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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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교과서에는 『동물농장』의 일부분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어릴 적부터 매우 친숙한 작품이다. 물론 교과서 수록 여부와 무관하게 『동물농장』은 아동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아동 대상의 ‘동화’로도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를 깊이 인지하지 않더라도 소설적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야기 속 내재된 작가의 목소리를 간과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작품 안에 녹아있는 정치풍자소설의 정수가 바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이 작품을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에게 노동력을 무자비하게 유린당한 동물 집단이 주인을 몰아내고 동물들만의 농장으로 만든다, 라는 것이 기본 이야기구조이다. 과연 악(인간)을 소탕한 동물들은 그들만의 천국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인가! 처음에는 동물들만의 천국이 머지않아 보이는 듯 했고, 자신들의 ‘혁명’을 만족해한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인 메이저가 죽고, 농장의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동물들의 서열은 또다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게 된다. 그들이 지향하던 평등한 사회구조가 아닌 불평등한 이전의 관계로 회귀하게 된 것이다. 이전의 지배층이 인간에서 동물로 전이되었을 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그다지 없었다. 동물농장의 지배자 나폴레온은 비슷한 권력을 갖고 있는 스노볼을 추방하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다진다. 그리고 그 권력으로 무지한 피지배계급 동물들을 교묘히 이용한다. 나폴레온은 자신에게 반기를 들 조짐이 보이는 동물들을 가차없이 처단하고 점점 독재자로 변모해 간다. 또한 처음에는 네발로 기던 나폴레온은 어느 순간, 인간처럼 두발로 걷기 시작한다. 그들의 ‘우리는 인간을 닮아서는 안된다!’의 혁명의지는 잊은 채 독재자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거리낌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재자로 변화하는 나폴레온의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가 찾아 볼 수 있는 독재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리고 억압받는 동물들의 모습은 독재 치하의 민중과 흡사하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생생한 비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소설의 범주를 넘어서게 만든다.

나는 동물농장을 읽으면서 독재자를 바라보는 시점이 극단적으로 다른 복서와 벤저민의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 건강하고 힘이 세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믿기만 하는 말, 복서는 한껏 이용당하다 결국 죽임을 당한다.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되어도 나폴레온을 믿기만 하는 어리석은 복서의 모습은 내내 안타까웠다. 순박하고 착한만큼 우둔한 복서는 결국 토사구팽의 희생물이 되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당나귀, 벤저민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영리하고도 비겁한 행보를 보인다. 그는 나폴레온의 악행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지만 그것을 비난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 불난 집을 구경하는 듯 한 행태의 벤저민은 작금의 상황을 타계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회의론자와 흡사하다. 복서와 벤저민은 과거의 우리이자 현재의 우리 모습이었다.

김욱동 교수가 번역한 『동물농장』은 매우 친절하다. 조지 오웰의 원문 그대로를 전하기 위해서 단어의 선택부터 각주 설명까지 열심히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출판 당시의 독자라면 부연설명없이 등장인물과 실제인물의 연관성을 금세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시대와 무관한 현대의 독자들은 바로 연관 지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각주 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동물농장』을 여러 번 읽어본 나 역시 상세한 각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한 탄생비화부터 출간되고 난 그 이후까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동물농장』 속에는 조지 오웰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매번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결국 장원농장의 동물들은 현재 독재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의 국민처럼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결말에 이른다. 나는 불합리한 상황에 안주하는 동물들이 못내 안타까웠다. 하지만 당시의 정치상황에서의 『동물농장』은 출판 자체가 불가한 내용이었고 조지 오웰은 많은 출판사의 문전박대를 당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소중한 작품의 결말은 독자에게 과제로 남긴 채 작품을 마무리한 것은 아닐까! 장원농장의 동물들도 언젠가는 한 목소리로 투쟁했으리라는 나만의 결말을 조심스레 상상해보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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