 독립을 이루긴 하였으나 이념의 차이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북아일랜드와 남 아일랜드로 나뉘게 되었다. 북아일랜드의 주도는 벨파스트이고 남 아일랜드의 수도는 더블린이다. 기후는 해양성기후로 강수량이 많고 바람도 많이 분다. 언어는 토속 언어인 게일어가 있긴 하나 오랜 식민통치기간으로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종교는 가톨릭 국가이다.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영어를 강요하면서 게일어를 쓴 소년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분노가 치밀고 눈물이 나기도 하였다.

기네스의 나라, 버스킹의 천국, 세계문학의 중심, 초록의 섬나라, 타이타닉의 마지막 정박지,
오랜 식민지와 대기근, 내전과 분단을 겪고 켈틱 타이거로 성장한 유럽 속의 한국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되기도 한 아일랜드는 지금의 경제성장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힘겨운 삶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이다. 바이킹족과 노르만인에 이어 영국의 지배를 800년이나 받았고 감자 대기근으로 인한 굶주림과 이주 등으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을 알고 나면 그들의 한과 그런 역경을 이겨낸 민족의 자부심과 고유의 민족성을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아일랜드를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라고 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슬픈 역사와 풍경 등은 뛰어난 예술로 다시 태어나 문화, 음악, 회화 등에서 많은 유명인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문학에선 노벨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더블린을 중심으로 예술, 문화, 역사에 대해 기술하였고 아일랜드의 서쪽, 동쪽, 남쪽, 그리고 북아일랜드 순으로 편리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초보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인 해당 여행지의 홈페이지나 주소, 입장료, 운영시간 등을 꼼꼼히 실어놓았다. 아일랜드 여행 시 이 책을 필수로 챙겨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듯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여행지 사진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아일랜드 사랑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어느 하나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고풍스러운 집을 개조한 쇼핑센터부터 중세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건물과 거리의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매장 건물, 더블린의 공원과 거리, 박물관, 도서관 등을 보며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더욱이 도시를 벗어나 놀라운 자연의 푸름과 거대하면서도 겸손해지기까지 하는 자연의 작품에 두근두근 심장이 꿈틀거렸다.

 

 

 아일랜드의 동쪽.. 제목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푸름에 당장이라도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차보다는 한껏 걸으면서 풀 내음을 가득 머금고 싶어지는 곳.. 더욱이 '아일랜드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위클로우 국립공원에서의 하이킹 코스는 낯선 이들과 함께 걸어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아일랜드의 다듬어진지 않은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모허절벽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절벽 끝자락에 설 수 있기나 할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겐 그 끝에 선다는 생각만으로 오금이 저리기 시작했다.
육각형 돌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곳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주상절리대를 보고 있노라니 우주인이 왔다 간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잘 다듬어진 돌들이 자연의 작품이란 말인가.. 그들이 신비로운 요정을 믿는 이유가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일랜드 최초이자 최고의 대학인 트리니티 대학의 모습도 고풍스럽고 멋지지만 학교 안의 도서관의 풍경은 더욱 장관이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한듯한 느낌의 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2위로 선정되었다는데 저곳에 있으면 해리 포터 영화처럼 마법의 지팡이라도 타고 이 책 저 책 찾아 날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식민지로 인해 영국이 지은 건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건물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아일랜드하면 대기근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감자 마름병으로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아일랜드 땅에 감자가 검게 변해버리는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한 해 농사만 망친 것이 아니라 1845년부터 1851년까지 이어진 대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나갔다그 7년의 기근 동안 굶주림으로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지만 질병으로 죽어나가는 이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인데도 식량을 악착같이 약탈해가고 그들을 방관만 하고 내버려 둔 영국의 잔악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좀비의 모습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저 여인의 모습을 보라.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를 담은 [검은 감자]라는 책을 읽어보니 아기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죽어있는 모습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아일랜드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그들은 그 시련을 꿋꿋이 이겨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아일랜드와 타이타닉의 연관성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타이타닉호의 역사적 배경보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먼저 떠오르고 O.S.T의 처음 멜로디가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정박항이였으며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떠나갔던 코브항과 타이타닉 벨파스트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영화 속으로 다시 한번 빠지게 될 듯하다.
또한 독특하면서도 잘 다듬어 놓은 듯한 집들의 모습에 저런 곳에서 몇 년 만이라도 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여행객들에게 꼭 필요한 관광지의 정보는 단락이 끝날 때마다 세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 부록 페이지에서는 초보 여행자들이라면 궁금해할 사항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데 특히 일주일 여행코스와 환전이나 인터넷과 전화 사용 등은 편리한 정보여서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 그리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도 소개하고 있으니 이 한 권의 책으로 아일랜드를 여행하는데 문제없을 듯하다.

책에도 아일랜드를 감상하며 보기 좋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언급해 놓았는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원스], [P.S. I love you], [러브 로지], [프러포즈 데이], [브루클린], [왕좌의 게임]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살살 녹여줄 좋은 작품들이 많으니 꼭 찾아보길 권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하인리히 뵐의 『아일랜드의 일기』 란 책을 통해 1950년대의 아일랜드인의 정서와 낙천성 및 아픔도 애잔하게 느껴볼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를 좋아하고 펍을 사랑하는 아일랜드인들은 “신이 시간을 만들 때 충분히 만들었다” 고 말한다. 그만큼 시간이란 개념에 초연한 사람들로 그들의 유연한 삶을 다시한번 들여다 볼 수 있다.

 

 

책 속에 아일랜드의 자연을 무심히 바라보는 저 이름 모를 새에게 나도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저 푸른 자연을 바라보며 근엄하면서도 도도한 표정을 맘껏 뽐내고 있는 새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자도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한층 더 성장한듯하였다. 여행은 이렇듯 내면이 단단해지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해답을 주기도 하는 듯하다.
그래서 한번 떠난 이들은 그렇게 떠나지 못해 안달 나나 보다. 책 제목처럼 한 번쯤은 아일랜드를 다녀와야 할 의무감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면 머릿속에 시가 절로 써질는지도 모르겠다.~^^
아일랜드의 이러한 면모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래보며 아일랜드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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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영어회화 영어가 재미있어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
AST Jr. English Lab 해설. Steve Brown. 조희 감수 / 사람in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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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어회화를 쭉 선보이고 있는 사람 in에서 개봉 시기와 맞물려 모아나도 출간이 되었네요.
타이틀엔 주니어를 위한이라고 되어 있지만 성인에게도 참 좋은 교재인듯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발음도 정확하고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회화 공부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 자막을 공부하면 한층 더 기억도 오래가기 때문이죠.

 

 

우선 아이들을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하긴 하였지만 저희 아이들의 영어 수준은 완전 초보 수준입니다.
당연히 영어학원도 다니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영어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손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아이들과 같이 하고 있는 영어학습이라면 아이들에게 매일 영어 그림동화를 읽어주는 일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자막으로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자막으로 접해야 그나마 영어의 꼬부랑 발음에 적응이라도 하지 않을까 해서죠.ㅎ
가족 모두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면 빼놓지 않고 보러 다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개봉 다음날 바로 모아나를 만나러 갔답니다.
역시 기대한 만큼 많은 웃음을 주어서 즐겁게 관람을 하고 돌아왔는데요.
아이들은 그래도 주토피아가 더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 책의 전체적인 구성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첫 페이지는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학습전 핵심문장과 몇 가지 문장을 살펴보면서 모르는 단어나 동사구 등을 공부하실 수 있어요.
만화로 구성이 되어 있는 페이지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성우의 목소리를 들어보며 발음 연습을 하 실 수 있고요.
물론 실제 애니메이션 목소리가 아니라서 조금 아쉬운 감은 있지만 성우의 정확한 발음이 초보자들에겐 더 도움이 되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혼자서 낭독할 수 없는 아주 기초 수준인지라
저도 같이 읽어보면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답니다.
읽어주어도 뭔 소리인지는 못 알아듣겠지만 나중에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본 후 
책에 있는 관련 scene을 찾아보면서 표현을 익히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캐릭터 소개인데요.
마우이 캐릭터도 좋았지만
아이들은 카카모라 정말 귀엽다며 참 좋아했는데 카카모라등장하는 Scene이 없어 아쉬워했네요.~

 

 

구성은 총 18개의 Scene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요.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였던 노래 가사도 실려 있답니다.
노래는 영상을 검색 후 들려주면서 같이 따라 불러보면 될 거예요.

 

 

긴 문장도 있고 짧은 문장도 있으니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선택하셔서 보아도 될 것 같네요.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들은 여러 번 반복하여 먼저 친근하게 만들어 주어야 다음 페이지에서 무리가 없어요.
만화 페이지에선 긴 문장은 그냥 쭉 읽고 넘어가고요. 짧은 대사들은 한 번씩 따라 읽기를 시켜보았답니다.
캐릭터의 특성까지 살펴가면서 리얼하게 읽어주면 더 좋아하겠죠~^^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동영상 페이지가 바로 열리고요. 바로바로 들어보실 수 있답니다.
성우가 알맞은 속도로 들려주기 때문에 따라 읽기 나쁘지 않은데요. 아이들에게 너무 긴 문장은 그냥 넘어갔어요.ㅎ
멈춤 버튼을 눌러가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따라 하시면 발음 교정하는데도 좋답니다.
짧은 문장은 여러 번 반복해서 소리 내어 따라 읽혀보는데 그래도 좀 어려워하네요.

 

 

따라 읽기가 끝나면 핵심문장을 공부해 보는 페이지인데요.
문법 설명과 예문을 통해 조금 더 다져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저희 아이들은 아직까진 통문장으로 외우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아이들은 간단한 문법 공부도 겸할 수 있답니다.
주어진 예문 외에도 일상과 관련된 자기들만의 다양한 예문이 만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해 보았어요.
그리고 간단한 미니 테스트를 통해 영어실력을 다져볼 수 있는데요.
초보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듣고 빈칸 채우기는 테스트해보기에 좋았답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학습으로만 전락하거나 숙제가 많은 과목으로

스트레스만 주는 영어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영어를 억지로 하지 않고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부터가 시작인듯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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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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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꼬리에 꼬리를 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우선 시작이 긍정적이다. 2017년 새해 들어 처음 선택한 책 제목 "당신의 완벽한 1년"에서의 '당신'은 나를 지칭하는 듯하여 샘솟는 신년 의지와 발을 맞추는 듯하다. 게다가  『미 비포 유』 를 뛰어넘는 플롯이라니 당연히 홍보문구에 마음이 뺏길 수밖에 없었다.
로맨스 소설은 『미 비포 유』 이후로 거의 읽지 않았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의 특성상 한번 붙잡고 있기 시작하면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소설도 하루만에 다 읽긴 했다. 그런데 『미 비포 유』의 잔상이 오래 머문건지, 아니면 이전 소설의 잔상이 오래 남은 건지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타이틀에는 조금 박하게 굴고 싶다. 또한 복선과 동선 등은 뒷이야기를 금방 짐작하게 되기도 해서 살짝 김이 빠지기도 했다.

최근 버킷리스트, Well dying, 엔딩노트 등 즉 자신의 삶의 가치와 자존감을 높이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잘 살자는 취지의 내용들을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다. 이 소설에도 이런 내용들이 들어 있다. 죽음, 화해, 용서 그리고 사랑.. 의 순서라는 느낌이 강해서 일까.. 그래서 어찌 보면 로맨스보다는 인생 소설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즉 달달한 로맨스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은 힘이 실려 있는 듯하다.

소설은
여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으로 삶을 포기해버린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다이어리로 인해 사건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 다이어리는 다른 이의 삶을 흔들어 놓고 각기 다른 방식의 삶을 살던 남녀가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고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생에 우연이란 없어요."
"모든 것은 다 서로 연결되어있고 내면은 항상 외면에 상응하게 되어 있어요." -p.132

한나 마르크스는 긍정의 에너지로 똘똘 뭉친 매력적인 아가씨다. 그러나 그녀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끊어 넘친 것일까? 그녀의 남자친구 지몬은 끝내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그녀가 남긴 완벽한 1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삶을 놓아버린다.
" 한나, 널 사랑해! 그리고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그러나 정말 미안하지만 생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우리의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아."-p.292

한나와는 삶의 마인드가 다른 요나단 N. 그리프는 삶이 고딕체 같은 남자다. 자기가 계획한 삶의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 6시가 되면 조깅을 하고 저녁 6시 이후로는 탄수화물 섭취는 금하며 신문의 오탈자를 참아줄 수 없는 남자다. 사랑도 계획한 대로 했던 것일까.. 와이프마저도 그런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가버렸다.
그러나 새로운 해가 떠오른 1월 1일의 아침, 그의 자전거에 누군가의 1년치 인생이 담긴 다이어리가 걸려진다. 출판사 대표로 문학적 품질을 따지는 그에게 다이어리 속 달력 문구 같은 문장들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자 다이어리의 주인을 찾는데 더욱 빠지게 된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 앞에 완벽한 1년이 펼쳐져 있어요! 단지 운명에 순응할 용기만 내면 됩니다." -p.157
"아니, 말도 안 된다. 당연히 우연이지! 가정부가 서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래서 레오폴드를 만났고······ 사실 이상했지. 섬뜩하기까지 했다. 아니면, 동화 같다고나 할까? 맞아, 꼭 동화 같았다! 동화에선 항상 쪼글쪼글한 난쟁이가 나타나 주인공을 바른길로 인도하지.
아니면 잘못된 길로 인도하든가. 어떤 종류의 동화냐에 따라서. -p.276

소설은 1년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나와 요나단의 시점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날짜와 시간을 꼼꼼히 맞추어 보는 재미도 있으며 한나와 요나단이 만날 듯 못 만날듯 하며 살짝 비껴 지나가는 장면 등에선 살짝 조바심도 난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의 삶을 구원해 주고 떠난 유일하게 비극적인 캐릭터로 남은 지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얼마 전에 본 다큐 『앎』이라는 프로에서 말기 암 환자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때도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모든 걸 체념하고 홀로 떠난 그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 더 든다. 자살도 선택의 권리로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안락사와 죽는 방법만 다를 뿐 비슷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미 비포 유와 끈을 걸쳐 놓았나? 출판사의 변화를 원하는 사장이 요나단에게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어보길 권하는 장면에서 미 비포 유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어 웃음이 났다.
"먼저 이 책을 대표님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자살하려는 하반신 마비 환자가 젊고 조금은 서툰 간병인을 만나 새로운 삶의 용기를 얻는 아주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p.428

미 비포 유를 능가하는 플롯이라는 홍보문구에 찬성하기는 어렵지만 두 소설이 주는 교훈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한 것 같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고 안된다고 못 박아 놓지 말고 해보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닌 서로의 삶을 살피고 제대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이것 아닐까.
상상 가득 로맨스와 느슨해진 삶을 변화시킬 용기를 주고 게다가 신년 계획을 짜 넣을 다이어리 하나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런지도 모르겠다.
다이어리에 무얼 적을지 몰라 고민한다면 이 책으로 약간의 힌트를 얻기를 바란다. 2017년 나의 완벽한 1년을 위한 글자들위에  설렘 한가득 뿌려 놓아야겠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p.389
"우리는 인생의 날들을 늘릴 수는 없지만, 그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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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위대한 작가들이 간직해온 소설 쓰기의 비밀
프리츠 게징 지음, 이미옥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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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작품은 독백처럼 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자 한다."

 

 

책의 제목만 보고 잘못 판단한 책이다. 난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지금의 내 글쓰기 수준을 조금 더 끌어올려 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나한테 이 책은 오히려 글쓰기를 위한 노하우보다는 고전문학을 접할 때 더 도움을 받을 만한 책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기도 한 것이 저자는 독일 태생으로 독문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교육학 전공의 소설가로 이 책에는 다양한 고전문학책이 참고도서로 등장한다. 그런데 나처럼 고전문학의 제목만 알고 읽어보지 못한 이들에겐 책에서 이야기하는 참고 서적들이 낯설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기엔 조금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이 책은 현재 글쓰기에 어느 정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으로 작가는 다양한 참고 서적을 통해 글을 읽고 쓰고 퇴고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글 쓰는 사람들의 참고서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 글쓰기에는 언어적 재능, 독서의 즐거움, 문학에 대한 지식, 풍부한 발상과 상상력, 예민함과 감정이입 능력 그리고 호기심과 편견 없는 사고가 충족되어야 한다. 비록 이와 같은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목표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p.19
글을 쓰는 일에도 재능과 다양한 문학적 지식이 요구됨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지닌 지식의 그릇이 작아서  문학적 이해력이 떨어짐을 느낄 땐 더더욱 절망하고는 한다. 또한 글을 글로만 해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에도 참담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문맥과 문맥의 흐름이 끊어지고 읽던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볼때면 언어적 감각이나 재능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서야 나는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 우선 독서의 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낯선 삶을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의 모자람이나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바로 글쓰기와도 직결이 되는 행위이므로 나의 독서습관을 좀 고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구성이나 서술의 리듬등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어려운 책을 읽다 덮어버리는 일은 줄어들 듯 하였다.

문학은 삶을 이야기하고 그 삶을 이야기 함에 캐릭터와 스토리는 제일 중요하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름까지도 비중을 많이 두며 조연이나 악역에 대한 특징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인물의 적절한 디테일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하며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해석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캐릭터에서 반드시 사건이 나온다. 사건은 캐릭터의 성격을 말해준다." - p.102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들을 뒷받침할 줄거리에는 설득력 있는 윤곽과 자체적으로 구조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여기에선 다양한 플롯과 주제를 설명할 때 고전문학을 예로 곁들여 설명해 놓았다. 작가가 소개한 책들만이라도 다 읽어볼 수 있다면 다양한 영역의 책을 골고루 접해 볼 수 있어서 시각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글쓰기를 할 때 쓰는 시점에 대해 고민을 한두 번 해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시점으로 글 쓰는 방법과 과거 및 현재형으로 글 쓰는 방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놓아서 한 번씩 흉내 내며 글을 써보는 방법도 재미있는 훈련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요즘 개인적으로 물건을 1인칭으로 두고 묘사하는 글을 재미삼아 쓰고 있는데 재미있는 표현들이 두루 나오기도 해서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요즘 글을 쓰면 쓸수록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는 법에 대해 고심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작가는 그 방법으로 다른 이의 테크닉을 공부하고 모방, 흉내도 내어보고 그들이 사용하는 리듬, 문장구조, 단어 선택 등에 귀를 기울이며 좋아하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혁신적인 언어를 구사한 고전에서 공부하라는 등 늘 연습하고 매일 글 쓰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한다. 그래서 습작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 수정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소설을 쓰는 분들에게는 자가 검수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로 꼭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그리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삐걱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주변에서 잘 쓴 글을 만나면 발로 쓴 것 같은 내 글에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한계를 느끼고 그만 쓰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역시나 나의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 자신을 다독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책을 찾는다. 일상에서 얻는 생각보단 책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나의 생각으로 풀어내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글 솜씨에 대한 나의 객관적인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책에서 나는 글쓰기 비법보다는 글을 잘 읽을 수 있는 비법에 대해 더 많이 배운 듯하다. 더욱 나쁘지 않았던 것은 신년에는 고전을 많이 읽어볼 계획을 잡아놓고 있었기에 소개되어 있는 고전문학들이 더욱 반가웠다. 아무래도 이 책이 나의 고전문학의 문을 열어줄 책이 된 것 같다. 내공을 더 쌓다 보면 어느새 나도 나만의 테크닉이 생기지 않을까... 내가 써 놓고도 감탄할 문장이 나와 준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말들, 즉 단련, 헌신, 행운, 특히 인내라는 말은 재능이라는 말 너머에 있다.
- 제임스 볼드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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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격자들 - 어린이 목소리를 위한 솔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연진희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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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다독여가면서 읽었다. 한숨도 여러 번 내쉬었다. 그러다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내일이면 전쟁이 발발해서 피난준비를 하는 꿈을 꾼다. 짐을 꾸리다 내일이면 터질 전쟁으로 무척 심란하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며칠을 그렇게 요란하게 꿈속을 헤매고 다녔다. 
오죽하면 남편이 잠꼬대하는 소리에 시끄러워 딸아이 방에서 잤다며 투덜거린다.ㅎ 계속 무어라 중얼거렸다는데...혹시 욕설이 나오진 않았냐고 슬쩍 물어본다.~ㅎㅎ
아무래도 전쟁의 이런 생생한 증언이 나에겐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제2차대전의 생생한 기록물이나 영상 등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었고 유대인 학살의 아픔 정도만 알고 있었던 터라 이 구소련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선 들은 바가 거의 없었다.

이 한 권의 책 안에 들어있는 전쟁의 참상은 간략하지만 강렬하다. 비록 시간과 고통의 압력에 눌리어 그 기억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버리긴 하였으나 한 구절 , 뚝 끊어지는 장면, 의성어 하나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 절망의 외침이었는지...
이 작가의 책들이 모두 이런 논픽션물들인데 그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벌써부터 구입해 놓고 다른 일정으로 미루어 두었었다. 그러다 이번에 나온 신작에 먼저 손이 갔는데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동자 속 전쟁 실루엣에 이상하게 소름이 돋았다. 마치 그 속에서 또 다른 액션이 취해질 것만 같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총이 발사되고 사람이 쓰러지고 땅에서 폭탄이 터져 올라올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작가가 '전쟁고아클럽'과 '고아원 출신 모임' 101명을 인터뷰한 작품으로 0세부터 14세에 이르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역사서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까지의 러시아와 그 주변국들에 대해선 아는 바가 많지 않았고 벨라루스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더욱이 아는 것이 없었다. 1941년 6월 21일 독일군의 공습이 시작되고 1945년까지 이 지역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마을은 사람들과 함께 불타고 무차별 폭격과 총질에 인구의 4분의 1이 사라지고 남은 고아의 수도 2만 5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사람들은 그냥 사라진다. 독일군에게 그들은 벌레보다 못한 존재이다. 그들은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하늘에선 조종사가 비웃으며 폭격을 하고 땅 위에선 파르티잔이든 가족이든 모조리 총살한다. 살아있는 이를 그냥 묻기도 하고 젖을 먹이고 있는 여인을 쏘고 아기도 쏜다. 집안을 뒤지면서 눈에 띄는 이는 다 쏜다. 식탁보를 들추어 숨어있던 아이도 죽이고 웃지 않고 운다고 죽이고 오죽하면 동물들도 독일군이 나타나면 울거나 짖지 않는다고 했을까.

충격적이었던 건 독일군 부상병들을 위해 아이들의 피를 뽑은 일이었는데 5살 이하의 어린이의 피는 상처치유와 재생에 도움을 준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피를 뽑히고 죽어간다. 특히 금발의 파란 눈동자의 아이는 더욱 선호 대상이다.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피를 뽑히고 다음날이면 그냥 눈을 감아버린 아이들..

'의사들'이 떠나면, 난 방으로 돌아갔어요. ······ 기억나요. 어린 사내아이가 누워 있는데, 그 아이의 작은 손이 침대에서 툭 떨어져요. 그 아이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요. 다른 아이들이 울고 있어요.······
2~3주가 지나면 아이들이 교체되죠. 사람들이 고아원의 아이들을 어디론가 데려가요. 그 아이들은 모두 이미 창백하고 쇠약했지요, 그다음에는 또 다른 아이들이 끌려와서 사육되었어요.
독일군 의사들은 다섯 살 미만 아이들의 피가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돕는다고 여겼어요. 또 그런 아이들의 피에 회춘의 효능도 있다고 생각했죠.  - P.143

눈앞에서 부모가 총살당하고 또 그 부모를 묻어주는 아이, 나의 예쁜 엄마의 얼굴은 왜 총을 맞아야 했는지, 피난길에 아빠가 왜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는지..그 어린아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옆에서 어딘가에 숨어서 그렇게 전쟁의 참상을 담아 가고 있었다.

내 몸은 오랫동안 성장하지 않았어요······ 고아원에 있는 동안, 우리는 모두 발육이 느렸어요. 아마도 슬픔 탓이겠죠. 우리가 자라지 않았던 것은 다정한 말을 별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엄마 없이 자랐잖아요 ······ -P.311

또한 더욱 끔찍한 일은 2차 세계대전중 레닌그라드는 약 900일 동안 독일군의 포위로 봉쇄되어 이 기간에 굶주림과 추위로 사망한 시민이 약 1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는 목소리는 더욱 처참하다. 배고픔은 굶주림으로 이어지는데 그 증언이 실로 충격적이다.

봉쇄를 겪고 난 후 ······ 난 이제 알아요. 인간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요. 사람들은 심지어 흙도 먹었어요.  -P.330

배고픈 사람에게 하루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당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예요. ······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배고픔이에요. 난 단추를 씹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큰 단추, 작은 단추 가릴 것 없이요.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미쳐갔어요 ······-P.366

그들의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되어 가슴속에 남았다. 그들이 얘기하는 전쟁의 컬러가 흑백인 것처럼 피마저도 진한 회색같이 느껴진다. 또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사상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인간의 복잡 다양한 사고력과 감정들이 세뇌가 되고 통제가 된다는 사실이 무섭다. 이렇듯 지나치게 양면성을 가진 영장류도 없으리라. 히틀러라는 광신도 한 명이 낳은 결과라고 보기엔 너무나 많은 희생이 뒤따랐기에 더욱이 끔찍할 수밖에 없다. 그 당시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은 전쟁의 참상이니 실은 이것보다 더 했으리라.

전쟁의 시작을 기억하는 이들..그리고 끝남을 기억하는 이들..기억의 조각들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그들이 기억하는 전쟁은 우울, 고독, 두려움, 공포,굶주림 ······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오래오래 남았다.
전쟁은 영화처럼 게임처럼 영웅담이 결코 아니다. 올 초였던가? 밀물에 떠밀려온 난민 아이의 시신 기사와 폭격당한 자리에서 몰골이 말이 아닌 채 앉아 있던 꼬마 아이 사진 등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는데 오늘은 또 시리아 난민 중 5살 아이가 폭격에 다쳐 마취도 못하고 치료를 받는데 통증을 참으려고 코란 경전을 웅얼대는 영상을 보았다. 이런 고통의 목소리를 듣고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통곡할 일이다. 정말 신은 있는가?그 아이가 살아서 훗날 또 어떤 기억의 잔상을 끌어안은 채 살게 될까.
제발 소설의 제목처럼 전쟁의 마지막 목격자들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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