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돌아다니다가, 어찌어찌하여 동네 도서관을 만들려고 고군분투중인 젊은(아마도?) 국어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안부게시판을 통한 인사지만...
얼마나 큰 도서관이고, 어떤 도서관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만천하에 도서관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알리고 열심히 노력 중인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책을 기증하기로 했다. 내가 다 읽은 책(나는 책을 무척 깨끗하게 봐서, 새 책이나 다름이 없다.)이며 역자증정본으로 받은 책이며 출판사에서 간간히 보내주시는 책들을 기증하기로 했다.
알라딘 중고샵 만들어 봐야 파리만 날리는데 (솔직히 내가 책에다 XXX 소장도서라고 건방지게 도장을 꾹꾹 박아넣은 바람에 팔 책도 몇 권 없더라....) 독서저변인구 확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이거 마당 쓸고 돈 줍고,,, 뭐 이런 거지. 책 읽는 사람이 없으면 나는 정말로 집에서 애나 봐야 하니까.
그래서 올해부터 책이 생기면 꼭 소장할 책이 아니라면 후딱후딱 방출할 생각이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2011년 장기계획.
올해는 무작정 되는 대로 읽는 것에서 좀 더 체계적인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나는 책이 내 인생을 즐겁게 해 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교훈적이어야 하거나 책을 어렵게 대해야 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질색이다. 나도 책을 무척 곱게 읽는 편이지만, 책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컵라면 익을 때까지 책을 올려놔도 좋고, 배게로 써도 좋고, 재미있게 잘 읽기만 하면 아무래도 좋다는 주의라, 책을 고를 때도 나만의 재미를 기준으로 고른다. 그러다보니 책이라면 추리소설밖에 읽지 않게 되었다.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다들 놀라는데, 워낙 책편식을 한 결과 알고 보면 나의 지식이라는 게 참으로 얄팍하고 넓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무식해서 아쉬울 것은 없는데, 이제 슬슬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싶어진다. 트위터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나만 그런가?) 소설가 김영하와 닉네임 소조라는 분의 갑론을박을 읽으면서 나는 통탄했다. 뭥 소린겨?를 남발하며 읽은 곳을 또 읽으며 맥락을 파악하고 글에서 인용된 사람들을 찾아보다가 그냥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읽다보니 참 재미있었다. 이 세상에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대단해 보였다. 문득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잘 하는 책읽기로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주제는 온 세상의 모든 지식?
이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작주의 독서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한 작가의 작품 모두, 한 저술가의 저작 모두, 특정 이론에 관한 책 모두.. 이런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배가 부른 흐뭇한 계획인데, 과연 내가 최소 올 한 해 만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그 첫 시작은 커트 보네거트. 집에 고양이 요람밖에 없어서 사든지 대출하든지 해야 한다. 일단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일단 알라딘에 있는 보네거트의 작품부터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