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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 백내장 제거 수술 이후의 몇몇 단상들
존 버거 지음, 장경렬 옮김, 셀축 데미렐 그림 / 열화당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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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한달음에 읽어버렸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페이지마다 포스트잇 하나에 다 적을 수 있을 듯한 짧은 글과 근사한 그림으로 구성된 책이라 읽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성격이 급해 그 다음 페이지에 어떤 글이, 어떤 그림이 있을지 궁금해서 멈출 수도 없고 읽는 속도를 줄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읽고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었다.

그림도 요기조기 뜯어보고 글도 음미하듯 읽어보고.

 

이 책은 양쪽 눈 모두 백내장에 걸린 존 버거가 수술을 받으면서 자신이 겪은 변화를 담담하게 쓴 책이다. 그림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글이 적고 글마다 삽화가 달려 있는데, 짧은 글인데도 존 버거가 수술 전과 후에 빛과 색채에 대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알려주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짜증하는 병일 뿐인 백내장을 앓고 양쪽 눈 모두 수술을 받으면서도 존 버거는 그 기회를 빛과 색을 다시 살피고 맛보고 경험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백내장이라는 불편을 겪으며 "물고기가 물속에 살며 헤엄을 치듯, 우리는 빛 속에 살며 그 안에서 움직인다"는 당연한 진리를 실감하고 깨닫게 된다. 한쪽 눈부터 먼저 수술을 받아 한쪽만 회복된 상태에서 공간과 거리감각에 나타나는 변화를 마치 과학자가 분석이라도 하듯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 대목에서 절로 웃음이 났다. 세상을 이렇게 느긋하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그 결과 이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이 나왔구나, 싶었다.

 

책을 처음 받아보고 눈처럼 하얀 표지를 본 순간, 때가 많이 타겠다, 비닐로 씌울까.. 고민을 살짝 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가서 백내장에 완쾌한 존 버거가 하얀 색을 처음 보았을 때 난생 처음 하얀 종이를 보았을 때처럼 그 어떤 하얀 종이보다 하얗게 보였다는 부분을 읽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지금 내가 본 하얀 색은 어쩌면 존 버거가 보았을 수술 후의 그 하얀 색이 아닐까... 때가 타기 전의 순백이라는 의미에 가장 합당한 흰색. 어느덧 햇빛에 바라고 먼지가 앉고.. 그렇게 하얀색이 노랗게 바래가겠지... 시간이 가면... 그때 가서 종이가 다시 하얗게 바뀔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하얀 색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고 싶다.... 존 버거가 "백내장 제거 수술이 있은 다음 두 눈이 체엄하는 것은 시각의 르네상스에 상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듯이, 이 흰색이 존 버거가 느낀 시각의 르네상스에 상응하는 것이라 내멋대로 정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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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2014-06-2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존 버거의 이런 책이 있군요.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koshka 2014-06-30 11:51   좋아요 0 | URL
네.... 그림이 예뻐서 샀는데, 글도 너무 좋더라고요...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