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난히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내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분노를 불러일으킬까 겁이 난다. 

얼마 전 내가 유령회원으로 있는 어떤 까페에서 댓글때문에 눈살 찌푸릴 일이 있었다. 

누군가 서평을 달았고, 누군가 그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댓글의 어조가 문제였다. 서평 코너에 올리는 서평은 무슨 내용이든 아무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읽었다는데, 그건 잘못되었다거나 이상한 감상이라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댓글의 내용 또한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듯이 다른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태도이다.  

문제가 된 댓글은 참 애매했다. 만약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면, 그리고 댓글을 다신 분이 기분좋은 표정으로 재미있게 말씀하셨다면, 아마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도 조금은 기분 상할 것 같지만)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단이 문자밖에 없는 이런 공간에서는 그래서 한 자, 한 자가 조심스럽다. 그 댓글은 서평자를 조롱하는 내용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다. 게다가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더욱 그런 식으로 의견을 표현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사람들과 부대끼며 소통하며 살아가려면 언제든지 상대방을 상처줄 수 있고 상대로부터 상처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고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려면 깔끔떨며 혼자 독야청청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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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hka 2011-02-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는 정말 온갖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생각들로 넘쳐나는구나. 그래서 재미있지만,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다. 정말 세상은 요지경...
 

트위터를 돌아다니다가, 어찌어찌하여 동네 도서관을 만들려고 고군분투중인 젊은(아마도?) 국어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안부게시판을 통한 인사지만... 

얼마나 큰 도서관이고, 어떤 도서관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만천하에 도서관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알리고 열심히 노력 중인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책을 기증하기로 했다. 내가 다 읽은 책(나는 책을 무척 깨끗하게 봐서, 새 책이나 다름이 없다.)이며 역자증정본으로 받은 책이며 출판사에서 간간히 보내주시는 책들을 기증하기로 했다. 

알라딘 중고샵 만들어 봐야 파리만 날리는데 (솔직히 내가 책에다 XXX 소장도서라고 건방지게 도장을 꾹꾹 박아넣은 바람에 팔 책도 몇 권 없더라....) 독서저변인구 확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이거 마당 쓸고 돈 줍고,,, 뭐 이런 거지. 책 읽는 사람이 없으면 나는 정말로 집에서 애나 봐야 하니까. 

그래서 올해부터 책이 생기면 꼭 소장할 책이 아니라면 후딱후딱 방출할 생각이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2011년 장기계획. 

올해는 무작정 되는 대로 읽는 것에서 좀 더 체계적인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나는 책이 내 인생을 즐겁게 해 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교훈적이어야 하거나 책을 어렵게 대해야 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질색이다. 나도 책을 무척 곱게 읽는 편이지만, 책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컵라면 익을 때까지 책을 올려놔도 좋고, 배게로 써도 좋고, 재미있게 잘 읽기만 하면 아무래도 좋다는 주의라, 책을 고를 때도 나만의 재미를 기준으로 고른다. 그러다보니 책이라면 추리소설밖에 읽지 않게 되었다.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다들 놀라는데, 워낙 책편식을 한 결과 알고 보면 나의 지식이라는 게 참으로 얄팍하고 넓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무식해서 아쉬울 것은 없는데, 이제 슬슬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싶어진다. 트위터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나만 그런가?) 소설가 김영하와 닉네임 소조라는 분의 갑론을박을 읽으면서 나는 통탄했다. 뭥 소린겨?를 남발하며 읽은 곳을 또 읽으며 맥락을 파악하고 글에서 인용된 사람들을 찾아보다가 그냥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읽다보니 참 재미있었다. 이 세상에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대단해 보였다. 문득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잘 하는 책읽기로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주제는 온 세상의 모든 지식?  

이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작주의 독서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한 작가의 작품 모두, 한 저술가의 저작 모두, 특정 이론에 관한 책 모두.. 이런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배가 부른 흐뭇한 계획인데, 과연 내가 최소 올 한 해 만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그 첫 시작은 커트 보네거트. 집에 고양이 요람밖에 없어서 사든지 대출하든지 해야 한다. 일단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일단 알라딘에 있는 보네거트의 작품부터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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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hka 2011-02-1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 이상북에서 고전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1월에 시작해서 이달까지 한다. 너무 늦게 알았네. 일찍 알았다고 해도 애딸린 아줌마가 꼬박꼬박 참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 같다. ㅜ.ㅜ
 
 전출처 : Kitty님의 "안타까운 마음에...."

와우, 코지미스테리 애호가를 여기서 또 만나는군요. 주변에 출판번역종사자도 없지만 코지광도 없어서... 저 키티님이 올리신 글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서재나 블로그를 지금까지 거의 안 하다보니 아직도 리스트를 수첩에 뽑아놓거든요. 제 수첩과 책장에 꽂힌 책들과 키니팀의 리스트를 보니 싱크로율이 거의 70-80는 되네요...^^ 어제 도착한 따끈따끈한 책도 있고요. 전에 제가 읽고 재미있어서 아는 편집자들에게 소개를 했는데, 다들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러더니 다른 출판사에서 떡하니 나오더군요. 로라 레빈의 제인 오스틴 시리즈랑 로라 차일드 찻집이라 코지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머독 미스터리였어요... 어찌나 힘빠지던지. 코지는 독자로 즐기자고 체념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으니 또 슬그머니 욕심이 나네요. 저도 한나 스웬스 시리즈 너무 좋아해요. 삼각관계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좀 멀리하고, 범인도 잡고 애인도 챙기는 언니들을 찾고 있죠. 제가 번역한 작품은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라 그런가 봐요...^^(그러고보니 우리 할머니 다음 시리즈에서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다던데.) 아프거나 만사가 귀찮거나 우울할 때는 페이퍼백 코지가 딱이죠. 가볍고, 재밌고. 저도 많이 읽고 싶은데, 표지만 봐도 좋아서 자꾸 쌓아두게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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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Kitty님의 "안타까운 마음에...."

소설,,, 저는 순수문학도 아니고 코지미스터리라, 그저 재미있게 했답니다. 시리즈를 계속 낼 정도로는 나갔는지, 이어서 번역을 하게 되었어요. 혹시 코지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척 좋아해서 아는 편집자들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려 대는 중입니다. 키티님도 소설 잘 하실 것 같은데요. 번역을 하다보면 별별 일이 다 있더라고요.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삽니다.^^ 코지 좋아하시면 나중에(언제 나올지, 담당 편집자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바람에 책이 붕 떠서...ㅜ.ㅜ) 나오면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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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수퍼남매맘님의 "독서의 양극화 현상(경향신문 발제)"

수퍼남매맘님의 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저는 곧 돌이 되는 아이가 있는데, 독서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저와 신랑은 다행히(?) 책을 좋아해요. 저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요. 아이도 저희 부부처럼 타고나기를 책을 좋아하게 타고났다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오전에 팝업북 몇 권을 주문한 후라, 더 이 글이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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