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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어째서 이런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으며, 도대체 인간은 어느 지경까지 악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 『사라의 열쇠』를 읽는 내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인간이 걸어 온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단순히 ‘인간의 실수’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는 인간의 악행들을 수없이 접해왔다. 그리고 과거의 시간뿐만 아니라 현재의 시간 속에서도 끔찍한 비극은 쉼없이 발생되고 있다. 인종, 종교, 계급, 성별을 이유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게다가 목숨을 담보로 유린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쉽고, 간편하게 자행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알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권의 나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독일은 유럽의 유대인에게 그랬다. 『사라의 열쇠』는 프랑스 파리에 상주하던 프랑스 국적의 유대인에게 벌어진 참극, ‘벨디브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작품이다.
1942년 7월 여름밤, 열 살 소녀 사라의 집에 갑작스레 경찰이 들이닥친다. 얼마 전부터 밤마다 부모님의 걱정스런 대화를 엿들었던 사라는 경찰들의 등장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다. 사라는 금방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 네 살배기 남동생 미셸과 놀았던 비밀장소인 벽장 속에 남동생을 숨기고 집을 나선다. 과연 사라는 벽장 속 동생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편, 2002년 5월, 파리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국인 줄리아는 잡지사 기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예쁜 딸 조에와 함께 세 식구가 남편의 할머니가 기거했던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사건’, 즉 ‘벨디브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면서 줄리아의 생활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벨디브 사건을 취재하는 줄리아는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사라의 열쇠』는 1942년의 열 살 소녀 사라와 2002년 잡지사 기자 줄리아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방식은 자칫하면 독자의 집중력을 놓쳐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긴장감을 높여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다행히 『사라의 열쇠』는 후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사라와 줄리아의 시선을 교차시키면서 읽는 이의 시선을 순식간에 붙잡았다. 상당히 낯선 ‘벨디브 사건’을 주된 소재로 채택했지만 2차 대전 때 유대인이 겪은 ‘홀로코스트’는 오히려 익숙한 소재이다.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소재를 작가는 흥미롭게, 감동적으로 표현해냈다. 아픈 역사일수록 절대 잊지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