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공부 -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핼 스테빈스 지음, 이지연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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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출신의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핼 스테빈스가 1957년에 처음 출간한 책이다. 아포리즘 위주의 책으로, 광고의 정의, 카피 쓰는 법, 광고 의뢰인을 대하는 자세, 광고를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법 등 카피라이터는 물론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 자체는 좋은데, 카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카피를 제대로 배운 적 없고 광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썩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거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1957년에 처음 나온 책에 너무 많은 걸 바라나...). 


참고로 핼 스테빈스가 제안하는 10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명령조의 ‘해라’, ‘하지 마라’ 같은 말로 방해하지 말고, 광고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놓아둬라. 

2. 잔재주는 집어치우고 진실을 고수하라. 다만 그 진실은 ‘흥미진진한 진실’로 만들어라. 

3. 경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러나 마음의 노래에도 귀를 기울여라. 그게 바로 판매를 움직이는 멜로디다. 

4. 감히 남들과 다른 것을 해보라. ‘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루한 세상에 참신한 일을 해보기 위해서다. 

5. 카피용 목발은 내다 버리고 내 두 발로 당당히 서라. 

6. 내 상상과 내 발명에 의존하라. 내가 가진 창의적 출처와 자원에 의존하라. 

7. 카피 쓰기를 그만두어야 카피 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8. 똑똑한 대중을 모욕함으로써 똑똑한 나 자신까지 모욕하지 마라. 

9.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려는 말’에 힘을 줘라.

10. 요약하면, 줏대 있는 카피를 써라. 그리고 용기를 갖고 그 카피를 위해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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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안미영 지음 / 종이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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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제약도 많고 경험도 부족한 10대 시절에 평생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하라고 강요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학교나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하거나, 대학 졸업 후 때늦은 적성 고민, 진로 걱정을 한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에 나오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들어갔다. 학점 관리하고 스펙 쌓아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하지 않고 장래가 안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때 이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원래 그런 거라고 체념하는 대신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퇴사를 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돈이 많아서, 믿을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과 비교해 눈에 보이는 차별을 하는 회사, 임신 소식을 전하자마자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는 회사, 6개월이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회사, 이런 회사를 버티고 다니기에는 내가, 내 인생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A 씨는 차(茶)를 공부해 1인 미디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L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커피숍을 직접 열었다. B 씨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해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O 씨는 퇴사 후 본격적으로 덕질을 하기 시작해 이제는 알아주는 '연뮤덕(연극, 뮤지컬 덕후)'이 되었다. J 씨는 어차피 쉬어가니 버킷리스트라도 지워보자는 생각으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다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찾았다. 퇴사를 생각하고 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 퇴사 후 어떻게 살지 막막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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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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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팬이라면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를 알 것이다(드라마가 끝난 후 이어지는 짤막한 영상에서 드라마에 등장한 가게에 실제로 방문해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찾는 아저씨가 바로 이 분이다 ㅎㅎㅎ). <고독한 미식가>를 비롯해 <하나 씨의 간단 요리>, <낮의 목욕탕과 술>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만화, 에세이, 드라마 등을 작업한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평소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즐겨 먹을까. 궁금하다면 구스미 마사유키의 음식 탐닉기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를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고기구이, 라멘, 돈가스, 카레라이스, 단팥빵, 젓갈, 소바, 샌드위치 등 저자가 평소에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멘집에서 라멘을 먹을 때는 교자(군만두)와 맥주를 먼저 주문해 먹다가 배가 적당히 찰 때쯤 라멘을 주문해 마무리를 한다든가, 돈가스를 먹을 때는 여섯 등분해 가운데 부분부터 먹는다든가, 따뜻한 소바를 먹을 때는 날계란을 넣어서 맛을 더욱 부드럽게 한다든가 하는 저자의 취향 또는 팁이 담겨 있다. 


<고독한 미식가>에는 베트남 요리, 멕시코 요리, 타이완 요리 등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는 반면, 이 책에는 라멘, 돈가스, 소바 등 일본 사람들이 즐겨먹는 서민적인 요리 일색인 점도 눈에 띈다. 다소 낡았어도 수수하고 소박한 것을 사랑하는 저자의 취향이 음식 취향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횟집에서 회를 쌈에 싸먹는 걸 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다가 나중엔 그 맛에 푹 빠진 이야기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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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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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장제 모계사회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저자의 문화인류학 보고서. 오랫동안 공고하게 유지되었던 공동체가, 중앙 권력과 자본주의와 대중 매체가 밀려들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모습을 보고 많이 슬펐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겪고도 잊어버린 과거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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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준비해두고 아직 안읽었는데 키치님 정말 빠르시네요!

키치 2018-08-25 09:55   좋아요 0 | URL
지하철 출근하면서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재미있어서 술술 읽히더라고요 ^^
 
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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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잘 나가는 변호사 추와이홍은 중국 대륙을 여행하다가 윈난성에 있는 모쒀족 거주 지역을 방문한다. '여신이 다스리는 어머니의 나라'라는 소개에 호기심을 느낀 추와이홍은 전설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모계사회가 이곳에 존재하는 걸 알고 흥분한다. 그 후로 추와이홍은 일 년에 몇 번씩 모쒀족 거주 지역을 찾다가 이제는 아예 그곳에 집을 짓고 일 년의 절반을 살고 있다. 


'돈도 명예도 다 가진 나인데, 현대식 화장실조차 없는 모쒀족의 나라가 왜 이렇게 편안할까.' 


저자는 모쒀족이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모계사회'라는 점이 그 이유라는 걸 깨닫는다. 모쒀족은 가부장제가 아닌 가모장제 사회다. 한 집안의 대는 할머니(가부장제 사회의 외할머니)에게서 어머니, 딸로 이어진다. 집안에 아버지는 없고 외삼촌이 아버지 역할을 대신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선 아들이 태어나면 기뻐하고 딸이 태어나면 실망하지만, 모쒀족 사회에선 아들이 태어나면 기뻐하고 딸이 태어나면 더 기뻐한다. 모쒀족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귀한 존재로 대접받기 때문에 살생을 하지 않고 부엌에 드나들지 않으며 고되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는다. 모쒀족 남성은 여성을 즐겁게 하기 위해 몸단장을 부지런히 하고 노래와 춤 실력을 가다듬는다. 


저자는 불과 십여 년 전까지 잘 유지되었던 모쒀족 사회가, 중앙 권력이 침투되고 자본주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위협받고 망가지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서술한다. 중국 정부는 모쒀족에게 결혼 제도와 일부일처제를 강요한다. 모쒀족 남녀가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면 같은 일을 해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급료를 받기 때문에 남성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여성의 발언권이 낮아진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가부장제와 일부일처제 등을 접한 젊은 사람들은 모쒀족 문화가 별나고 이상하다고 여긴다. 진정 '별나고 이상한' 건 이쪽 사회인데.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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