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Life 스쿨 - 여자를 위한 인생 학교
이재은 지음 / 책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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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입학하기 전부터 영어 공부다, 전공 공부다, 대외활동이다 뭐다 해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는데, 수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서 한 일, 내가 하고싶어서 한 일은 얼마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며칠 동안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뭘 좋아하지? 뭘 하고 싶지? 여행도 좋아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도 싶었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실컷 읽어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는 책을 읽고 싶어도 입시 공부 때문에 마음껏 읽을 수 없었고, 자연히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대학 들어가면'을 외치며 미루었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대학생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어서 그 일들을 하다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학교 독서 동아리에도 들어갔는데 동아리 활동과 책을 읽는 것은 별개였다. 그래서 휴학을 했다. 1년 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실컷 읽어보리라. 한국문학, 세계문학, 경제경영, 사회과학 등등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어보리라.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아쉬우니 감상문을 썼다. 다 쓴 감상문은 블로그에 올렸다. 한편 한편 올리다보니 제법 양이 많이 모였고, 그것이 나름 '경력'이 되어 인터넷 서점의 기자나 서평단, 모니터단 등으로 활동하는 기회도 얻었다. 교과서와 전공 도서가 열지 못한 나의 인생을 읽고 싶어서 읽은 책들이 열어준 것이다. 



<여자 Life 스쿨>을 읽으면서, 내용보다도 저자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단했을지를 상상했다. 저자 이재은은 현재 여성 라이프 디렉터로서 여성 커리어 교육 기관인 '여자 라이프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전교 1등을 할 만큼 공부를 잘해서 입학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특목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재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그로 인해 성적도 많이 떨어졌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학점도 안 좋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부터 열심히 학점도 올리고 교환학생도 하며 '스펙'을 쌓았다. 그 결과 졸업 전에 국내 유명 광고 회사의 최종면접에 합격하며 취업 성공의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방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광고 회사에 들어갔으나 광고인이 되기는커녕 여성지 기자로 전직했고,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글로벌 여성 NGO에 몸담았으며, 현재는 한림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임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으며 여성리더십을 공부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어떤 고민이 있었기에 이렇게 자주, 빠르게 경력 전환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남들보다 몇 배는 힘들고 치열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경력만으로도 저자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단했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데 반해 이 책에는 그러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지 않다. 저자의 다른 책 <여성 LIFE 사전>, <서른 LIFE 사전> 등을 읽으면 자세히 알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만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저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왜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성리더십 전문가로서 어떻게 경력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좋았으련만, 자아 찾기, 커리어 코칭, 자기 계발, 힐링 등 대학 신문이나 커리어 캠프 같은 데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수박 겉핥기 수준이어서 아쉬웠다. 먼 길을 돌아서 지금의 자리에 선 저자인만큼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내리는 방식으로 썼더라면 훨씬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책이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또한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무색하게 연애 잘 하는 법, 남자 잘 고르는 법 같은 내용 일색인 점도 아쉬웠다. 책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연애 기술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 차라리 연애 기술을 전문적으로 코칭하는 책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랬더라면 훨씬 기대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좋은 점이라면 글이 쉽고 가벼우며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지나 신문에 나오는 짧은 팁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독자들, 전문적인 책을 읽자니 어렵고 부담스러운 독자들의 눈에는 잘 맞을 것 같다. 또한 여성들이 쉽게 취하는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고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반성할 만한 대목이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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