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 정치의 시대
은수미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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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출판사 창비에서 <공부의 시대>라는 이름의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미학자 진중권, 작가 유시민, 전 대법관 김영란, 정신과 의사 정혜신 등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까지 체득한 공부법과 독서법을 소개하여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여름 창비에선 <정치의 시대>라는 이름의 시리즈를 출간할 예정이다. 작년 말 불거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시리즈로 보인다. 미학자 진중권, 국회의원 은수미, 변호사 최강욱, 역사학자 한홍구가 필자로 참여했다. 


시리즈 출간을 앞두고 <정치의 시대> 시리즈 중 한 권을 먼저 만나 보았다. 내게 주어진 책의 필자는 은수미 전 국회의원. 오랜 시간 노동 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와 현실의 노동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게 풀어놓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술이 발전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산재로 죽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의자를 없애는 극소수가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면서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사회가 의자놀이의 규칙을 따르면서 벌어지는 비극입니다. (26쪽) 


저자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 현실을 의자놀이에 비유한다. 의자가 10개 있고 사람이 10명 있으면 모두가 의자에 앉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사람 수와 똑같은 수의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죽어라 경쟁하고, 대학교에서 스펙을 쌓아도 사회에 나오면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을 그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국민 소득이 높아져도 의자는 늘지 않는다. 내 자리 어디 갔냐고 물으면 '저기 너보다 능력 좋은 정규직이 앉아 있다', '공기업 철밥통이 앉아 있네', '네 부모가 차지하고 있잖아',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지방대 나왔으면서 눈만 높다'라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최근에는 정리해고, 성과연봉제, 명예퇴직, 비용 절감, 민영화 등 기업 입장에서 의자 수를 보다 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늘고 있다. 


백화점은 출퇴근, 매출, 접객 태도 등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고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물론 백화점에도 정규직이 있긴 합니다. 10퍼센트를 넘지 않지만요. 아무런 근로계약 없이도 노동자를 지배할 수 있는 사회, 이게 하청 사회입니다. (21쪽) 


사회가 의자놀이의 규칙을 따르면서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첫째는 하청 사회, 둘째는 포스트 민주주의이다. 하청 사회의 특징은 '노동자는 있는데 고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배달 대행업체나 백화점에서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 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청의 형태로 고용하고 고용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그 예다. 


포스트 민주주의는 '시민은 가상 정치에 끌려들어 가고, 정치인은 판촉행사를 열고, 실제 정치는 기득권 1퍼센트가 밀실에서 진행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10여 년 전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가 쓴 책에 나오는 개념인데, 한국에선 2016년에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드러나면서 정치가 밀실에 숨은 비선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바 있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주려던 220억 원만 있으면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2만 명에게 최소 21년 동안 산재보험을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은 박근혜 정권에, 최순실에게 돈을 줘서 대대손손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할 뿐이지요. (70쪽) 


저자는 노동 전문가이자 정치가로서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헌법 조항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실생활의 규칙으로 보장하는 '국민 기본선'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 마련, 비정규직 노조 조직 등이 그 예다. 또한 저자는 어떻게 하면 광장의 촛불을 어떻게 일상으로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자기 몫의 의자를 지니는 사회, 헌법이 생활의 규칙으로 적용되는 사회, 국민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 은수미의 이름을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킨, 201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 후일담과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한 조언, 일상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강연록을 엮은 책이라서 문장이 어렵지 않고, 강연 말미에 진행된 질의응답 내용이 실려 있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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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4년 만의 신작 장편

 『잠』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 28세의 의대생이다. 자크 클라인의 아버지는 항해사로, 자크가 열한 살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카롤린은 비밀리에 진행 중인 수면 탐사 실험에서 수면 6단계를 발견하고, 콜럼버스 시대에 탐험가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지도에 테라 인코그니타라고 표기했던 사실에 착안해 수면 6단계를 <미지의 잠(Somnus incognitus, 솜누스 인코그니타)>이라 이름 붙인다. 수면의 6단계는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훨씬 활발해지는 단계로, 시간의 지각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피험자 아킬레시가 사망하고, 이 일은 카롤린의 해고로 이어진다. 충격을 받은 카롤린은 그날 저녁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꿈속의 분홍 모래섬에서 20년 뒤의 48세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니 빨리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권한다. 자크는 꿈속의 만남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가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꾼 뒤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 카롤린이 찾아갔던 <꿈의 민족>으로 알려진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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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줄리엣 2부 6
에무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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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줄리엣>이 연재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7년. <W 줄리엣>은 2002년에 완결되었지만 2004년에 <W 줄리엣 2>으로 돌아올 만큼 대단한 인기를 자랑했다고 한다. <W 줄리엣>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미녀로 소문난 전학생 '아마노 마코토'와 여자인데 전혀 여자답지 않은 '미우라 이토'가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친해지게 되고, 나중에서야 마코토가 남자라는 사실을 이토가 알게 되면서 비밀을 지키려다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W 줄리엣 2>는 마코토와 이토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결혼에 골인하고 둘 다 배우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W 줄리엣 2>에서 마코토는 미남 배우로서 금방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이토는 큰 키와 보이시한 이미지 때문에 변변한 조연 자리 하나 얻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설상가상으로 마코토의 소속사에서 마코토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이토의 일을 방해하면서 이토는 배우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최근 출간된 6권에선 다행히 이토가 긴 슬럼프로부터 탈출해 조금씩 일자리를 얻게 되는 모습이 나온다. 인기 절정의 2세 탤런트 유나기 진이 이토에게 추근대는 바람에 고생을 겪긴 하지만, 덕분에 이토의 고통에 공감하는 여자 연예인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유나기 진도 물리치게 된다. 


마침내 오디션에서 번번이 낙방하던 이토는 우여곡절 끝에 황금시간대 배역을 따낸다. 그것도 주인공이자 상대역은 지금 제일 주목받는 천재 아역인 요시다 아유무. 천사 같은 아유무의 미소 뒤에는 사실 웬만한 어른 못지않은 어둠과 악의가 숨겨져 있었고, 아유무는 자신의 분노를 이토에게 풀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토가 누구인가. 어린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풀죽을 만큼 약한 멘탈의 소유자가 절대 아니다. 이토는 아유무가 만든 꾐에 빠질 때마다 슬기롭게 헤쳐 나오고 오히려 작품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스태프들을 격려하면서 아유무를 반성하게 만들고 아유무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W 줄리엣 2>라는 제목만 봐서는 결코 상상하기 힘든 여성주의적인 만화라는 ㅎㅎ 이토의 시원시원한 성격에 제대로 걸크러시 당해서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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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퍼러와 함께 1
마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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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붐을 타고 반려동물이 주인공인 만화도 다수 출간되고 있다. 마토의 <엠퍼러와 함께>는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강아지, 고양이 같은 대중적으로 친근한 반려동물을 놔두고 실물 한 번 보기 힘든 펭귄을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펭귄이 반려동물로 등장하는 만화가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에반게리온>의 미사토가 펭귄을 반려동물로 키웠던 것뿐이다(더 있으면 알려주시길). 


여고생 카호는 어느 날 냉장고 안에 펭귄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왜 하필이면 카호네 집 냉장고에 펭귄을 넣었는지 알고 있는 바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어머니를 설득해 펭귄을 키우게 된 카호는 일단 이름부터 지어주기로 한다. 펭이, 아이스, 펭타곤, 엠퍼러, 오모찌 중에서 펭귄이 직접 고르게 한 결과 펭귄의 선택은 영어로 황제를 뜻하는 '엠퍼러(emperor)'. 스스로 황제를 뜻하는 이름을 고를 만큼 패기 있는 펭귄 엠퍼러는 이 날부터 카호의 사랑스럽지만 대책 없는 반려동물이 된다. 


20만 트위터 유저가 열광한 화제작이라는 띠지 문구가 납득이 될 만큼 재미있다. 펭귄이 원래 이렇게 귀여운 동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엠퍼러가 하는 행동이 깜찍하고, 그런 엠퍼러를 반려동물로 맞이해 조금씩 이해하려 애쓰는 카호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1권에선 집에 펭귄이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은 카호가 엠퍼러를 감추기 위해 애쓰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데 이 또한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과연 카호는 엠퍼러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무사히 집 안에서 함께 살 수 있을까. 그 여부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음 권을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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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3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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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기르던 고양이 '찡찡이'가 14일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퍼스트 캣'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물 사랑은 전부터 유명했다. 바쁜 와중에도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거나 인터넷 쇼핑을 통해 반려동물 사료나 용품을 구입하는 것이 취미라고 밝히는 등 '집사'다운 면모를 유감 없이 밝혔다. 유홍준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자택을 찾았을 때 정원 한편에 쥐의 시체가 잔뜩 쌓여 있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대통령의 사랑을 듬뿍 받은 찡찡이가 그 사랑에 보답하려고 가져온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ㅎㅎ 


개성만점 할아버지 다이키치와 시크한 고양이 타마의 동거 생활을 그린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3권을 읽고 있자니 문재인 대통령과 찡찡이 생각이 절로 났다. 비록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타마는 외딴섬마을에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찡찡이는 서울 한복판 청와대에 있다는 큰 차이가 있지만, 아무리 시크하게 굴어도 결국엔 할아버지 품을 가장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타마의 모습은 이른바 '마약방석'으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품 안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찡찡이의 모습과 닮아 보인다(물론 외모는 대통령님이 훠얼씬 잘 생겼다 ㅎㅎ ).


다이키치 할아버지는 2년 전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고양이 타마와 함께 독거 아닌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고양이의 동거 생활이라고 하면 유유하고 한적한 생활을 상상하게 되지만 적어도 이 만화에선 은근히 스릴 넘치고 스펙터클하다. 할아버지 앞에서만 약한 척하는 타마와 그 사실을 알면서도 타마를 보면 들어안아주고 마는 할아버지 사이의 밀당이 어찌나 귀엽던지 ㅎㅎ 할아버지가 타마와 꼭 닮은 인형을 예뻐하자 할아버지가 안 보는 틈을 타 그 인형을 망가뜨린 타마의 모습은 오싹하기까지 했다(질투는 고양이의 힘?). 


섬마을 이웃들과 새로 온 젊은 의사 선생님 이야기도 만화에 재미를 더한다. 젊은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 한 번 받겠다고 아침부터 마을 진료소를 찾아오는 할머니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ㅎㅎ 틈틈이 등장하는 할머니 생전 당시의 일화도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만화,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계속 볼 수 있었으면. 딱 하나 소원을 더 빈다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토록 귀엽고 푸근한 타마를 꼭 안아보고 싶다(어떤 기분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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