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연 신장판 1
키오 시모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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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신입생 사사하라 칸지는 '어떤 종류'의 서클에 들어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서클 가입 기간이 되어 이런저런 서클을 알아보니 '여기다!' 싶은 서클이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서클이 '현대 시각 문화 연구회' 줄여서 '현시연'이었다. 관심 분야나 활동 내용은 '만화 연구회'나 '애니메이션 연구회' 등과 다른 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서클 멤버들의 캐릭터나 분위기가 묘하게 사사하라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들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들은 자신을 이해해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키오 시모쿠의 만화 <현시연 신장판>이 출간되었다. 이 만화는 2002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원작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2011년부터는 2대째가 연재되기도 했다. 내용은 대학 신입생 사사하라 칸지가 현시연이라는 서클에 가입해 자신과 비슷한 오타쿠 동기,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연재 당시에는 당대의 오타쿠 문화를 가감 없이 반영한 점 때문에 큰 주목과 인기를 끌었다는데, 연재 시작 시점으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이 만화를 보면 세월의 흐름이 많이 느껴질 것이다.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나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나...)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이 다르지 않다고 느낀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난생처음 동인지를 파는 가게에 갔을 때나, 코믹 마켓 같은 대형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충격, 신기함, 신선함 등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대학에 가면 마음껏 덕질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수험 공부를 하고 대학에 합격해 오타쿠 서클에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대학에 오니 덕질 외에도 다른 해야 할 것들(공부라든가 연애라든가 취업 준비라든가)이 많아서 혼란스러워하는 느낌도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신장판답게 사이즈도 크고 인쇄 품질도 좋아서 오리지널판을 추억하며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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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왕관 1
시나치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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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세계 통일 국가' '아스토리아 왕국'에 사는 소년 '타르트'는 부, 권력, 재능 등 성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그런 타르트의 목표는 세계에서 단 1명만이 합격할 수 있는 '국왕선발시험' 즉 '왕시'에 합격해 차기 왕이 되는 것. 이미 학교에서 모든 분야의 1등이고, 전교생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그가 왕시에 합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누구나 믿고 있었다. 문제의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교 졸업식 날, 그 전까지 '우민'이라고 깔봤던 대장간 아들 '피고'에게 결투 신청을 받은 타르트는 상상도 못한 결과를 맞닥뜨리고 생애 최초로 '언더독'이 된다. 과연 그의 미래는...?


시나치쿠의 <언더독의 왕관>은 제목 그대로 언더독이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배틀 액션 판타지 만화다. 언더독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밑바닥에 있다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전개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만화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위에 있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밑바닥으로 내려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다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분투하는 설정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가족 내에서 왕처럼 대접받고 살던 아이가 사회에 나와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깨지는 과정을 만화로 구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잘 안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공존해(초반에 너무 재수 없음) 결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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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상자 관리인
아사미 이루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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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고지식한 앤은 200년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악마 디아를 감시하는 간수로 임명된다. 오랫동안 혼자서 지낸 탓인지 너무도 상냥하게 자신을 대하는 디아에게 앤은 평소 성격대로 냉정하게 대한다. 하지만 디아가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 순간, 앤은 어릴 때 엄마한테 받은 보물 상자를 떠올리고 감정이 요동친다. 엄마는 앤에게 소중한 걸 찾으면 그 상자에 넣으라고 말했지만, 이제까지 앤은 그 상자에 넣을 만큼 소중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롭고 우울했던 마음을 디아가 알 줄이야... 절대 마음을 내보이면 안 되는 대상에게 깊이 공감해버린 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사미 이루카의 만화 <악마와 상자 관리인>은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악마와 이제까지 특별한 존재를 찾지 못한 채 살아온 간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악마도 나오고 귀족 영애도 나오는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 만화인데, 앤은 사관학교 출신에 직업이 간수라서 그런지 귀족 영애인데도 조직 생활에 찌들어 있는 느낌이 많이 나는 게 꼭 현실의 직장인 같다.  반대로 디아는 200년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말이 진짜인가 싶을 만큼 햇살캐라서, 이 나라에서 악마란 뭘까 싶었다. 디아가 왜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프리퀄이 나와도 좋을 듯한데 1권으로 완결되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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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일기
권남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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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 지나가고 제법 가을 같은 날씨가 되었다.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선선해지니 여행 생각이 나는 건 나뿐일까.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어디라도 가보고 싶은 마음을 느끼던 차에 오랫동안 애정해온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일본문학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권남희의 산문집 <안식월 일기>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안식월이라는 명목으로 도쿄에서 한 달 살기를 한 경험을 담고 있다. 직업이 다름 아닌 일본문학 번역가이고 젊은 시절 일본에서 살아본 적도 있기에, 저자에게 도쿄에서 한 달 살기 정도는 쉬운 미션일 줄 알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오랫동안 혼자서 딸을 키우고, 아픈 엄마를 간병하고, 반려견을 보살폈기 때문에 그 역할을 내려놓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이제 엄마는 돌아가시고, 반려견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딸은 다 커서 자기 앞가림을 다 할 수 있는데도 떠날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 저자의 등을 밀어준 건 <츠바키 문구점>으로 한국에도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오가와 이토가 보낸 메일이었다. "하고 싶은 미루지 않고 지금 해야겠다"라는 문구를 보고 전부터 버킷리스트로 간직해 온 꿈을 이룰 때가 왔다고 생각한 저자는, 도쿄의 개화일에 맞추어 출국일을 정하고 숙소를 계약했다. 낮에는 카페에서 번역 작업을 하고 밤에는 공원에서 벚꽃을 보며 산책을 하면 몸도 마음도 충전이 되겠지, 라는 단출한 계획만 가지고 떠났다고 했지만, 책을 읽어보면 결코 '단출한' 한 달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번역과 글쓰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오가와 이토의 집에도 가고, 북토크도 하고, 자신이 번역한 책에 나온 장소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일본 출판사의 편집자와 사장님도 만나고... ('안식'월이 이렇게 바쁜 거 맞나요? ㅎㅎ)


여행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저자만의 추억과 취향이 담긴 여행 스팟이 많이 나오는 점도 좋았다. 초보 번역가 시절 즐겨 찾았던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 딸이 고등학생일 때 함께 왔던 도쿄대의 산시로 연못 같은 곳은 나도 가본 곳이라 반가웠고, 그곳에 얽힌 나의 추억이 떠올라서 한동안 마음이 뭉클했다. 저자가 번역한 책 <츠바키 문구점>의 배경인 가마쿠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와 마스다 미리의 책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에 나오는 디저트 가게에 직접 가서 디저트를 사먹어본 이야기도 좋았다. 나도 두 권의 책을 읽고 '가마쿠라에 가보고 싶다', '마스다 미리가 추천한 디저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는데 여태 이루지 못했다. 그런 나의 등을 저자가 밀어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도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가본 곳 이야기만 잔뜩 해서 이 책을 여행에 관한 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여행보다도 회복과 애도가 중심에 있다. 여행 직전에 엄마와 사별하고 그전에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외국인 일본의 도쿄에서 한 달을 지내며 자신의 과거와 재회하고 현재를 성찰한다. 그러면서 천천히 미래를 살아갈 힘을 충전해 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비슷한 일을 걱정하는 나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더 늙기 전에 더 자주 떠나고 싶어졌다"라는 에필로그의 문장을 남은 삶의 지침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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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맹세코 거짓입니다 2
마츠모토 스이세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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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중화요리점 딸 '모모조노 마츠리'는 엄마가 진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 '사기의 신'으로 불리는 엄마의 옛 제자 '미카도 세이이치'를 찾아가 '사기 수업'을 해달라고 한다. 마지못해 마츠리의 부탁을 받아들인 미카도는 단기간에 많은 양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은 경험뿐이라고 생각해 마츠리를 다양한 상황에 빠트려 사기 기술을 가르친다. 1권에서는 주로 차이나타운 안에서 수업이 이루어졌다면, 2권에서 미카도와 마츠리는 요코하마의 유흥가로 진출한다. 스케일이 커진 만큼 사기의 기법도 복잡해지고 화려해져서, 이대로 두 사람이 전문 사기꾼 콤비로 활약하는 결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를 보고 사기의 기술을 배울 생각은 없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제8화 '추억의 향기'에서 미카도는 마츠리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질투심이 많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과 머리가 좋지만 질투심이 많은 사람, 둘 중에 누가 더 호감인가요?" 결국 같은 사람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를 택하는 건 첫인상이 나중에 언급한 성질의 의미마저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미카도처럼) 첫인상이 선하고 순진해 보이면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여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속엣말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사람들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니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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