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서 멈추는 여자,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도현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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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바보가 된다." 예전에 어떤 저명인사를 만났을 때 들은 말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로운 지식을 적극적으로 얻으라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독서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의외의 발언이었습니다. 그가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읽는다고 해도 생각하지 않으면, 오히려 아는 것이 더 해로울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중략) 중요한 것은 진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야의 지식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바로 적용해보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분야의 무슨 책을 읽더라도 주의해야 할 것은 언제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보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pp.200-1)

 


아리카와 마유미의 <10년 전을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를 읽고 느낀 바가 많아 저자의 다른 책 <서른에서 멈추는 여자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를 읽었다. 이 책의 메시지는 <10년 전을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역할에 안주하지 말고,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라는 주장은 여전하다. 차이점은 '서른'이라는 나이를 상정해 서른 이후에도 그 이전처럼, 혹은 그보다 활력 넘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는 점이다. 또한 정해진 루트나 명확한 목표를 추구하느라 눈앞에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유연하게 생각하라는 점, 자기 자신의 주관만 관철시키지 말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에도 신경쓰라는 점, 고인 물이 되지 말고 계속 배우고 성장하라는 메시지는 서른 전이나 후나 유효하지만 서른 이후에 더 절박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특히 저자가 독서에 대해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바보가 된다."는 어느 명사의 말을 인용하며 책만 읽는 바보가 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책만 읽는 바보란, 말 그대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난 뒤 저자의 견해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책에 적힌 조언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등 책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내 생각엔 책을 읽기만 하고 그 뒤에 서평 쓰기나 독서 토론 등 독서 후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 이런 경향이 나타나기 쉬운 것 같다. 귀찮더라도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말이나 글로 재정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진정한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저자는 작가의 명성이나 베스트셀러 순위, 전공이나 직업 등을 이유로 주관 없이 책을 고르는 것도 지적한다. 책을 고를 때마다 나는 무슨 이유로 이 책을 읽는지 철저히 따져보고 읽으라는 것. 할인 도서, 이벤트 도서, 유명 도서 등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의 마케팅에 홀려 책을 지르기 일쑤인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인 터라 따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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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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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인간의 감성을 인도하는 것이 문명사회를 창조하는 과정의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한다면, 문화는 정치와 더불어 그 주요한 메커니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듣는 음악, 우리가 보는 영화, 우리가 거주하는 건물,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 조각, 사진은 섬세한 길잡이이자 교육자 역할을 한다. (p.100)


진정으로 뛰어난 비평가는 우리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 왜 개인적으로 그렇게 공명하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그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아주 이상한 사실을 진지하게 여긴다. 바로, 우리는 자신이 왜 어떤 것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지 자동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중략) 비평은 눈에 보이는 장면 뒤로 들어가 진정한 이유를 찾는 과정이다. (p.170)



대학교 때 교양 과목으로 미술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에도 그 때 생각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찾는다든지 미술 관련 책을 찾아 읽는 식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그 때마다 아쉬운 점은 기껏해야 작품이나 화가가 미술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작품의 어떤 부분이 특색있는 것인지 정도를 학문적으로 알 수 있을뿐이지, 그 작품이 왜 나와 공명하는지, 왜 나는 어떤 작품이나 작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같은, 나에게 필요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영혼의 미술관>을 쓴 알랭 드 보통도 같은 아쉬움을 느낀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을 잘 아는 평론가나 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관람자의 입장에서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저자는 미술이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 이렇게 일곱 가지의 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중에 희망과 균형회복을 위해 미술 작품을 찾는다는 설명에 크게 동의했는데, 이 둘은 현실에는 없는 감정이나 상태를 희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나는 현실에 없는 것을 찾기 위해 미술품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는 것인데,  치우친 생활, 편협한 감정을 어떻게라도 되돌려 균형을 찾기 위해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즐겁기보다는 애달픈 느낌이 든다. 



저자는 이밖에도 미술과 정치의 관계, 비평가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 이 부분도 좋았다. 그림이 제시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전부터 써온 인문 에세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연애, 여행, 불안, 직업, 문학 등에 이어 이번엔 미술이라니. 그의 관심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그를 좋아하고 흠모하는 독자로서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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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8
J.D. 샐린저 지음, 김재천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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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을 때마다 나는 공감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 소설을 들어간 학교마다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 당하기 일쑤인 소년이 궁시렁대는 내용이다, 뭐 이렇게 기억하고 있던 탓인 것 같다. 나와 달리 동생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광팬이다. 어느 정도냐면 이 책을 여러 출판사의 버전으로 읽고도 맨처음 읽은 소담출판사 버전이 가장 좋다며 이 낡은 책을 아직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 대체 이 소설의 무엇이 동생을 포함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과 공명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생의 낡은 책을 집어 읽어보았다.

 

 

일단 이 소설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었다. 홀든이 충동적으로 학교를 뛰쳐나와 뉴욕에 가서 방황하고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렸으니 고작해야 며칠 정도. 또한 홀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어렸다. 난 고교 졸업반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떤 책에서는 열여섯 살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보다도 어리다고도 한다. 소설에서 어른 행세를 하는 홀든에게 '진짜' 어른인 사람들이 줄곧 "너 몇 살이니?" 라고 묻는 것으로 보아 정말 어렸거나 앳된 티가 풀풀 나는 외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 홀든은 단순히 사춘기의 열병이나 중2병에 걸려 만사를 비뚤게 봤던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말로는 축약할 수 없는, 좀더 깊은 마음의 병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툭툭 내뱉듯이 던진 말 속에는 아끼는 동생 앨리의 죽음과 급우가 창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의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는 힌트가 있었다. 그가 유난히 남은 동생인 피비에게 집착하고 스스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자칫 떨어질 수도 있는 아이들을 붙잡아주겠다고까지 한 것 역시 어리고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종의 퇴행 현상이거나 자신을 붙들어달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나를 제외한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에 이 소설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까닭은 그런 정서에 감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그 시절 홀든과 비슷한 심리 상태였던 적이 있지만, 내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좋아했던 음악과 책,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고, 힘이 들 때면 세상으로부터 귀를 막고 그것들이 인도하는 세계로 침잠한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만약 내게 그것들이 없었다면 홀든처럼 방황하고 괴로워했겠지? 새삼 그 언젠가 호밀밭에 있었던 날 붙들어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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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적게 써도 행복해지는 소비의 비밀
엘리자베스 던, 마이클 노튼 지음, 방영호 옮김 / 알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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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리자베스 던과 마이클 노튼은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돈을 잘 번다고 해서 그것이 비례적으로 당신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 버느라 놓치는 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잘 쓸 돈도 없다는 생각이 빠른 속도로 머리를 스치지만, 그래도 약이 되는 구절이 많았다.


저자는 체험을 구매하라, 특별하게 만들어라, 시간을 구매하라,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내용의 '행복한 지출의 다섯 원칙'을 제시한다. 먼저 '체험을 구매하라'부터 설명하자면, 여기서 체험이란 말 그대로 여행, 영화감상, 운동경기 관람, 헬스클럽 정기회원 가입 등 직접 시간을 들여야 할 수 있는 활동을 뜻하는데, 재화보다는 이러한 체험을 구매하는 것이 비용 대비 편익이 크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설명한다. 1만원으로 티셔츠를 사거나 떡튀순을 사먹으면 당장은 즐거워도 금세 잊어버리지만, 그 돈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사서 읽으면 평생 기억에 남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간을 구매하라'는 시간으로 돈을 사지 말고 돈으로 시간을 사라는 뜻이다. 돈 번답시고 출퇴근이나 업무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 돈은 벌어도 심리적인 만족도나 행복감은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진다. 돈이 좀 들더라도 출퇴근 시간을 줄이거나 업무 시간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돈을 들이자.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는 요즘 유행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사람들이 당장의 이익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기대하며 얻는 즐거움에도 큰 가치를 느낀다는 점에 착안했는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고 택배 배송을 기다릴 때의 즐거움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요즘 유행하는 행동경제학 책은 대부분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분석해 어떻게 하면 매출에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지출 대비 최대의 편익, 최고의 행복을 얻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점이 특이하다. 돈을 무작정 많이 버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잘 쓰는 법을 소개한 점도 최근 트렌드와 잘 맞는다. 돈으로 행복을 사는 방법이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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