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을 무척 좋아한다. 서점도 좋지만 그래도 난 도서관이다. 나의 소심함과 약간의 결벽증 때문에 서점이 불편하다. 나는 서점에서 독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지나다니기에 불편한 것은 물론이요, 새 물건을 돈도 내지 않고 다 읽고 만지고 구겨 놓는 것이 싫다. 언젠가는 서점에서 새 책을 침발라 넘기는 사람도 봤는데, 정말 그 책 꼭 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말 안 했다. 난 소심하니까.)  다름아닌 책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다. 옷이라면 입어보고 살 수도 있다. 집에 가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도 할 수 있다. 읽다보니 재미없어서 반품하고 싶어요. 책은 이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도서관이 편하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털썩 주저앉아 읽으면 되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집에 가져가서 읽어도 되고.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반납하면 되고. 게다가 돈도 차비밖에 들지 않는다.(자판기 커피 값도 든다.) 신간은 사 달라고 하면 되고, 내가 사 달라고 한 책은 나보고 제일 먼저 빌려가라고 연락도 해 준다.  내가 간 도서관에 없는 책이 다른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달라고 해도 된다. 도서관의 장점은 또 있다. 집에 책이 대책없이 쌓일 염려가 없다. 그런데 이건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다 읽은 책은 반드시 반납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단점도 꽤 된다. 무엇보다 읽고 싶다고 다 읽을 수 없다. 기다려야 한다. 남이 먼저 빌려 갔거나 예약을 했을 수 있으니까. 신간도 신청만 하면 바로 사 주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구매를 하니 기다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청결의 문제다. 솔직히 가끔 찝찝할 때가 있다. 자외선 소독기 같은 걸 장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머리카락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음식물이 묻어 있을 때도 있다. 침발라 넘긴 자국도 있고. 취향의 차이로 분통을 터트릴 때도 있다. 나는 책을 무척 깔끔하게 본다. 구기거나 접지도 않고, 뭔가를 끼적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의 책에 이것 저것 줄을 치고 감상을 적어놓은 걸 보면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진다. 외국 소설을 볼 때면, 사람 이름마다 표시를 해 놓지를 않나(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꼭 책에 표시를 해야 하나? 메모지는 뒀다가 뭐하나?), 오역을 지적해 놓지를 않나. 가관이다. 도서관 책을 내 책처럼 험하게 보는 자세는 참고서에서 정점을 이룬다. 도서관 책으로 공부를 하는 건 좋지만 문제까지 푸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문제는 다른 곳에다 풀고 공부만 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문제 풀기 전에 답부터 보는 습관이 얼마나 안 좋은 건데, 다른 사람의 학습 의욕과 효율을 그런 식으로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이런 여러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나는 그런 도서관이 좋다. 내 아이도 도서관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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