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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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읽은 소설 중에 좋은 의미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와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다. 특히 <달콤한 노래>는 다르게만 보였던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닮았는지, 특히 여성의 삶과 하층민의 삶이 얼마나 지겹도록 비슷한지 알게 해준 작품이다.


이야기는 중년의 백인 여성 루이즈가 두 어린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한 채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후 경력이 단절된 미리암은 고민 끝에 자신은 일을 다시 시작하고 아이들은 보모에게 맡기기로 결정한다. 까다로운 면접 끝에 보모로 고용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바로 루이즈다. 미리암의 아이들은 루이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루이즈를 잘 따랐고, 미리암은 루이즈가 시키지도 않은 집안 살림까지 척척해줘서 고맙기만 하다. 루이즈가 하늘이 보낸 천사 또는 요정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리암은 루이즈의 행동 하나하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미리암의 변화를 눈치챈 루이즈는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의지할 가족 한 명 없이 불우한 생활을 영위해온 루이즈에게 미리암의 가족은 단순히 자신을 보모로 고용해준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완벽한 '한 팀'이었던 루이즈의 미리암의 가족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마침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질 때 생겨난 비극...!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노래처럼 한 번 읽으면 잊기 힘든, 결코 달콤하지 않은 쌉싸름한 뒷맛을 지닌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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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숙녀들의 사회 - 유럽에서 만난 예술가들
제사 크리스핀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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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서양 문학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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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숙녀들의 사회 - 유럽에서 만난 예술가들
제사 크리스핀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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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동안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작품들 대부분이 여성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여성이라서 이름을 감추거나 바꿔야 했던 이들의 사례는 얼마 전까지도 흔했다. 여성임이 드러나는 진짜 이름 대신 남성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의 사례까지 갈 것도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내면 잘 안 팔린다는 통념 때문에 'J.K.롤링'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다(이제는 조앤 롤링이라는 본명이 너무 유명해져서 가명으로 책을 낼 정도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감추고 존재마저 지워야 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의 문학잡지 편집장이자 서평가인 제사 크리스핀은 그동안 동경했던 예술가들의 자취를 찾아 모든 일을 멈추고 유럽으로 홀연히 떠난다. 그리고 '천재'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로만 알려진 노라 바너클, '위대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한 모드 곤, 뛰어난 르포르타주 작가였으나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은 리베카 웨스트, 문단 권력으로부터 배제당했으나 스스로 <리틀 리뷰>를 창간해 T.S. 엘리엇, 제임스 조이스 등을 발굴한 마거릿 앤더슨 등을 소개한다. 


이 책에는 여성은 아니지만, 시대의 통념과 맞지 않는 성적 취향 때문에 고민한 남성 예술가의 사례도 나온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며 평생 고통받은 서머싯 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속한 시대와 사회에서는 결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도피처이자 낙원은 오로지 예술뿐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지 않은 것'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나답게 살다간'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한 이 책이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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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맛집 산책 - 일본 유명 푸드저널리스트와 고독한 미식가의 저자가 함께하는
히라마츠 요코 지음, 타니구치 지로 그림, 김대환 옮김 / 하루(haru)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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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저널리스트가 직접 가보고 추천하는 오래된 맛집 이야기. 흥미롭고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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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맛집 산책 - 일본 유명 푸드저널리스트와 고독한 미식가의 저자가 함께하는
히라마츠 요코 지음, 타니구치 지로 그림, 김대환 옮김 / 하루(haru)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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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츠 요코가 글을 쓰고,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그린 책이다. 올요미모노에 연재한 칼럼 12회 분량을 책으로 엮었다. 


자기 전에 달아오른 머리를 식힐 겸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첩을 꺼내 놓고 메모를 했다. 방금 만든 봄나물 튀김, 바삭바삭하게 구운 교자, 길거리에서 먹는 오코노미야키, 130년 전통의 메밀 소바, 말고기 나베, 과일 샌드위치 등등 먹어본 적 없는 음식, 살면서 꼭 한 번은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꼼꼼히 적었다(책 뒤에 맛집의 주소와 연락처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 이런 배려 좋다!). 





이 책에 나온 음식 중에 기필코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니혼바시 '타이메이켄'과 오사카 '메이지켄'에서 파는 옛날식 오므라이스다. 1931년에 창업한 타이메이켄의 오므라이스 가격은 무려 1650엔. 통통하게 부푼 오믈렛과 밥, 새빨간 케첩을 동시에 떠서 입안에 넣으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하다. 반면 1926년에 창업한 메이지켄의 오므라이스 가격은 불과 650엔. 값싸고 양 많은 음식을 선호하는 오사카 사람들의 취향에 맞췄다는데 그 맛은 일품이라고 하니 이 또한 궁금하다. 





개혁개방 이후 일본으로 건너온 중국인들이 터전을 잡고 새롭게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이케부쿠로의 맛집들도 궁금하다. 직원과 학생은 물론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값싸고 영양 만점인 직원 식당, 학생 식당 정보도 유용하다. 지금은 없어진 우에노의 대중식당 '쥬라쿠다이'와 오사카 '쿠이다오레'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일본 맛집은 몇 대에 걸쳐 백 년, 이백 년 씩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부러웠는데, 이런 노포(시니세)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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