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늦둥이 싱커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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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싱커』를 다 읽고 난 뒤, 나는 새파란 하늘이 매우 보고 싶어 창문 앞에 섰다. 그리고 새파란 하늘을 한동안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멋진 하늘을 한없이 볼 수 있음에 나의 기분은 마냥 좋아졌다.

늦둥이 출신으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미마'는 약을 구하려고 우여곡절 끝에 난민촌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쿠게오'에게서 낯선 게임팩과 물고기 한 마리를 받게 되었다. 뇌파동조를 통해 아마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게임 '싱커'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던 작은 물고기는 '미마'에게 새로운 친구 '부건'과 '다흡'을 만나게 해 준다. 그리고 순식간에 '싱커'게임은 시안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 자연과 생명이라는 존엄한 존재 앞에 숙연해지고 융화되어 간다.

신세계의 지하도시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여느 판타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먼 미래에는 매우 척박하기 그지없는 공간으로 연출한다. 황무지와도 다를 바 없는 지상세계를 대체한 공간이 바로 지하도시 '시안'이다. 그리고 '시안'에 속하지 못한 자들의 공간인 '난민촌'이 존재한다. 또한 시안 안에서조차 계급은 나뉜다. 외양만으로 당장에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파악할 수 있다. 발달된 과학기술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권력자는 그들만의 외모를 선택해 왔고 그들만의 영역을 공고히 다져왔다. 『싱커』의 세계는 시안과 난민촌, 시안과 신아마존, 지하세계와 지상세계, 권력자와 비권력자 등의 대립구조를 그리고 있다. 복잡하다면 끝없이 복잡한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판타지를 기반에 둔 성장소설답게 이러한 대립구조를 매우 간결하고 깔끔하게 처리한 점이 돋보였다.

또한 『싱커』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사건들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름공원에서 아이들의 즐거운 모임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불순함으로 규정해버리는 시안 정찰대, 이에 대항하는 싱커아이들의 침묵시위, 정부와 언론의 난무하는 거짓보도, 난민촌과 신아마존을 무참히 탄압하는 권력자의 모습 등은 우리 현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어 더욱 공감이 가는 대목으로 남았다.

늦둥이 싱커들은 '싱커'게임을 통해 시안을 공격한 곰쥐떼와 서로의 마음을 교류시킨다. 피리 부는 아저씨가 쥐들을 현혹시켜 마을에서 떠난 것처럼 싱커들은 곰쥐떼들을 지상으로 떠나보낸다. 그리고 청명한 하늘에 매료된 싱커들 역시 지하도시 시안을 뒤로 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새로운 공간을 선택한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과 함께 『싱커』는 마무리 된다.

『싱커』는 아주 재미있다. 판타지, 게임, 모험 이라는 소재는 요즘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깔끔한 이야기 구조 또한 책을 읽어나가는 데에 지루함이 없다. 그리고 간결한 이야기 구조에서의 의미심장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기에 『싱커』는 더욱 빛나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