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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 - 더 행복한 삶을 만드는 용기에 관한 진실 31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고든 리빙스턴의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를 보고 처음에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 또는 한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류의 인생 교훈 모음집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라기에는 저자가 너무나도 '성공과는 먼' 인생을 살았고, 인생의 교훈을 설파하는 책이라기에는 저자의 메시지에 남다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든 리빙스턴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미국의 명문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와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졸업 후에는 군의관으로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업까지 가진, 시쳇말로 '엄친아'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베트남에서 그는 전쟁의 참상과 미국 정부의 무자비함을 목격했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부도덕한 일을 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그는 결국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불명예스럽게 제대했다. 그러나 그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른다섯 살 때 그는 우연히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양아가 생모를 찾는 것을 금하는 정부의 법에 저항해가며 어렵게 생모를 찾았으나 생모는 얼마 후 암으로 사망했다. 곧이어 네 명의 자식 중 둘이 각각 자살과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명석하고 활달했던 장남이 대학 진학 후 조울증을 잃다가 자살한 일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아버지이자 정신과 의사이면서 아들을 돕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슬프게 했던 것이다.
만일 죽을 날이 가까워졌을 때 우리가 지난 세월을 정직하게 돌아본다면 보람을 느끼는 만큼 겸손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원한 것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뭔가를 이루고 떠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마 최대한 많이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용기를 내서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 몇몇 사람들에게라도 희망을 주면서, 또는 적어도 즐거움을 주면서 늙어가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pp.91-2)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는 많은 미국 군인들이 사망했고, 민간인과 심지어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무참히 희생됐습니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그런 사실은 은폐하기 바쁘고, 다수의 사람들은 대의를 위한 피치 못할 희생이었다는 변명 속에 죄책감을 숨깁니다. (p.125)
우리는 새로운 발상, 압도적인 승리, 신속한 변화만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는 대신 연예기획사를 기웃거릴까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왜 이리 지루할까요? 왜 주식 시장은 죽 끓듯이 변덕을 부릴까요?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물질적인 성공만을 추구하고, 힘들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꿈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 오늘날 우리가 꾸는 꿈이 삶의 진정한 목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pp.167-8)
전쟁, 입양, 참척 등 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한번도 겪을까 말까 한 일들을 모두 겪은 그는 아직도 그 모든 고통을 결코 치유하지 못했고, 치유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신과 의사로서 계속 진료를 하고 작가로서 인생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삶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살아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을 위해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저자에 따르면 모두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기여할만큼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수도 없다. 돈을 벌고 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것도 그 자체로 내 인생을 완성하고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족도 없고, 사회도 나를 받아주지 않고, 돈도 직업도 없을 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무엇을 낙으로 살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수없이 부딪치고 깨지고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고든 리빙스턴의 삶이 바로 그 증거다.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면 삶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하고 다사다난한지를 알 수 있다. 당연하게 여겼던 진실이 하루아침에 추악한 거짓으로 바뀌고, 나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못하고 떠나보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되면 눈을 뜨고, 뭔가를 해보겠다고 덤벼들고,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잠자리에 드는 일을 반복하면서 사람은 차츰 마음속 두려움을 몰아내고 용기를 얻는다. 그는 여러 고통을 겪은 후에도 정신과 의사로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이 100퍼센트 치유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료 활동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병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지지 않고 그 중에 누군가는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저자처럼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면의 소리를 따라 용기를 내며 살아야겠다. 용기는 무모함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입장권이 될 수도 있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고통이 크다는 말도 있다. 오늘부터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더 자주 말하고, 실패할까봐 포기했던 일들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