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8
J.D. 샐린저 지음, 김재천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을 때마다 나는 공감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 소설을 들어간 학교마다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 당하기 일쑤인 소년이 궁시렁대는 내용이다, 뭐 이렇게 기억하고 있던 탓인 것 같다. 나와 달리 동생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광팬이다. 어느 정도냐면 이 책을 여러 출판사의 버전으로 읽고도 맨처음 읽은 소담출판사 버전이 가장 좋다며 이 낡은 책을 아직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 대체 이 소설의 무엇이 동생을 포함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과 공명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생의 낡은 책을 집어 읽어보았다.

 

 

일단 이 소설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었다. 홀든이 충동적으로 학교를 뛰쳐나와 뉴욕에 가서 방황하고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렸으니 고작해야 며칠 정도. 또한 홀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어렸다. 난 고교 졸업반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떤 책에서는 열여섯 살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보다도 어리다고도 한다. 소설에서 어른 행세를 하는 홀든에게 '진짜' 어른인 사람들이 줄곧 "너 몇 살이니?" 라고 묻는 것으로 보아 정말 어렸거나 앳된 티가 풀풀 나는 외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 홀든은 단순히 사춘기의 열병이나 중2병에 걸려 만사를 비뚤게 봤던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말로는 축약할 수 없는, 좀더 깊은 마음의 병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툭툭 내뱉듯이 던진 말 속에는 아끼는 동생 앨리의 죽음과 급우가 창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의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는 힌트가 있었다. 그가 유난히 남은 동생인 피비에게 집착하고 스스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자칫 떨어질 수도 있는 아이들을 붙잡아주겠다고까지 한 것 역시 어리고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종의 퇴행 현상이거나 자신을 붙들어달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나를 제외한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에 이 소설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까닭은 그런 정서에 감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그 시절 홀든과 비슷한 심리 상태였던 적이 있지만, 내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좋아했던 음악과 책,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고, 힘이 들 때면 세상으로부터 귀를 막고 그것들이 인도하는 세계로 침잠한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만약 내게 그것들이 없었다면 홀든처럼 방황하고 괴로워했겠지? 새삼 그 언젠가 호밀밭에 있었던 날 붙들어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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