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서를 보내주시면서 함께 넣어주신 책. 검토서 이야기를 하느라 감사하게 잘 읽겠다는 말씀도 못 드려 조금 찜찜한 책.... 

  8,000미터 봉에 무산소로 도전한 저자 라인홀트 메스너가 '산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책이다. 산악회 회원이셨던 아빠 덕에 어릴 때 집에는 일본어로 된 등산책이 좀 있었다. 그때 배운 단어가 베이스캠프. 소설만, 그것도 추리소설만 편식하는 습관을 이 책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싶다. 소설 속 인물의 삶에서 눈을 돌려 진짜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 

 

 

 

 

 

토요일에 내게로 온 책. 작업서와 함께 넣어주신 책. 토요일이라 전화는 못 하고 책 잘 받았다는 메일만 일단 보내드렸는데, 이번에도 작업서 이야기만 하고 책 고맙다는 말을 깜박... 또 찜찜하다...이번 책은 소설이다.  

 

 표지의 질감이 좋다. 힘 있는 마분지 같은 느낌인데, 처음에는 때가 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원래 이런 색이네. 책도 크고 두꺼운데 무겁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어가 좋다. 재미있게 잘 읽는 일만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댁에 일핑계로 아이를 맡겨 놓고 정말 오랜 만에 도서관에 다녀왔다. 

마감 때문에 도서관을 애써 참고 있기도 했고, 너무 추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기도 했고. 하지만 도서관을 참는 건 오늘까지였다. 읽지 못하고 다시 반납하는 수고를 하게 되더라도 책을 한 보따리 빌려오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그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용감하게 갔다.  

상은 무슨,,, 추워서 얼어 죽는 줄 알았다. 내복을 입으려고 했는데,,, 입을 수 있었는데,,, 입어야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지하철 고장으로 지하철이 지연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까지... 추운 역사에서 기다리는데 정말 한 정거장만 아니면 택시타고 싶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간 도서관은 약간 변해 있었다. 

이 도서관은 신간 코너가 벽을 향해 있고 벽에는 소파가 있는 구조여서, 전에는 책장을 빙돌아 들어가면 사람들이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그 구조가 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책장은 벽에 붙어 있고, 소파는 벽을 보는 구조로 말이다. 이런 낭패가... 이런 구조라면 신간은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띄일 것이고, 그럴 수록 사람들의 손을 더 많이 타게 될 것이 아닌가. 아니나다를까 신간코너에는 책이 거의 없었어. 방학이라 그런 걸 거라면 황망한 마음을 수습해야 했다. 몇 권 남지 않은 신간에서 본 중고 신간 <장르라 부르면 대답함>. 일단 패스했다. 읽고 싶은 목록에 출간되자 마자 들어가 있었는데, 오늘은 왠지 땡기지 않아서... 

토라진 그 아이를 뒤로 하고, 한국소설 서가로 제일 먼저 갔다. 오늘 처음(아니 올해 처음이지...) 빌린 책은 박태원의 <천변풍경>. 전부터 읽으려고 찜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서가를 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연문기담>. 김내성의 추리소설은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이려고 했는데, 이 책은 아직 구입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거 읽고 사는 것도 괜찮겠지. 

일본소설은 잠시 쉬자는 생각에(알라딘에서 예약한 <하루살이>가 오기까지는...), 영미권과 그외 나라 서가로 갔다가 정말 반가운 책을 보았다. <도롱뇽과의 전쟁>. 묵직한 분량과 자잘한 글씨를 보니, 아무래도 기한 내에 다 읽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누가 먼저 빌려갈 세라 잽싸게 GET! 

뒤돌아서니 <봉제 인형의 살생부>가 나를 유혹하는 것 같았지만, 오늘은 과감하게 패스. 영미권에서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보고 집어들었다. 추리소설만 너무 편애하는 것 같아, 다른 장르의 소설도 읽자고 마음은 먹었는데, 과연.. 그 근처에서 <39계단>을 집어들며 회심의 미소...  

이제 한 권만 더 고르면 되는데, 마땅한 책이 없어 서가를 몇 번이나 돌고 돌았다. 그러다가 정말 운 좋게도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을 보았다. 서가에 짱박아 놓은 것처럼 쏙 들어가 있어서 몇 번을 지나치면서 보지 못했다.  대출권수가 꽉 찬 누군가가 다음에 와서 빌려가려고 숨겨 놓은 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도서관 음모론이 고개를 쳐들었다. 세상 사람들인 다 나같은 건 아니겠지.  


도서관, 역시 좋구나를 맘속으로 외치며 집으로 돌아오니 세탁기에는 다 돌아간 빨래들이 꼬깃꼬깃 뭉쳐져 있고, 환기한다면서 아침에 열었던 창문이 그대로 열려 있고, 아무튼 집이 엉망진창이다. 즐거운 도서관 나들이는 이렇게 일상으로의 귀환으로 끝이 나는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은 알라딘 서재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달샤베트라는 제목이 너무 예뻤고 책속 그림이 또 너무 예뻐서 내 아이를 위해서 꼭 사자고 점찍은 책이었다. 

아이가 이제 돌도 지나지 않아 책은 다 먹는 걸로만 안다. 태교에 좋다고 해서 샀던 <사랑해 사랑해>를 아이는 보자마자 북 찢어 먹어버렸다. 아기들 책이 왜 두꺼운 판지인지 그제야 알겠더라...   

 

 

 

 

 

 

아무튼, 저 책을 본 순간 내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마음의 양식이 아니라 섬유질만 잔뜩 줄 것 같아 아직은 보여주지 않고 잘 모셔두고 있다. 그런데 요즘 책의 제목을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어두워진다. 달샤벳이라는 걸그룹의 이름을 본 순간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있었다. 기획사에서 이름을 쓰고 싶다고 했지만 작가분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없던 걸로 하기로 했는데, 달샤벳... !!! 달샤벳...! 달 샤베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 물어도 이건 눈 가리고 아옹이다.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다는 글을 읽고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데 방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기사 제목을 보았다.  

<달샤벳! 엉덩이가 예쁘다고요? 양쪽을 골고루 흔들어서 그래요.> 

다 먹고 살자고 이러는 거 다 안다. 기획사도, 인기 걸그룹을 꿈꾸는 저 소녀들도, 기자도... 그래도 분통이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의 달 샤베트를 돌려달라고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이럴 진데, 작가님은 얼마나 허망하고 분할까... 분야는 달라도 연예인들도 예술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면 창작이 얼마나 어렵고 힘드는 건지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자신들이 개발한 안무를 누가 도용하고 곡을 표절하면 그 심정을 알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도서관을 무척 좋아한다. 서점도 좋지만 그래도 난 도서관이다. 나의 소심함과 약간의 결벽증 때문에 서점이 불편하다. 나는 서점에서 독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지나다니기에 불편한 것은 물론이요, 새 물건을 돈도 내지 않고 다 읽고 만지고 구겨 놓는 것이 싫다. 언젠가는 서점에서 새 책을 침발라 넘기는 사람도 봤는데, 정말 그 책 꼭 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말 안 했다. 난 소심하니까.)  다름아닌 책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다. 옷이라면 입어보고 살 수도 있다. 집에 가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도 할 수 있다. 읽다보니 재미없어서 반품하고 싶어요. 책은 이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도서관이 편하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털썩 주저앉아 읽으면 되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집에 가져가서 읽어도 되고.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반납하면 되고. 게다가 돈도 차비밖에 들지 않는다.(자판기 커피 값도 든다.) 신간은 사 달라고 하면 되고, 내가 사 달라고 한 책은 나보고 제일 먼저 빌려가라고 연락도 해 준다.  내가 간 도서관에 없는 책이 다른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달라고 해도 된다. 도서관의 장점은 또 있다. 집에 책이 대책없이 쌓일 염려가 없다. 그런데 이건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다 읽은 책은 반드시 반납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단점도 꽤 된다. 무엇보다 읽고 싶다고 다 읽을 수 없다. 기다려야 한다. 남이 먼저 빌려 갔거나 예약을 했을 수 있으니까. 신간도 신청만 하면 바로 사 주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구매를 하니 기다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청결의 문제다. 솔직히 가끔 찝찝할 때가 있다. 자외선 소독기 같은 걸 장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머리카락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음식물이 묻어 있을 때도 있다. 침발라 넘긴 자국도 있고. 취향의 차이로 분통을 터트릴 때도 있다. 나는 책을 무척 깔끔하게 본다. 구기거나 접지도 않고, 뭔가를 끼적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의 책에 이것 저것 줄을 치고 감상을 적어놓은 걸 보면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진다. 외국 소설을 볼 때면, 사람 이름마다 표시를 해 놓지를 않나(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꼭 책에 표시를 해야 하나? 메모지는 뒀다가 뭐하나?), 오역을 지적해 놓지를 않나. 가관이다. 도서관 책을 내 책처럼 험하게 보는 자세는 참고서에서 정점을 이룬다. 도서관 책으로 공부를 하는 건 좋지만 문제까지 푸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문제는 다른 곳에다 풀고 공부만 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문제 풀기 전에 답부터 보는 습관이 얼마나 안 좋은 건데, 다른 사람의 학습 의욕과 효율을 그런 식으로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이런 여러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나는 그런 도서관이 좋다. 내 아이도 도서관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방금 아빠 꿈을 꾸다가 깼다. 어제 잠을 잘못 잔 탓에 어깨에 담이라도 결렸는지, 등까지 너무 아파 아침부터 불을 때고 누워 있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아침에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오늘 배달된다는 문자를 받아서일까. 꿈에 아빠가 어딜 다녀오시면서 내 짐을 잔뜩 챙겨오신 거다. 전부 책이며, 책 사면 주는 사은품이었다. 그러다 아빠가 작년에 돌아가셨지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꿈속에서 아빠를 부르며 울다가 깼다.  

솔직히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는 눈물이 났지만 슬프지 않았다. 슬프다, 안 슬프다. 이런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돌아가실 것 같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남편과 함께 짐을 꾸리고 있는데,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 그렇게 허겁지겁 고향으로 내려가 장례를 치르고 올라와 또 한 동안 몸살로 앓아 누워야 했다. 그리고부터 지금까지 너무 바빴다. 문득문득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와 마지막 통화도 생각났다. 마치 가슴 한켠에 자그마한 조약돌이 생겨나 아주아주 조금씩 자라는 것 같다. 그래서 커다랗게 자라고자라서 어느 순간 심장을 콱 눌러버리는 것 같다. 지금도 슬프지 않다. 그냥 멍하고 먹먹하고 그렇다. 꿈에서 아빠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빠가 가져다주신 책을 살피느라 아빠를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또 불효를 저질렀구나 싶어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2. 아빠를 부르다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는데, 택배아저씨가 왔다. 알라딘에서 책이 온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아는 분이 보내주신 홍차였다. 홍차 상자가 너무 예뻐서 뜯지도 않고 그냥 두었다. 나는 주로 커피를 마신다. 그것도 국민커피라는 믹쑤로다가. 커피맛이 아니라 설탕맛으로 먹는 그 믹쑤. 요즘은 입맛이 조금 변해서 원두도 많이 마시지만, 대세는 믹쑤. 대학원시절 러시아에서 반년을 지냈다. 남들 학부때 가는 연수를 나는 그때 간 거다. 추위를 워낙 싫어하는 터라 나는 당연히 추위가 그래도 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된 봄부터 여름까지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해 이상기온으로 눈이 허리까지밖에 차지 않았으니까...음하하하하  그래도 눈보라가 불지는 않았다. 모스크바라면 일년 내내 눈이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여름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 춥다는 시베리아 툰드라에도 봄여름이면 꽃이 피는데, 모스크바는 어떻겠는가? 그곳 여름은 몹시 덥다. 38도까지 올라간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습하지 않아 견딜만하다. 사하라사막도 습하지 않아 견딜만 하다지 않는가. 게다가 오래된 외국 건물들은 벽이 두껍고 천장이 높아 밖은 찌는 듯이 더워도 일단 들어가면 서늘한 것이 참 기분 좋다.  

이야기가 또 딴 곳으로 새고 있네... 아무튼 난 모스크바에 갈 때도 믹쑤를 잔뜩 사들고 갔다. 러시아사람들도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우리나라 믹쑤도 참 좋아한다. 하지만 러시아하면 '차이', 홍차의 나라다. 틈만 나면 홍차를 끓여서 설탕 좋아하는 나조차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달콤한 주전부리와 함께 마신다. 나도 러시아사람들이 타주는 홍차를 많이 얻어 마셨는데, 정말 맛이 일품이다. 희한하게도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여기서는 세금탓인지 백화점에서 대따 비싸게 팔더라만 거기서는 무지 싼 홍차들이다.) 티백인데도, 심지어 맛없는 홍차의 대명사 립튼(아닌가?)으로 끓여도 이상하게 맛이 있다. 그 맛에 반해서 나도 레몬도 사고 각설탕도 사고 큰 맘 먹고 비싼 홍차도 백화점에서 사서 타 봤지만, 이상하게 내가 끓이면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 와서는 내가 직접 산 홍차 티백이나 잎차를 끝까지 다 먹어 본 적이 없다. 뭘까? 물이 달라서일까? 나는 평생동안 믹쑤를 타먹지만 아직도 물을 잘 못 맞추는데...  

인터넷에 보면 비싼 홍차, 좋은 홍차도 많더라. 티팟만 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고. 하지만 한눈에 '너는 싸구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주전자에, 홍차를 얼마나 마셨는지 붉게 물이 들고 금도 살짝 간 잔에, 차를 우릴 때 주전자에 씌우는 그 모자 같은 거 없이 그냥 행주로 덮어두기만 해도 얼마나 많있게 홍차가 우려나오는지. 역시 중요한 건 연장이 아니라 솜씨와 마음씨인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