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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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성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메그 월리처의 장편소설 <여성의 설득>은 대학 신입생 그리어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60대 페미니스트 페이스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의 삶에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보여준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그리어는 페미니즘의 '페'자도 모르는 학생이었다. 그리어는 전교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으로 꼽힐 만큼 학업 성적이 우수했고, 남자친구 코리와는 '쌍둥이 로켓선'이라고 불릴 만큼 사이가 좋았다. 앞으로 밝은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리어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대학 신입생으로서 맞은 첫 주말. 캠퍼스 내에서 열린 파티에 갔다가 처음 보는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남자친구 코리는 하나뿐인 여자친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데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반면, 같은 기숙사에 살게 된 동기 지는 이건 명백한 폭행이므로 학교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리어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고발을 꺼린다.


몇 주 후, 그리어뿐만 아니라 여러 여학생들이 그 남학생으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학교 당국도 이 일을 알게 되지만, 학교 당국은 그 남학생에게 가벼운 처분을 내리고 피해자인 여학생들은 "이건 사실상 여성 혐오야."라며 분노한다. 그제야 자신이 당한 일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리어는 얼마 후 학교를 찾은 유명 페미니스트 페이스 프랭크의 강연을 보러 간다. 강연을 통해 그리어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닫고, 자신도 페이스처럼 수많은 여성들에게 현실을 일깨우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내서 페이스 프랭크와 직접 대화하는 데 성공한 그리어는 그렇게 페이스와의 오랜 인연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그리어와 페이스의 관계다. 그리어와 페이스는 전형적인 멘티 - 멘토 관계다. 그리어는 페이스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힘과 지식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페이스는 그리어에게 자신이 쌓은 힘과 지식을 교육하고 나누어 주면서 성숙한다. 그리어와 페이스가 항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아니다. 그리어는 페이스의 지성과 카리스마에 압도된 나머지 진정한 자신을 숨기고 사람들을 속이기도 한다. 프랭크 역시 그리어가 기대하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서 그리어를 실망시키기도 한다. 그리어와 페이스는 각각 자신들이 속한 세대의 페미니즘 운동을 대표하며, 둘 사이의 연대와 갈등은 곧 각 세대의 연대와 갈등을 상징한다. 소설의 마지막에 등장한 케이는 새로운 시대의 페미니즘 운동을 표상하며, 선배 세대인 그리어와 또 다른 연대와 갈등 관계를 맺을 것을 암시한다.


둘째는 그리어와 지의 관계다. 그리어와 지는 대학 신입생 때 처음 만나 오랫동안 사귀게 되는 친구 사이다. 그리어와 지는 여러 면에서 정반대다. 그리어는 가난하고 교육을 못 받은 부모 슬하에서 태어나 모범생으로 성실하게 자란 반면, 지는 판사인 부모 슬하에서 태어나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힘들게 자랐다. 그리어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사귄 남자친구 코리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이성애자인 반면, 지는 일찍이 레즈비언 정체성을 깨달았으며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안정된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학교 공부와 남자친구 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리어와 달리, 지는 일찍부터 페미니즘은 물론 LGBT, 채식주의, 환경 등 다양한 정체성 및 정치적 이슈에 눈을 떴다. 여러모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크고 작은 갈등을 극복하며 진정한 우정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셋째는 그리어와 코리의 관계다. 페미니즘 소설인 이 작품에서 이성애자 남성인 코리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좋은 집안과 학벌, 알아주는 직장에 높은 연봉까지 갖춘 코리는 이성애자 남성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알파남이다. 이때만 해도 코리는 여자친구인 그리어가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상냥하게 들어주기만 할 뿐,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코리네 가족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코리는 모든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망가진 가족들을 돌보며 코리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편안한 생활을 했으며, 이 모든 건 어머니의 희생 덕분임을 알게 된다. 나아가 코리는 과거에 어머니가 했던 집안 살림과 청소 일을 하면서 사회가 여성의 몫으로 분류하는 노동이 얼마나 힘들고 평가절하 되는지를 깨닫는다.


이 글을 쓰면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여성의 삶에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리어는 이성애자인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워줄 남자친구를 원했고, 자신의 부모가 가지지 못한 안정적인 직장과 재정 상태를 갈망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때 남자친구는 자신을 지켜주지도, 위로해주지도 못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보니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다. 운 좋게 페이스를 만나서, 페이스의 곁에서 페이스의 가르침을 받고, 페이스와 함께 일하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누군가의 그늘 안에만 머무르면 지나가는 바람은 피할 수 있어도 더 큰 나무는 될 수 없는 법. 결국 페이스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고, 이때를 위해 수많은 여성들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했음을 인식한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여성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성들 간의 협력과 연대라고 강조한다. 남자들이 서로 돕는 건 다들 잘나고 완벽해서가 아니다. 서로 도와야 그중에 가장 잘나고 완벽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에 돕는다. 남자들이 서로 돕는 건 서로 너무 좋아하고 존경해서가 아니다. 인간적으로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고, 도움을 받고 나면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성들이 각자의 삶의 문제를 각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서로 도움 주고 도움받아야 하는 이유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 소설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피플지 선정 최고의 책, 커커스 리뷰 선정 최고의 책 등의 타이틀을 얻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배우 니콜 키드먼이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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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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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이 창작을 하지 않는 동안 주로 뭘 하는지 아는 것은 의외로 즐거운 일이다. 그런 정보는 주로 창작자들이 직접 자신의 일상에 관해 쓴 에세이집에 나오기 마련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는 그가 평소에 두부를 즐겨 먹고 달리기를 습관처럼 한다는 정보가 나오고, 김연수의 에세이에는 틈만 나면 여행을 한다는 정보가 나온다. 별로 대단한 정보는 아닐지 몰라도 이런 정보가 있으면 창작자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창작자의 작품을 이해하거나 분석하는 데에도 약간의 힌트가 된다.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을 만든 영화감독 김종관이 궁금한 독자에게는 이 책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된 저자의 첫 책 <사라지고 있습니까>의 개정증보판이다. 1부부터 4부까지는 초판에 실린 글이 실렸고, 5부에는 그동안 저자가 새로 쓴 글이 실렸다. 책이 바뀌는 동안 저자의 삶도 많이 바뀌었다. 초판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저자가 이만큼 영화를 찍기 전이었고 지금만큼 유명하지도 않았다. 당시만 해도 저자는 이문동에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효자동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유효한 건, 저자가 지나온 시간들의 기억이 저자의 영화 곳곳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코 유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중변소를 쓰는 산동네 판잣집에 사는 것을 들킬까 봐 학교 친구들을 절대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보따리에 이런저런 생필품을 담아 전국의 장터를 떠돌며 팔러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다닌 적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아버지가 지방에 차린 속옷가게 장사를 도우러 서울과 지방을 오갔다. 혼자 놀기에 익숙하고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를 떠돌았던 경험은 훗날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도 이어졌다. 집에는 제대로 된 비디오 한 대 없었지만 동네 만화방과 친구네 집, 동네 동시 상영관 등을 오가며 수많은 영화를 봤고, 그렇게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저자가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 순간도 소중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이 영화를 통해 재현되고 쓸모 있는 경험으로 바뀔 때라고 말한다. 외롭고 힘들었던 유년 시절의 기억,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며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 시절의 기억 모두 영화로 만들면 아름다워지고 특별해진다. 어쩌면 영화뿐 아니라 모든 창작의 매력이 결국 이것이 아닐까. 쓸모없어 보이는 추억을 쓸모 있게 만드는 것. 추억의 쓸모를 만드는 것. 나의 추억 중엔 어떤 추억이 쓸모 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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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김경준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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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멀지 않다 보니 마흔 이후의 삶을 다룬 책에도 점점 손길이 간다. 그래서 고른 책이 김경준의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이다. 이 책을 쓴 김경준은 현재 '딜로이트 컨설팅'의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고, 국내 여러 신문과 잡지의 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 고정 패널로 출연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흔 이후 자신의 삶을 바꾼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저자는 마흔이란 '삶의 여백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말한다. 서울대를 나온 저자는 1989년 S 증권회사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증권회사는 연봉도 많이 주고 안정적인 직장으로 손꼽혔던 때다. 저자 역시 그런 말을 믿고 증권사에 입사했고, 평생 그 직장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을 줄 알았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외환 위기가 불어닥쳤고, 수많은 증권사들이 문을 닫거나 몸집을 줄이는 가운데 저자 역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당시 저자의 나이가 삼십 대 후반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운 좋게 빨리 새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마흔을 앞두고 실직을 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덕분에 저자는 직장이라는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키울 필요성을 체감했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자세로 항상 대비하고 겸손하게 살았다.


마흔 이후에는 각자 자신의 체질이나 상황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한두 가지 이상 있어야 한다. 저자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을 움직인다. 가벼운 등산과 산책으로 몸을 풀어주면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고 걱정이 단순해진다. 몸을 풀어준 후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 후 음악을 듣거나 책 또는 잡지를 읽는 것도 좋다. 저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디오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 고급 오디오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사람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사람을 만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혼자만의 취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책에는 저자가 마흔 이후에 전보다 더 빛나는 커리어를 가지게 된 비결도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중에 밀린 잠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더 많이 자고 늦게 일어난다. 저자는 다르다. 저자는 평소에 7시에 일어난다면 주말이나 휴일에는 6시쯤 일어난다. 평소보다 1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주중에 못다 한 일을 처리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저자는 주로 그 시간에 매체에 연재할 칼럼을 쓰거나 책을 집필했다. 그 결과 저자는 직장에 다니면서 1년에 한 권씩 책을 썼고, 현재까지 15권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당장 마흔을 앞둔 사람에게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지 '인생 계획'을 세워보라고 권한다. 목표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은 그 과정과 결과가 천지차이다. 이 밖에도 도움이 되는 조언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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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강현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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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정치외교학 전공인 나는 같은 사회과학대학 안에 있는 심리학과 수업을 들을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같은 사회과학 맞아?'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심리학이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심리학은 개인적인 고민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적절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말랑말랑한 학문인데, 실제로 심리학과에서 전공자들이 배우는 심리학은 복잡한 실험과 통계, 뇌 연구 등을 위주로 하는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심리를 다룬 책은 읽어도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나와 달리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바로 <한번 배우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이다.


이 책을 쓴 강현식(누다심)은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로 심리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심리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유명 강연자이다. 저자는 수많은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그중에 전공자들이 배우는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을 소개하는 책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쉬움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을 찾는 건 좋지만, 대중들이 알고 접하는 심리학은 전공자들이 배우는 심리학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한 소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없고, 현실의 심리학자들이 현대 과학을 이용해 밝혀낸 연구 성과를 접한다면 대중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상아탑에 갇혀 있는 학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쓴 이 책은 심리학을 공부할 때 반드시 배우는 160개의 개념어를 사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160개의 개념어는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있고, 분야별 목차를 보면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나 주제의 심리학 개념만 따로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전 형식이라고 해도 형식만 그럴 뿐이고, 내용은 일반적인 책과 다름 없이 설명과 사례를 충분히 싣고 있다. 맨처음에 나오는 '각성'이라는 장을 보면, 1924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한 조지 말로리의 사례와 함께, 인간이 스스로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를 포기하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긴장과 스릴을 추구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심리학에선 이를 '각성'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사람마다 원하는 최적 각성 수준은 다르며, 최적 각성 수준이 심각하게 높은 경우를 가리켜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라고 부른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긍정심리학'을 심리학 전공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긍정심리학은 200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셀리그만과 피터드러커 경영대학원의 칙센트미하이가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지만, 심리학이 인간의 긍정성에 주목한 건 1900년대 초부터다. 긍정심리학이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는 심리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긍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은 그동안 심리학이 인간의 부정적인 면에만 주목했으니 긍정적인 면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부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은 긍정심리학이 현실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나 구체적인 질병 또는 고통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음을 지적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건강심리학, 문화심리학, 발달심리학, 범죄심리학, 사회심리학, 산업 및 조직심리학 등 심리학의 다양한 하위 분야에 관한 설명과 각 하위 분야에 속하는 개념들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소장해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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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2 - 태평천국 라이징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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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즐겁게 읽고 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우리가 흔히 '근대'라고 부르는 19세기 이후의 한중일 역사를 다룬다. 1권에서는 19세기 이전의 중국사와 일본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동서양의 세력 역전이 본격화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아편전쟁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2권에서는 19세기 전반의 일본사와 중국사, 그 중에서도 태평천국 운동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에도 막부는 오랫동안 쇄국정책을 펼쳐 왔다. 쇄국정책은 외국과의 교류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대외 정책의 일종이다. 에도 막부는 쇄국령으로 나라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으나, 나가사키의 작은 섬 데지마에서 네덜란드와 교역하는 것만큼은 막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함선은 영국이나 스페인, 포르투갈 함선 등에 비해 규모나 세력이 약해 일본을 침략할 위험이 없어 보였고, 네덜란드는 종교적 색채가 짙지 않은 나라라서 일본에서 포교 활동을 벌일 가능성도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본은 쇄국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서양의 학문과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난학'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발(發) 서양 학문의 존재가 그것이다. 난학으로 인해 일본은 서양과 직접적으로 통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서양의 의학과 과학과 기술, 문명 등을 스스로 탐구해 발전시켰다. 이는 훗날 일본이 서구화, 근대화를 비교적 저항 없이 받아들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중국에선 멸만흥한을 기치로 삼은 태평천국 운동이 발발한다. 태평천국 운동은 1837년 광동성 사람 홍수전이 자신을 상제 하나님의 둘째 아들(첫째 아들은 예수)이라고 칭하면서 시작되었다. 홍수전은 배상제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포교에 나섰고, 이후 점차 세력을 넓혀 수천 명의 신도를 확보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신흥 종교에 불과한 상태였으나, 점점 이들을 믿는 신도의 수가 늘면서 배상제회의 근거지가 군사기지화 되기에 이르렀고, 1850년대 말에는 신도 중 1만여 명을 무장시키고 군사조직화 했다.


그러자 이를 경계한 관군이 이들을 제압하려 하면서 여러 차례 전투가 일어났고, 1851년 스스로를 천왕이라고 칭한 홍수전은 태평천국 건국을 공포하고 청나라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이들은 엄청난 기세로 북진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끝내 황제가 있는 베이징까지 못 가고 시쳇말로 '폭망'한다. 태평천국 운동은 기독교의 평등사상과 토지 균등 분배, 전족 등 악습 철폐, 남녀 평등, 아편 금지 등을 내세웠으며, 민중이 스스로 청나라 조정에 항거해 군대를 일으키고 나라를 세운 운동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으나, 내부 분열과 모순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태평천국 운동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중국사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구체적인 발단과 진행 과정, 결과와 의의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웠다. 태평천국 운동은 초창기부터 여성 신도들의 수가 엄청났고 그 세력도 대단했다. 군사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여성 신도들이 여군으로 동원되었고, 이들 여군은 엄청난 전투력으로 관국에게 '대각만파(大脚蠻婆)'라고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중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과거 시험이 열리기도 했다.


이렇게 여성의 세력이 커지자 이를 경계한 남성들이 여군을 폐지하고 여군 병사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집에서 가정을 돌보는 게 전통이라나, 천륜이라나. 어려울 때는 여성의 힘과 능력을 필요로 하면서, 상황이 나아지면 여성과 공을 나누길 거부하고 여성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이런 일이 태평천국 운동에도 있었구나. 헌신했던 조직으로부터 그동안의 노력을 무시당하고 기대를 배신당한 여성들이 그 조직에 다시 충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는 지금의 남성 중심 조직들이 새겨 읽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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