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아일랜드 - 여행에서 만나야 할 모든 것은 아일랜드에 있다, 2018-2019 개정판
김현지 지음 / 슬로래빗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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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내가 아일랜드에 대해 쭉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이유는 외세의 침략을 꿋꿋이 버텨내고 차별과 멸시를 받고 살았던 아일랜드인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부터다. 작년에 보았던 여러 역사 책을 시작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실화나 소설들을 읽고 난 후 더욱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그곳에 꼭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초록이에 대한 갈증이 커질수록 주말마다 초록이 무성한 산이나 들을 찾아다니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도시생활의 답답함이 더욱 커진 지금.. 나의 녹색 땅에 대한 짝사랑 또한 절실해져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린 땅이 아일랜드인데 영화 속에서 만난 자연 풍경과 거리 곳곳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관광산업이 주인 그 나라의 명성답게 곳곳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하고 눈부신 자연 풍경은 그들의 문화와 삶까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태껏 살면서 대한민국 땅을 벗어나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그다지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방 안에서 즐기는 여행 에세이는 그럭저럭 만족할만했고 각종 여행 프로에서 자랑하는 세계 곳곳의 경치는 감탄사 한 번으로 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여태껏 전문적인 여행 관련 서적도 본적도 없다. 그러다가 단번에 내 시선을 잡아 끈 책이 바로 한 번쯤은 아일랜드라는 전문 여행책이다. 아무래도 나의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에 한 번쯤은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열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흥분이 되는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서 먼저 소개가 되고 있었고 그런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이번에 책이 나온듯하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생활하다 남편을 따라 아일랜드로 이사를 오게 되었으며 아일랜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동네 산책이라고 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곳곳을 다니면서 그녀만의 여행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같은 독자들에겐 얼마나 부러운 삶이던가.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가 참으로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만을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아일랜드에 대한 사랑을 진하게 느껴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그녀의 감성을 듬뿍 담아 써 내려간 담백한 글들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 나라를 여행하기에 앞서 여행하려는 나라의 대한 역사나 문화를 먼저 알고 떠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한다. 책에도 여행지와 함께 역사와 문화 등을 이야기하지만 간략하게 조금 설명을 곁들이고 싶다.
에메랄드 빛의 아일랜드 섬은 서유럽 끝자락에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였고 면적은 남한 면적보다 조금 작다. 1921년에 독립을 이루긴 하였으나 이념의 차이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북아일랜드와 남 아일랜드로 나뉘게 되었다. 북아일랜드의 주도는 벨파스트이고 남 아일랜드의 수도는 더블린이다. 기후는 해양성기후로 강수량이 많고 바람도 많이 분다. 언어는 토속 언어인 게일어가 있긴 하나 오랜 식민통치기간으로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종교는 가톨릭 국가이다.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영어를 강요하면서 게일어를 쓴 소년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분노가 치밀고 눈물이 나기도 하였다.

기네스의 나라, 버스킹의 천국, 세계문학의 중심, 초록의 섬나라, 타이타닉의 마지막 정박지,
오랜 식민지와 대기근, 내전과 분단을 겪고 켈틱 타이거로 성장한 유럽 속의 한국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되기도 한 아일랜드는 지금의 경제성장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힘겨운 삶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이다. 바이킹족과 노르만인에 이어 영국의 지배를 800년이나 받았고 감자 대기근으로 인한 굶주림과 이주 등으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을 알고 나면 그들의 한과 그런 역경을 이겨낸 민족의 자부심과 고유의 민족성을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아일랜드를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라고 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슬픈 역사와 풍경 등은 뛰어난 예술로 다시 태어나 문화, 음악, 회화 등에서 많은 유명인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문학에선 노벨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더블린을 중심으로 예술, 문화, 역사에 대해 기술하였고 아일랜드의 서쪽, 동쪽, 남쪽, 그리고 북아일랜드 순으로 편리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초보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인 해당 여행지의 홈페이지나 주소, 입장료, 운영시간 등을 꼼꼼히 실어놓았다. 아일랜드 여행 시 이 책을 필수로 챙겨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듯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여행지 사진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아일랜드 사랑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어느 하나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고풍스러운 집을 개조한 쇼핑센터부터 중세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건물과 거리의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매장 건물, 더블린의 공원과 거리, 박물관, 도서관 등을 보며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더욱이 도시를 벗어나 놀라운 자연의 푸름과 거대하면서도 겸손해지기까지 하는 자연의 작품에 두근두근 심장이 꿈틀거렸다.

 

 

 아일랜드의 동쪽.. 제목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푸름에 당장이라도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차보다는 한껏 걸으면서 풀 내음을 가득 머금고 싶어지는 곳.. 더욱이 '아일랜드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위클로우 국립공원에서의 하이킹 코스는 낯선 이들과 함께 걸어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아일랜드의 다듬어진지 않은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모허절벽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절벽 끝자락에 설 수 있기나 할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겐 그 끝에 선다는 생각만으로 오금이 저리기 시작했다.
육각형 돌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곳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주상절리대를 보고 있노라니 우주인이 왔다 간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잘 다듬어진 돌들이 자연의 작품이란 말인가.. 그들이 신비로운 요정을 믿는 이유가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일랜드 최초이자 최고의 대학인 트리니티 대학의 모습도 고풍스럽고 멋지지만 학교 안의 도서관의 풍경은 더욱 장관이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한듯한 느낌의 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2위로 선정되었다는데 저곳에 있으면 해리 포터 영화처럼 마법의 지팡이라도 타고 이 책 저 책 찾아 날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식민지로 인해 영국이 지은 건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건물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아일랜드하면 대기근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감자 마름병으로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아일랜드 땅에 감자가 검게 변해버리는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한 해 농사만 망친 것이 아니라 1845년부터 1851년까지 이어진 대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나갔다그 7년의 기근 동안 굶주림으로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지만 질병으로 죽어나가는 이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인데도 식량을 악착같이 약탈해가고 그들을 방관만 하고 내버려 둔 영국의 잔악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좀비의 모습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저 여인의 모습을 보라.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를 담은 [검은 감자]라는 책을 읽어보니 아기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죽어있는 모습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아일랜드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그들은 그 시련을 꿋꿋이 이겨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아일랜드와 타이타닉의 연관성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타이타닉호의 역사적 배경보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먼저 떠오르고 O.S.T의 처음 멜로디가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정박항이였으며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떠나갔던 코브항과 타이타닉 벨파스트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영화 속으로 다시 한번 빠지게 될 듯하다.
또한 독특하면서도 잘 다듬어 놓은 듯한 집들의 모습에 저런 곳에서 몇 년 만이라도 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여행객들에게 꼭 필요한 관광지의 정보는 단락이 끝날 때마다 세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 부록 페이지에서는 초보 여행자들이라면 궁금해할 사항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데 특히 일주일 여행코스와 환전이나 인터넷과 전화 사용 등은 편리한 정보여서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 그리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도 소개하고 있으니 이 한 권의 책으로 아일랜드를 여행하는데 문제없을 듯하다.

책에도 아일랜드를 감상하며 보기 좋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언급해 놓았는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원스], [P.S. I love you], [러브 로지], [프러포즈 데이], [브루클린], [왕좌의 게임]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살살 녹여줄 좋은 작품들이 많으니 꼭 찾아보길 권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하인리히 뵐의 『아일랜드의 일기』 란 책을 통해 1950년대의 아일랜드인의 정서와 낙천성 및 아픔도 애잔하게 느껴볼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를 좋아하고 펍을 사랑하는 아일랜드인들은 “신이 시간을 만들 때 충분히 만들었다” 고 말한다. 그만큼 시간이란 개념에 초연한 사람들로 그들의 유연한 삶을 다시한번 들여다 볼 수 있다.

 

 

책 속에 아일랜드의 자연을 무심히 바라보는 저 이름 모를 새에게 나도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저 푸른 자연을 바라보며 근엄하면서도 도도한 표정을 맘껏 뽐내고 있는 새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자도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한층 더 성장한듯하였다. 여행은 이렇듯 내면이 단단해지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해답을 주기도 하는 듯하다.
그래서 한번 떠난 이들은 그렇게 떠나지 못해 안달 나나 보다. 책 제목처럼 한 번쯤은 아일랜드를 다녀와야 할 의무감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면 머릿속에 시가 절로 써질는지도 모르겠다.~^^
아일랜드의 이러한 면모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래보며 아일랜드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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