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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안미영 지음 / 종이섬 / 2018년 1월
평점 :

사회적인 제약도 많고 경험도 부족한 10대 시절에 평생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하라고 강요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학교나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하거나, 대학 졸업 후 때늦은 적성 고민, 진로 걱정을 한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에 나오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들어갔다. 학점 관리하고 스펙 쌓아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하지 않고 장래가 안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때 이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원래 그런 거라고 체념하는 대신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퇴사를 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돈이 많아서, 믿을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과 비교해 눈에 보이는 차별을 하는 회사, 임신 소식을 전하자마자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는 회사, 6개월이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회사, 이런 회사를 버티고 다니기에는 내가, 내 인생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A 씨는 차(茶)를 공부해 1인 미디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L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커피숍을 직접 열었다. B 씨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해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O 씨는 퇴사 후 본격적으로 덕질을 하기 시작해 이제는 알아주는 '연뮤덕(연극, 뮤지컬 덕후)'이 되었다. J 씨는 어차피 쉬어가니 버킷리스트라도 지워보자는 생각으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다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찾았다. 퇴사를 생각하고 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 퇴사 후 어떻게 살지 막막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