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츠바라가 연인이 되고 싶은 듯 이쪽을 보고 있어! 3
카와니시 모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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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성격이면 성격. 모든 것이 완벽한 여자 고등학생 쿠사하라 나유키의 조금 독특한 첫사랑을 그린 로맨스 만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또래들보다 일찍 철이 든 나유키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내신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교 1등을 해야 하는데, 코마츠바라 마코토라는 남학생 때문에 전교 1등의 자리를 놓치게 된다. 나유키는 코마츠바라를 이기려고 노력하는데, 이 코마츠바라라는 녀석이 보통 녀석이 아니다. 스스로를 '어둠의 용자'라고 부르며 괴상한 옷차림을 하고 교내를 누비지 않나, 수업 시간 내내 이상한 주문을 외우지 않나... 


3권에서 나유키는 코마츠바라의 이상한 행동에 모종의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코마츠바라와 나유키의 관계를 질투하는 듯 보였던 아마키가, 실은 코마츠바라와 단순한 친구 이상의 관계였던 것이다. 둘 사이의 우정의 정체를 알게 된 나유키는 전보다 코마츠바라가 더 좋아졌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코마츠바라와 사귀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상처만 들여다보았던 나유키가 코마츠바라를 만나 타인의 상처를 살피고 보듬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 멋지고 기쁘다. 좋은 연인이 되려면 먼저 좋은 친구여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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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역사의 찻집 1
칸나 유유 지음, pon-marsh 그림, Swind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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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이세계 역사(驛舍)에 있는 찻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주인공 쿠로가네 타쿠미는 아내와 함께 나고야로 향하는 특급열차에 탔다가 깜빡 잠이 든다. 잠에서 깨보니 도착한 곳은 나고야, 가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세계. 옆에서 같이 잠들었던 아내도 어쩐 일인지 깜찍한 고양이 귀가 달린 소녀로 바뀌어 있다. 


이후 타쿠미와 고양이 소녀는 역장의 주선으로 역사 내의 찻집 '츠바메'에서 일하게 된다. 이름은 찻집이지만 식당과 여관을 겸하는 츠바메에선 햄버그 스테이크, 팬케이크와 딸기오레, 새우튀김 덮밥, 베이크드 치즈케이크, 닭튀김풍 햄버거 세트 등 다채로운 음식을 대접한다. 츠바메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맛있는 음식들을 보는 것이 이 만화의 재미. 이세계물답게 다양한 모습의 수인(獸人)들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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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무리씨의 시계공방 2
히와타리 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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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시계 공방을 운영하는 칸무리 아야코 씨의 유유자적한 나날을 담은 일상 만화. 시계를 판매하거나 수리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만화답게 시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서, 시계에 관심이 있거나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 저격일 것 같다. 


2권에도 다양한 시계 이야기가 나온다. 방수가 되는 시계만 해도 일상생활 방수, 일상생활 강화 방수, 공기 잠수용 방수, 포화 잠수용 방수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다는 걸 이 만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불과 몇 초의 차이만으로도 엄청난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철도원들은 철도원 전용 시계, 즉 철도 시계를 사용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오늘날 사용되는 서양식 시계가 보급되기 전, 동양 사람들은 어떤 시계를 사용했는지 살펴보는 내용도 나온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칸무리가 어떤 계기로 시계에 매력을 느껴 시계 공방의 주인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실려 있다. 깔끔한 작화와 따뜻한 분위기가 더없이 마음에 드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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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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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남자가 한 명도 없으면 사람들이 무시해. 남자가 하나라도 있어야지." 엄마와 나, 여동생은 검은 한복을, 삼촌과 사촌 오빠는 양복을 입었다. 상주 완장은 사촌 오빠가 찼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사촌 오빠가 나 대신 내 아빠의 상주가 된 것이다. 온갖 결정은 내가 내렸지만, 아빠를 보내는 예식은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중략) 갈수록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한 집안의 장녀였음에도 아빠를 보내주던 마지막 날까지 앞에 설 수 없었다. 단지 내가 여자였기 때문에. (21쪽) 


딸뿐인 집의 장녀로서, 늘 고민하는 문제 중에 하나가 부모님의 장례다. 한국 사회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장례는 단연 남성 중심적이다. 복장부터 남성은 양복을, 여성은 한복을 입는다. 상주 완장은 남성이 찬다. 술을 따르고 불을 붙이는 일도, 관을 들어 옮기는 일도 남성에게 주어진다. 여성을 배제하는 장례 문화에 대해 토로하면, 엄마는 "그러니까 얼른 결혼하라."라는 말을 하고, 이미 결혼했거나 남자 형제가 있는 친구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오로지 비혼이고 여자 형제뿐이거나 외동인 친구들만이 내 문제에 공감하는 듯 보인다. 


책에는 저자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경험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에 대한 비판과 이를 대체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나온다. 한국의 장례 문화의 문제점은 남성 중심적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다. 경쟁하듯 부조금을 뿌리고 조화를 보내는 문화는 진지한 태도로 고인의 삶을 되짚어보고 명복을 비는 시간이 되어야 할 장례를 "인간관계를 위해 뿌린 수금의 반복"에 지나지 않게 만든다. 부조금의 액수와 조화의 개수를 비교하며 우월감 또는 열등감을 느끼는 행위는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욕되게 만든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저자는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했다. 남편과 자식의 비호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비혼으로서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삶을 더욱 알차게 꾸려나가고 싶다. 혈연으로 이어진 공동체에 국한되지 않고, 비슷한 비전과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삶을 살고 싶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이 구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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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생활
송지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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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저자인 송지현 작가님과 친분이 있는 박상영 작가님이 함께 출연해 신나게 수다를 떤 전설의 회차.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을 반복해 듣다가 책은 이제야 읽었는데, 책도 재미있어서 역시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말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꼭 그런 건 아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저자의 '동해 생활'을 그린다. 저자가 동해 생활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어느 날 저자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빌려준 돈 대신 아파트를 받아왔다. 말이 좋아 아파트지, 엘리베이터도 없고 수리도 안 되어 있는 매매가 1100만 원의 아파트였다. 팔아도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 아파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저자는 그냥 들어가 살아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으나 동해에 있으나, 어차피 글 안 써져서 고민하다 술 마시고 뻗어서 자는 건 똑같지 않나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저자가 동해로 간다 하니 친구와 동생이 따라왔다. 동해에 있다 하니 친한 친구도, 친하지 않았던 친구도 놀러 왔다. 일 년 중 몇 개월은 아침에 눈 뜨면 집 앞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해수욕하고 노는 '남프랑스 문학 같은 삶'을 즐겼다. 그 밖의 몇 개월은 동해의 '진정한 명소' 이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카페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산불을 겪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동해 시장이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해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와 아홉 살 차이 나는 동생의 이야기가 사랑스러웠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느리게 나이를 먹고, 동생은 생각보다 더 빨리 나이를 먹은 것 같다. (중략) 어쩌면 동생이 나 때문에 더 빨리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닌지 미안해진다." (199쪽) 동생과 일 년 가까이 한 침대를 쓰다가 집으로 돌아와 다시 각자의 침대를 쓰게 되자 괜히 어색해 하는 대목도 귀여웠다. 이런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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