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1
연상호.최규석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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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반도>를 만든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담당하고 <송곳>, <대한민국 보고서>등을 만든 최규석 작가가 작화를 담당한 작품이다.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었고,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주연은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등). 


이야기는 '지옥의 고지'를 받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지옥의 고지를 받은 사람은 어김없이 죽게 되는데, 수취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짧게는 3일, 길게는 20년에 이르고, 예정 시간이 되면 수취인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지옥의 '시연'이 실행된다. 실제로 지옥의 고지를 받고 사망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람들은 아비규환에 빠진다. 급기야 이 모든 사태의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신흥 종교집단이 나타나고 이들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광신도들이 폭주하면서 세상은 점점 혐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태가 된다. 이 상황에서 형사 진경훈과 변호사 민혜진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설정은 다르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전개 방식 등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반도> 등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경찰과 언론이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점, 권위가 부재한 상태에서 사람들이 신흥 종교 집단이나 SNS 인플루언서 등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도 유사하다고 느꼈다.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도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봐온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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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일본의 맛 - 영국 요리 작가의 유머러스한 미각 탐험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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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등을 쓴 영국 작가 마이클 부스의 책이다. 저자는 어느 날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 음식에 대한 흥미를 느낀다. 그 길로 가족들을 설득해 일본으로 날아가 약 3개월 동안 도쿄, 홋카이도,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를 돌며 각 고장의 맛있는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음식 문화를 체험해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저자의 인도 음식 체험기인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와 비슷하다. 다만 '뻥'이 좀 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첫 번째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제공한 일본인 친구의 이름이 하필이면 '곤도 가츠오토시'라는 점이다. '가츠토시'도 아니고 '가츠오'도 아니고 '가츠오토시'라니. 이런 일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번역상 실수가 아니라면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는 교토의 유명한 사바즈시 맛집 '이즈우'에서 (이번에도) 하필이면 '하루키'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나 도합 5만 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물론 가능할 수는 있지만, 하필이면 교토에서 하루키(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난다고?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교토 출신이다) 아... 이즈우에서 사바즈시 먹고 싶다... 


이 책이 출간된 2009년만 해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던(ㅠㅠ) 일본 후지TV 간판 프로그램 'SMAP X SMAP'의 대표 코너 'BISTRO SMAP' 촬영장에 가서 SMAP 멤버들을 만난 이야기도 나오는데, 차라리 이쪽은 믿음이 갔다(사무소 허락 없이 SMAP 이름을 쓸 수 없었을 테니). 참고로 저자가 보기에 매력적이었던 멤버는 카토리와 나카이. "나머지 세 멤버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느낌 아니면 우거지상, 맹한 백치미 같은 것이 있"었다고(ㅋㅋㅋ). 촬영이 끝난 후 쿠사나기가 현장에 남아 게스트에게 대접하고 남은 음식을 꿋꿋이 먹었다는 후기도 나온다(귀여워ㅋㅋㅋ).


그렇다고 이 책이 순전히 뻥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책에선 볼 수 없었던 무거운 내용도 있다. 이를테면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 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에는 이 밖에도 부라쿠민, 재일한국인, 재일중국인 등을 차별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서술한 점, 제2차 대전 당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 투하로 죽은 인원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이 오키나와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명기한 점 등이다. 나중에 이 책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NHK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 대목은 어떻게 나왔는지(나오기는 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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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브로 탐라생활
한민경 지음, 구자선 그림 / 판미동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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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 <니새끼 나도 귀엽다>(니나귀)의 진행자 '한카피' 한민경 님이 쓰신 책이다. 제목이 <호호브로 탐라생활>이라서 '입에서 "호호"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웃음이 가득한 제주 생활기(with 반려견)'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이건 뭐 <인간극장>이 아니라 <인견(犬)극장>...!!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다 읽고 나면 어김없이 울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2편 기다리고 있어요!).


이 책에 메인으로 등장하는 개는 호이, 호삼, 김신 이렇게 셋이다. 호이와 호삼이는 저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김신은 다른 반려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저자를 가장 애먹인 개는 호이가 아닐까 싶다. 너무 일찍 엄마품에서 떨어진 탓인지 무는 개로 자라버린 호이. 그 때문에 한동안 저자는 룸메이트와 갈등을 빚기도 했고, 호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 저자에게 빛처럼 다가온 개가 호삼이다. 밝고 애교가 많은 호삼의 등장은 예민하고 까칠한 호이의 성격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 반려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저자에게도 큰 기쁨과 위로를 주었다. 김신은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길멍이었는데, 저자와 저자 친구들의 간호 및 랜선 이모, 삼촌들의 응원과 후원을 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개 키우는 일의 기쁨이나 즐거움에 관해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개 키우는 일의 괴로움이나 어려움에 관해 쓴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벌어질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이 더 많이 알려질수록 책임감 없이 개를 맡았다가 파양, 유기하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의 입장은 반려동물과의 동거를 말리는 쪽이 아니라 권하는 쪽에 가깝다. 개 때문에 울고, 지치고, 싸우고, 때로는 개한테 물려서 응급실에 가더라도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이 그렇지 못한 생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개를 들일 자격이 충분한 것 아닐까.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개가 나에게도 있을까. 있다면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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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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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등을 쓴 일본의 소설가 오가와 이토의 에세이집이다. <츠바키 문구점>을 쓰면서 생각한 것이나 출간 후 독자들이 보인 반응, 소설의 배경인 가마쿠라에 얽힌 추억 등 다양한 비화가 실려 있어서 <츠바키 문구점>을 아끼는 독자로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작가가 아닌 '인간' 오가와 이토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오가와 이토는 본명이 아니라 필명이다. '펭귄'이라고 부르는 연상의 남성과 결혼했고 '유리네'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살고 있다. 음식이 메인이 되는 소설(<달팽이 식당>)을 쓴 적도 있는 만큼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 (일본 작가로는 드물게) 국제 정치에 관심이 많고, 특히 독일과 발트 3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독일에는 거의 해마다 가는 편이고, 이 책에도 베를린에서 생활한 이야기가 길게 나온다.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후 두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글도 실려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는 글도 있다. "후쿠시마 사람들의 마음은 모른 체하고 올림픽으로 고조된 분위기에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엠블럼이네, 성화대네, 문제가 잇따르는 것도 저주받아서가 아닌가 싶다.", "3.11이 일어난 후, 나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은 거의 도쿄를 떠나버렸다." 같은 문장은 과격하게 느껴졌지만, 이것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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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3 - 군상(群像): 나라를 뒤흔든 사람들 땅의 역사 3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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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문 기자의 눈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리즈 <땅의 역사>의 신간이 나왔다. 지난 1권에서는 '소인배와 대인들', 2권에서는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라는 주제로 한반도의 역사를 살펴보았다면, 최근에 출간된 3권에서는 '군상 : 나라를 뒤흔든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 땅의 이야기를 다시 쓴다. 


나라를 뒤흔든 대표적인 인물 하면 정도전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왕조의 초대 왕은 이성계이지만, 누가 뭐래도 일등 개국공신은 정도전이다. 정도전을 무너져가는 고려 왕조에 거역해 역성혁명을 구상한 혁명가이자, 민본이라는 통치이념과 정부 시스템을 마련한 기획자이다. 그러나 왕자의 난을 거치며 이방원과 충돌했고, 결국 이방원에게 밀리면서 목숨까지 잃었다. 1865년 경복궁 중건을 계기로 사면되기 전까지, 정도전은 조선 개국의 공신이 아닌 조선 왕조를 위기에 빠뜨린 간신으로 평가되었다. 경기도 구리에 있는 태조 이성계의 묘, 건원릉 신도비에 정도전이 공신과 간신으로 기록되어 있는 이유다. 


혁명까지는 아니어도 기존의 부패한 관습 또는 전통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 인물도 있다. 척재 이서구(1754-1825)가 대표적이다. 박지원의 제자인 이서구는 일찍이 과거에 급제해 홍문관 교리, 한성부 판윤, 지방 관찰사 등을 거쳤다. 이서구는 정조의 명을 받아 왕의 눈으로 백성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탐관오리들의 학정과 수탈에 고통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며 크게 신음했다. 마침내 이서구는 환곡과 군정, 노비에 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생각해 내 정조에게 제안했고, 이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 대신 창고를 풀어서 백성들을 먹이고 양전을 다시 해 세금을 재산정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 


흔히 위정자들이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위정자들이 역사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은 맞지만, 오로지 위정자들만 역사에 관여하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에도 위정자가 아닌 개혁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불세출의 천재였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무역과 상공업 진흥의 중요성을 외친 연암 박지원, 중국의 화풍을 모방하는 대신 조선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데 몰두했던 겸재 정선, 일제의 고문에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에 투신한 만해 한용운 등이 그렇다. 이들의 이야기는 정치나 관직과는 거리가 먼 갑남을녀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다는 교훈과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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