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호넷 - The Green Ho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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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언론사의 외아들 브릿(세스 로건)은 매일밤 파티만을 쫓는 한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회사를 떠맡게 되고
케이토(주걸륜)과 함께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그린호넷"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악당과 맞서는 영웅놀이를 시작하게 되는데... 

 

1930년대 라디오 시리즈로 시작되어 이후 몇편의 영화와 성공적인 TV시리즈 평가받는 그린호넷이
이번엔 영상의 마술사라 불리는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이 증폭되는 영화였다.
이미 "이터널 선샤인"과 "수면의 과학"에서 환상적인 영상을 선사해준 감독답게
그린호넷3D 역시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화려한 화면을 보여주어
뛰어난 연출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켜 주었다.
모든 영상이 화려했지만, 단연코 돋보이는 "블랙뷰티"의 자동차 액션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케이토가 만들어낸 그린호넷의 애마인 블랙뷰티는 뛰어난 외관 속에
엄청난 스피드와 여러 무기가 장착되어 있고
어떠한 총알도 뚫을 수 없는 강력한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악당을 자극하기 위해 브릿과 케이토는 블랙뷰티를 이끌고 도심을 질주하는 씬은
관객들에게 짜릿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 동안 코믹연기를 보여준 세스 로건은
이번영화 그린호넷에서도 똘기충만한 괴짜연기를 코믹하게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이들(이연걸,주성치...)이 물망에 올랐던 케이토역의 주걸륜 역시
세스 로건과 함께 최고의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에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다소 엉뚱하고 남성미 가득한 멋진 액션을 맘껏 선보인다.
영화 초반부터 이소룡의 그림을 그리고 영춘권을 보여주지만,
주걸륜만이 가진 매력으로 케이토를 완성시켰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한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보여주었던 현란한 피아노실력을
그린호넷에서도 아주 잠깐이지만, 짧게라도 보여주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 동안 착한 영웅들이 즐비했던 슈퍼히어로 무비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영웅심이나 도덕심은 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오히려 악당을 자극하기 위해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일명 똘기충만한 이들은
비서 르노어(카메론 디아즈)의 도움으로 조금씩 똑똑해지고 영웅적인 모습을 갖춰가게 된다.
교훈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기상천외한 발명품과 화려한 영상, 짜릿한 액션쾌감을 느끼기엔 손색없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존의 착한 영웅들에게 싫증이 나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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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 Glo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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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였던 김상남(정재영)...
거듭되는 음주와 폭행등으로 KBO영구제명위기에 몰리게 되자
그의 매니저 정철수(조진웅)에 이끌려 청각장애 야구부 "중주성심학교" 임시코치직을 맡게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야구부원들은 봉황기 1승을 목표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야구장을 달리지만,
군산상고를 상대로 한 연습게임에서 32:0이라는 대패를 하게된다.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본 김상남은 자신의 고교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누구나 예측가능한 뻔한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 약점을 지녔음에도 이 영화 글러브는 참 재미있는 영화이다.
먼저 영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배우들의 힘을 꼽을 수 있다.
주연배우인 정재영은 예전 장진사단의 "아는여자" 이후 또 한번 야구선수로 변해
멋진 투구폼을 선보였고
유선 또한 전작 "이끼"에서의 다소 음침한 분위기를 벗어버리고
야구부원들을 감싸안는 따뜻함이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과 수준급인 수화실력을 선보였다.
강우석 감독님의 작품에 여지없이 등장하는 강신일 또한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가장 힘들었을 청각장애 야구부를 연기했던 어린배우 한명 한명이
모두들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완성했다. 

 

스포츠를 다뤘다는 점에서 "국가대표"나 "우생순",
장애를 소재로 삼은 "말아톤"과 비교가 될 수 있지만,
글러브는 기존의 스포츠 영화들과 달리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보여준다.
"GLOVE에서 G를 빼면 LOVE가 남는다" 라는 대사처럼
스포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라는게 어떤것인지,
어떠한 힘을 가졌는지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영화에서 보여주는 우승에 대한 맹목적인 집단단결이 아닌
자신의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고 팀원들을 배려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것을 놀랍도록 조화시킨 강우석 감독님은 정말 뛰어난 감독님이다.
강우석 감독님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웃음 코드는 이 영화에서도 돋보인다.
영화 초반부터 시작되는 교감선생님과 수녀님의 대화나
정재영의 러브액츄얼리 패러디등은 웃음을 떠트리게 해주었고
다소 민망하지만 감동적인 대사들을 마구 날려 관객들을 눈물샘을 자극해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한 감독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잘 나가던 운동선수의 슬럼프,
퇴물선수가 되버린 친구를 끝까지 믿어주는 우정,
1승을 향한 야구부의 존폐위기등..
뻔한 이야기이지만,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멋진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정재영의 분량이 많아
144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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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416 2011-02-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극장에서 "글러브"가 상영되고 있는데 [개봉예정]으로 표시되어있네요.
 
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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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교과서에는 『동물농장』의 일부분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어릴 적부터 매우 친숙한 작품이다. 물론 교과서 수록 여부와 무관하게 『동물농장』은 아동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아동 대상의 ‘동화’로도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를 깊이 인지하지 않더라도 소설적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야기 속 내재된 작가의 목소리를 간과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작품 안에 녹아있는 정치풍자소설의 정수가 바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이 작품을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에게 노동력을 무자비하게 유린당한 동물 집단이 주인을 몰아내고 동물들만의 농장으로 만든다, 라는 것이 기본 이야기구조이다. 과연 악(인간)을 소탕한 동물들은 그들만의 천국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인가! 처음에는 동물들만의 천국이 머지않아 보이는 듯 했고, 자신들의 ‘혁명’을 만족해한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인 메이저가 죽고, 농장의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동물들의 서열은 또다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게 된다. 그들이 지향하던 평등한 사회구조가 아닌 불평등한 이전의 관계로 회귀하게 된 것이다. 이전의 지배층이 인간에서 동물로 전이되었을 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그다지 없었다. 동물농장의 지배자 나폴레온은 비슷한 권력을 갖고 있는 스노볼을 추방하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다진다. 그리고 그 권력으로 무지한 피지배계급 동물들을 교묘히 이용한다. 나폴레온은 자신에게 반기를 들 조짐이 보이는 동물들을 가차없이 처단하고 점점 독재자로 변모해 간다. 또한 처음에는 네발로 기던 나폴레온은 어느 순간, 인간처럼 두발로 걷기 시작한다. 그들의 ‘우리는 인간을 닮아서는 안된다!’의 혁명의지는 잊은 채 독재자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거리낌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재자로 변화하는 나폴레온의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가 찾아 볼 수 있는 독재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리고 억압받는 동물들의 모습은 독재 치하의 민중과 흡사하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생생한 비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소설의 범주를 넘어서게 만든다.

나는 동물농장을 읽으면서 독재자를 바라보는 시점이 극단적으로 다른 복서와 벤저민의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 건강하고 힘이 세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믿기만 하는 말, 복서는 한껏 이용당하다 결국 죽임을 당한다.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되어도 나폴레온을 믿기만 하는 어리석은 복서의 모습은 내내 안타까웠다. 순박하고 착한만큼 우둔한 복서는 결국 토사구팽의 희생물이 되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당나귀, 벤저민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영리하고도 비겁한 행보를 보인다. 그는 나폴레온의 악행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지만 그것을 비난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 불난 집을 구경하는 듯 한 행태의 벤저민은 작금의 상황을 타계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회의론자와 흡사하다. 복서와 벤저민은 과거의 우리이자 현재의 우리 모습이었다.

김욱동 교수가 번역한 『동물농장』은 매우 친절하다. 조지 오웰의 원문 그대로를 전하기 위해서 단어의 선택부터 각주 설명까지 열심히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출판 당시의 독자라면 부연설명없이 등장인물과 실제인물의 연관성을 금세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시대와 무관한 현대의 독자들은 바로 연관 지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각주 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동물농장』을 여러 번 읽어본 나 역시 상세한 각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한 탄생비화부터 출간되고 난 그 이후까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동물농장』 속에는 조지 오웰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매번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결국 장원농장의 동물들은 현재 독재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의 국민처럼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결말에 이른다. 나는 불합리한 상황에 안주하는 동물들이 못내 안타까웠다. 하지만 당시의 정치상황에서의 『동물농장』은 출판 자체가 불가한 내용이었고 조지 오웰은 많은 출판사의 문전박대를 당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소중한 작품의 결말은 독자에게 과제로 남긴 채 작품을 마무리한 것은 아닐까! 장원농장의 동물들도 언젠가는 한 목소리로 투쟁했으리라는 나만의 결말을 조심스레 상상해보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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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셰프 - 영화 [남극의 셰프] 원작 에세이
니시무라 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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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영화 『남극의 셰프』를 관람했었다. 영화 속 배경인 남극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먹으며 사는 걸까, 하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에 선택한 영화였다. 적당히 요기를 하고 영화관에 들어갔지만 화면 속 맛깔나게 등장하는 음식덕분에 침을 꼴깍 꼴깍 삼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 이 영화의 원작 에세이 『남극의 셰프』가 내게 날아왔다. 그저 만들어진 것이라 여겼던 이야기가 실화였다니!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영화 속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나의 설렘과 기대감은 무궁무진하게 부풀어갔다.

광활한 설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 남극 대륙의 해발 3,800미터에 조그마한 돔 기지만이 덩그러니 존재한다. 그곳은 펭귄도, 바다표범도, 그 어떤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극한의 땅이다. 극한의 땅을 연구하기 위해서, 연구원들을 의료, 설비, 기계 운영으로 보좌하기 위해서 9명이 모였다. 돔 기지의 월동대원은 과묵한 가네토 부대장을 필두로 겉과 속이 다른 히라사와 대원, 씻기를 거부하는 린 대원, 술고래 모토야마 대원, 유쾌한 바이러스 소유자 가와무라 대원, 열성 카프(프로야구단)팬 니시하라 대원, 추위에 약한 사토 대원, 가끔 정신을 놓는 마취의 후쿠다 대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남극의 셰프』의 저자인 니시무라 대원은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요리사의 막중한 사명을 갖고 돔 월동대원이 되었다. 앞으로 평균 기온 영하 57도에 돔 기지라는 협소한 장소에서 9명의 남자들은 싫든 좋든 1년 동안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만 한다.

『남극의 셰프』는 다양한 개성의 9인 성인남자들의 남극 적응기이다. 혹독한 기후의 남극이니만큼 당연히 그들의 적응기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좌충우돌 남극적응기는 상당히 유쾌하고 즐겁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자칭 게으른 성격에 불량한 요리사인 저자를 비롯하여 다소 무겁고 진지할 것 같은 8인의 남극대원들 역시 그저 철없고 재미있는 아저씨들이라는 사실이 『남극의 셰프』를 유쾌하게 만든다. 또한 저자의 과감한 시선으로 대원들의 일상을 숨김없이 온 천하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장난기가 가득한 편안한 문체를 읽다보면 읽는 이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오히려 전문 작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득이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월동대원들은 틈만 나면 이런저런 구실을 찾아 파티를 개최한다. 게다가 평소에는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는 음식들을 돔 기지에서 맘껏 맛 볼 수 있다. 고가의 고기를 다 먹어치우지 못해 그 다음날 하찮은 라면의 고명으로 사용하기도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밥을 무한정 먹고 있는 대원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이 음식기행을 하러 남극에 왔나, 하는 착각이 드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종반부에 이르렀을 즈음, 독자는 그들이 매일매일 먹은 다채로운 음식만큼 대원들은 매순간마다 남극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제한된 공간에서 그들 나름대로 동료로서의 정을 파티와 음식을 통해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남극의 셰프』를 읽으면서 나는 인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되었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이라해도 인간은 의지를 갖고 타인과 함께 열심히 적응하고 있음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발칙하고 귀여운 남극의 요리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또 다른 남극의 셰프는 지금 이 시각 남극 돔기지에서 대원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를 고심하며 열심히 요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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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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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뛰어넘는 "시간여행"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많은 창작물의 주된 소재로 빈번히 다뤄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간여행"을 꿈꾸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한한 관심과 끝없는 사랑을 퍼붓고 있는 편이다. 아라키 겐의 『촌마게 푸딩』은 18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도쿄에 내버려진, 에도 시대 사무라이의 좌충우돌 현대적응기이다.

일만 하던 남편과 이혼한 히로코는 어린 아들 도모야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싱글 맘이다. 어느 날, 도모야와 귀가하던 히로코는 사무라이 복장에 칼까지 차고 있는 이상한 남자와 맞닥뜨린다. 이상한 남자는 '기지마 야스베', 자신이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라며 믿기 힘든 말들을 쏟아낸다. 히로코는 남자의 말을 완전히 믿지도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한다. 결국 두 모자는 과거에서 날아온 사무라이 야스베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야스베는 식객으로 머물게 된 보답의 의미로 집안일과 육아를 히로코 대신에 맡게 된다. 남자는 절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적인 야스베이지만 전업주부로서의 일들을 척척 해낸다. 게다가 케이크, 초콜릿, 과자 등의 디저트 만들기에 탁월한 능력까지 보여준다. 이런 재능 덕분에 그는 TV 디저트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파티시에가 된 사무라이, 앞으로 그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비장하게 쇼군(장군)을 호위해야하는 사무라이가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촌마게 푸딩』은 이러한 역설구조 때문에 매우 유쾌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일단 첫 장을 넘긴 순간부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지막장을 향하게 될 정도로 가볍고 단순하다. 게다가 작가는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에둘러 복잡하게 돌려 말하지 않는 점은 오히려 이 작품의 장점이 되었다. 『촌마게 푸딩』은 읽는 이의 입장에서 상당히 깔끔하고 개운한 이야기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촌마게 푸딩』은 우리가 절대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이지만 가끔은 잊고 사는 것에 대해서 조용히 일깨워 주고 있다.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가 바라본 현대인들의 잘잘못을 정확히 꼬집어주는 대목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아이더라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하며, 타인의 사과를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등, 사무라이의 시선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로 날아와서 푸딩을 만드는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는 진중함과 순박함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전하는 촌철살인의 진실함은 그 빛이 바래지지 않고 거부감 없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달콤 쌉싸름한 디저트를 맛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촌마게 푸딩』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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