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버리기 연습 - 100개의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리는 무소유 실천법
메리 램버트 지음, 이선경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물자가 귀했던 탓에 지금도 어른들은 '아껴써라', '버리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시골 구석의 가난한 농가에서 자란 우리 아버지도 검소함은 물론, 절약을 늘 실천하고 계신다. 이십 년 넘게 쓴 지갑은 테이프로 붙여서 쓰고, 구두도 뒤축이 다 떨어질 때까지 신으신다. 심지어는 그 흔한 휴지도 여러 번 접어서 며칠 동안 쓰신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딸로서는 닮고 싶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한 집에 같이 사는 가족으로서 보기에는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하나는 대학교 전공도서를 아직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다. 그야 고학생으로서 어렵게 산 비싼 책을 쉽게 못 버리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나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전공책이 몇 권 있다. 하지만 졸업하신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고 다시 볼 일도 없을텐데 못 버리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또 하나는 옷장에 옷이 쌓여있는데 그 중에 입는 건 몇 벌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나나 동생은 평소에 옷정리를 자주 해서 옷장 하나에 사계절 옷부터 속옷, 양말까지 다 들어갈 정도다. 그러나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입은 옷부터 며칠 전에 산 옷까지 모두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옷장 서너 개가 부족할 지경이다. 어머니께서 한번 큰맘 먹고 정리하자고 하셔도 꿈쩍 안 하신다. 그런 아버지를 볼 때마다 아껴쓰기, 안 버리기가 언제나 미덕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아버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바로 <물건 버리기 연습>이다. 정리, 청소, 수납에 관한 수많은 책 중에서도 이 책은 '버리기'를 강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버리기'를 강조하는 책이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는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에서 정리하기에 앞서 '버리기'를 먼저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곤도 마리에 역시 '버리기'라는 컨셉을 다른 저자에게서 빌렸다고 밝힌 바 있다.) <물건 버리기 연습>의 저자 메리 램버트는 영국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이자 풍수지리 전문가로 수많은 저서를 썼고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로지 100개의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림으로써 물건을 정리하고 집안을 청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 생활까지 말끔히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안 그래도 정리, 청소, 수납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격인 데다가 새로운 정리법, 수납법에 목말라 있던 참에 이 책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일년에 한번 쓸까말까 한 와플 팬이나 제빵기구가 정말 꼭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오래된 물건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 두면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지 못한다. 소유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삶이 변화하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당신을 대표하고 도움이 될 만한 것만 간직하라. (p.31)


필요 없는 물건을 덜어낸, 즉 정돈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다. 널찍하고 여유 있는 공간 덕분에 마음이 맑아지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은 물론 하루하루의 일상도 바뀐다. 저녁 모임에 사람들을 초대해 즐거운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독서모임 장소로 자신의 집을 내주고 싶어질 것이다. (p.49)



책에는 버려야 하는 이유와 옷, 화장품, 전자 용품, 스포츠 용품 등을 버리는 방법, 현관과 거실, 부엌, 침실, 아이방, 서재 등 집안의 여러 공간을 정리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안 버리는 100개의 물건을 고르는 기술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정리 방법과 요령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사진과 그림 자료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한 각종 물품과 공간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어서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기본적인 집안 정리가 가능한 점이 좋았다. 아쉬운 점은 나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책 정리하는 방법이 안 나와 있다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거나 책은 정리의 대상이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렷다!) 내 방은 옷이나 물건보다도 책이 책장, 책장 옆, 책상 아래위 할 것 없이 쌓여있어서 늘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정리 방법을 만들어서 소장할 책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을 해야할 것 같다. 대신 옷 정리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이 부분은 아버지께 읽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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