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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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으면서 체험할 수 있는 감동 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감동을 여실히 느꼈다.


이 책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저자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이나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2014년, 당시 저자는 주중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시를 쓰는 생활을 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쾌활했다. 길 가다 쌈밥집 간판을 보면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먹성도 좋았다. 고향에 '내려가면' 아버지와 둘이서 대중목욕탕에 갔다. '떼부자'는 아니어도 '때부자'는 맞다며 실없는 소리로 아버지를 웃겼다.


2020년의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시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만 써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연재도 하고 팟캐스트 진행도 하고 있다. 부르는 곳이 늘었고 이름 있는 큰 상도 많이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바쁘게 살지만 식욕은 줄었다. 밥 한 공기를 다 먹기 힘들어서 반만 먹고 나머지 반은 잘 먹는 후배에게 준다. 이따금 고향에 가지만 뵐 수 있는 건 어머니뿐이다. 그 사이 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2014년의 오은과 2020년의 오은은 분명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삶을 산다. 예전과 다름없이 날마다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글을 쓰지만, 이따금 벌어진 일상의 틈새 사이로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와 그로 인한 아픔이 떠오른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거나 아버지가 입원해 있었던 병원 이름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는데 어디에나 '있다'. 볼 수 없는데 보인다. 들을 수 없는데 들린다. 아버지뿐 아니라 허수경 시인, 황현산 선생 등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세상을 떠나서 저자를 슬프게 한 사람들 모두 그렇다.


마음에는 늘 자리하지만 육신으로는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은 아마 영영 가시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예전처럼 많이 웃고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어도 그때의 저자는 예전의 저자, 또 지금의 저자와 다를 것이다. 마치 내가 아무 일 없는 듯 하루를 살다가 가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면서 요즘 이맘때가 생일이었던 죽은 친구를 떠올리듯이.


이 책으로 충분하게 다독임을 받아서일까. 읽기 전에는 다독임을 받고 싶었는데, 읽은 후에는 다독임을 주고 싶어졌다. 오은 시인님, 부디 아프지 마시고 늘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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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또 쓴다 - 문학은 문학이다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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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쓰는 수밖에 없다. 박상률 작가의 산문집 <쓴다 또 쓴다>를 읽고서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몇 년 동안 신문, 잡지, 웹진, 페이스북 등에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쓰는 사람이 된 건 대학을 졸업한 후의 일이다. 진도에서 태어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란 저자는 상과 대학 졸업 후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곽재구, 박몽구, 나종영 등의 문인들이 참여한 <오월시> 동인 시집이다. <오월시>를 읽고 김남주 시인의 시집을 닳도록 읽다가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때 그 시집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디 은행에라도 취직했거나 회계사 또는 세무사가 되지 않았을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이따금 상상해보곤 한다.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팍팍해진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문학은 문학이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문학이 잘 팔리지 않는 까닭은 독자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수의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눈 밝은 독자들이 먼저 발견해 세상에 알릴 터.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작가는 먼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글에 민감해지기 쉽다. 저자도 그렇다. 저자는 우리말 대신 외래어를 남발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아내'나 '부인' 같은 말을 두고 '와이프'라고 하는 것이 그렇고, 조용필이 노래 가사에 심장이 '두근두근' 하지 않고 '바운스 바운스' 한다고 한 것도 마뜩잖다. 은어나 비속어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현상도 두렵다. 특히 욕이 그렇다. 어른들이 입만 열면 욕을 하는데 아이들, 청소년들이 뭘 보고 배울까. 고운 말을 해야 고운 글이 나오는 법이다.


'객원/겸임/초빙/대우' 같은 말도 꼼수 같아서 싫어한다.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읽은 단어들인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보니 역시 꼼수 같다. 교수면 교수이지 객원 교수, 겸임 교수는 뭘까. 과장이면 과장이지 과장 대우는 뭘까. 말을 가져다 붙이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아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걸까. 돈보다 더 소중한 걸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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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렇게 화냈어야 했는데! - 적재적소에 전략적으로 화내는 33가지 방법
가타다 다마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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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야 할 때는 화내지 못하고 자기 전에 '그때 이렇게 화냈어야 했는데!'라며 이불킥해 본 적이 있는지. 혹은 화내지 않아도 될 때 자기도 모르게 분노를 표출해서 분위기를 망치거나 주변의 원성을 들은 적이 있는지. 어느 한쪽에만 해당하든 양쪽 모두 해당하든 간에 앞으로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면 이 책 <그때 이렇게 화냈어야 했는데!>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쓴 기타다 다마미는 3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다. 저자는 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진찰하면서 그들에게 일관된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마음속에 있는 화를 표출하지 못하고 '좋은 사람'인 척하며 산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인 척하는 사람은 남들로부터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받게 된다. 그때마다 화를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억누르면 몸과 마음에 이상 증상이 생기고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질환을 겪게 된다.


책에는 착한 사람들이 화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비롯해 자기 안의 분노를 깨닫는 방법, 비즈니스 상황과 일상생활에서 적당히 화내는 방법, 자기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분노를 통제하는 방법 등이 자세히 나온다. 퇴근 직전 일을 떠넘기는 상사, 여러 번 실수를 지적해도 고치지 않는 후배, 손자는 언제 낳을 거냐고 말하는 시어머니, 예전에 한 잘못을 계속 끄집어내며 원망하는 배우자, 무엇이든 비교하며 잘난 척을 하는 친구 등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각각에 대한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시해 유용하다.


부주의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에게 쉽게 상처 주는 사람은 대체로 '유아적인 만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유아적인 만능감이란 사람 많은 곳에서 큰소리로 울면서 부모에게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나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고,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며,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린다. 이들은 자신의 실패나 실수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남의 탓으로 돌린다.


유아적인 만능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도 않고 고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는 논리적인 말로 지적하는 것보다 상대의 자기애를 자극하면서 흘려 넘기는 것이 낫다. 예를 들어 상사가 맨날 "라떼는 말이야~"라고 자기 자랑을 한다면, "부장님, 그거 쌍팔년도 얘기잖아요."라고 따지기보다는 "예예~ 대단하십니다~"라고 적당히 맞장구쳐주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누가 '결혼해라', '애 낳아라' 같은 말을 하면 입으로만 "네~할게요~"라고 하고 절대 안 하는 방법도 있다(=나).


나는 싫은 사람이 있으면 '저 XX도 결국 죽는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죽을 건데 영원히 살 줄 알고 까부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화난 상황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건 삼간다. 나 하나 편하자고 남을 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서다. 화날 때는 차라리 운동을 하거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편이 기분 전환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먹는 것도 좋기는 한데, 화날 때마다 먹으면 살이 엄청 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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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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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지구를 장악했던 공룡이 순식간에 멸종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어쩌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도 공룡처럼 지구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대체 공룡들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사라졌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영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브루사테의 책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를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청년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고생물학자로서 지구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공룡 화석을 채집하고 공룡의 탄생과 멸종을 연구한 과정을 담고 있다. 내용은 공룡의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루지만 형식이나 문장은 여행기 내지는 관찰기 같아서, 나처럼 공룡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느 공룡 덕후의 탐사 일지를 읽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그냥 '공룡의 역사'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인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세대 과학자들이 엄청난 수의 공룡 화석을 수집해 그동안의 공룡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렸기 때문이다. 공룡은 원래부터 몸집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다. 공룡의 조상으로 짐작되는 동물은 지금의 고양이만큼 작았다. 공룡이 그렇게 커진 이유는 지구의 높아진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더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공룡은 효율적인 폐, 기다란 목, 골격 경량화 시스템, 신체를 냉각하는 기낭 등을 갖추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룡을 아주 잠시 지구상에 군림하다 순식간에 사라진 비운의 동물로 여기는데, 실제로 공룡이 지구에 있었던 기간은 약 1억 5천만 년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엄밀한 의미의 공룡 시대는 쥐라기이며, 최초의 진정한 공룡은 쥐라기가 시작되기 3000만 년 전에야 등장했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해도, 고양이만했던 공룡 조상이 코끼리보다 몇 배는 더 큰 공룡만큼 커지는 데 얼마나 긴 세월이 소요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룡을 비운의 동물로 기억하는 이유는 극적인 멸종 탓이 크다. 대체 공룡이 멸망한 이유는 뭘까. 저자에 따르면 답은 소행성 충돌이다. 직경 10킬로미터, 에베레스트산 정도의 크기인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오늘날 멕시코의 유카탄반도를 강타했다. 그 결과 엄청난 충격파가 삽시간에 지구에 퍼졌고, 그 피해는 인류가 경험한 그 어떤 지진이나 쓰나미보다도 훨씬 컸다. 충돌로 일어난 먼지, 흙, 재 등이 하늘로 솟구쳐 대기를 가렸고,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엄청난 규모의 화재가 일어났다. 만약 인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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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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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며 지하철에 오르고, 점심에 동료와 밥을 먹고 회사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고, 저녁에 퇴근해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일상. 한때는 지겨워서 벗어나고 싶기까지 했던 일상을 꿈처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게 서글프고 안타깝다.


남윤잎의 그림책 <어느새, 바람>에는 요즘 내가 그리워하는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수업 시작 전 교실에서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 등을 맞대고 업무에 집중하는 직장인들, 예쁜 봄꽃이 활짝 핀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 늦은 밤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등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풍경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바람'의 매력에 대해 말한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고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바람. 집콕하느라 따뜻한 봄바람을 만끽할 기회도 여유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환기시켜줄 소중한 책이다. 이번 봄 사진은 이 책으로 대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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