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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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꼬리에 꼬리를 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우선 시작이 긍정적이다. 2017년 새해 들어 처음 선택한 책 제목 "당신의 완벽한 1년"에서의 '당신'은 나를 지칭하는 듯하여 샘솟는 신년 의지와 발을 맞추는 듯하다. 게다가  『미 비포 유』 를 뛰어넘는 플롯이라니 당연히 홍보문구에 마음이 뺏길 수밖에 없었다.
로맨스 소설은 『미 비포 유』 이후로 거의 읽지 않았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의 특성상 한번 붙잡고 있기 시작하면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소설도 하루만에 다 읽긴 했다. 그런데 『미 비포 유』의 잔상이 오래 머문건지, 아니면 이전 소설의 잔상이 오래 남은 건지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타이틀에는 조금 박하게 굴고 싶다. 또한 복선과 동선 등은 뒷이야기를 금방 짐작하게 되기도 해서 살짝 김이 빠지기도 했다.

최근 버킷리스트, Well dying, 엔딩노트 등 즉 자신의 삶의 가치와 자존감을 높이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잘 살자는 취지의 내용들을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다. 이 소설에도 이런 내용들이 들어 있다. 죽음, 화해, 용서 그리고 사랑.. 의 순서라는 느낌이 강해서 일까.. 그래서 어찌 보면 로맨스보다는 인생 소설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즉 달달한 로맨스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은 힘이 실려 있는 듯하다.

소설은
여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으로 삶을 포기해버린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다이어리로 인해 사건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 다이어리는 다른 이의 삶을 흔들어 놓고 각기 다른 방식의 삶을 살던 남녀가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고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생에 우연이란 없어요."
"모든 것은 다 서로 연결되어있고 내면은 항상 외면에 상응하게 되어 있어요." -p.132

한나 마르크스는 긍정의 에너지로 똘똘 뭉친 매력적인 아가씨다. 그러나 그녀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끊어 넘친 것일까? 그녀의 남자친구 지몬은 끝내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그녀가 남긴 완벽한 1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삶을 놓아버린다.
" 한나, 널 사랑해! 그리고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그러나 정말 미안하지만 생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우리의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아."-p.292

한나와는 삶의 마인드가 다른 요나단 N. 그리프는 삶이 고딕체 같은 남자다. 자기가 계획한 삶의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 6시가 되면 조깅을 하고 저녁 6시 이후로는 탄수화물 섭취는 금하며 신문의 오탈자를 참아줄 수 없는 남자다. 사랑도 계획한 대로 했던 것일까.. 와이프마저도 그런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가버렸다.
그러나 새로운 해가 떠오른 1월 1일의 아침, 그의 자전거에 누군가의 1년치 인생이 담긴 다이어리가 걸려진다. 출판사 대표로 문학적 품질을 따지는 그에게 다이어리 속 달력 문구 같은 문장들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자 다이어리의 주인을 찾는데 더욱 빠지게 된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 앞에 완벽한 1년이 펼쳐져 있어요! 단지 운명에 순응할 용기만 내면 됩니다." -p.157
"아니, 말도 안 된다. 당연히 우연이지! 가정부가 서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래서 레오폴드를 만났고······ 사실 이상했지. 섬뜩하기까지 했다. 아니면, 동화 같다고나 할까? 맞아, 꼭 동화 같았다! 동화에선 항상 쪼글쪼글한 난쟁이가 나타나 주인공을 바른길로 인도하지.
아니면 잘못된 길로 인도하든가. 어떤 종류의 동화냐에 따라서. -p.276

소설은 1년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나와 요나단의 시점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날짜와 시간을 꼼꼼히 맞추어 보는 재미도 있으며 한나와 요나단이 만날 듯 못 만날듯 하며 살짝 비껴 지나가는 장면 등에선 살짝 조바심도 난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의 삶을 구원해 주고 떠난 유일하게 비극적인 캐릭터로 남은 지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얼마 전에 본 다큐 『앎』이라는 프로에서 말기 암 환자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때도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모든 걸 체념하고 홀로 떠난 그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 더 든다. 자살도 선택의 권리로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안락사와 죽는 방법만 다를 뿐 비슷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미 비포 유와 끈을 걸쳐 놓았나? 출판사의 변화를 원하는 사장이 요나단에게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어보길 권하는 장면에서 미 비포 유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어 웃음이 났다.
"먼저 이 책을 대표님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자살하려는 하반신 마비 환자가 젊고 조금은 서툰 간병인을 만나 새로운 삶의 용기를 얻는 아주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p.428

미 비포 유를 능가하는 플롯이라는 홍보문구에 찬성하기는 어렵지만 두 소설이 주는 교훈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한 것 같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고 안된다고 못 박아 놓지 말고 해보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닌 서로의 삶을 살피고 제대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이것 아닐까.
상상 가득 로맨스와 느슨해진 삶을 변화시킬 용기를 주고 게다가 신년 계획을 짜 넣을 다이어리 하나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런지도 모르겠다.
다이어리에 무얼 적을지 몰라 고민한다면 이 책으로 약간의 힌트를 얻기를 바란다. 2017년 나의 완벽한 1년을 위한 글자들위에  설렘 한가득 뿌려 놓아야겠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p.389
"우리는 인생의 날들을 늘릴 수는 없지만, 그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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