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양품계획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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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기왕이면 더 세련되고 화려한 것을 찾게 되는 게 인간의 마음이라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 가까이 '심플, 내추럴, 베이식'이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상표 없는(無印) 좋은 물건(良品)'을 만드는 '무인양품'이

다. 


무인양품 전 상품군의 기획, 개발부터 제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주식회사 양품계획이 직접 출간한 책 <MUJI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은 무인양품의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책에는 1980년 주식회사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서 출범해 전 세계 30개국(2020년 2월 기준)에 점포를 가진 글로벌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무인양품은 인간의 끝을 모르는 욕심과 지나친 소비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출범했다. 무인양품이 탄생한 1980년대는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로, 과도한 사치와 향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다. 무인양품의 초기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보다 더 큰 것, 많은 것, 화려한 것을 생산하는 기존 기업들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더 작은 것, 적은 것, 단순한 것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으로서 유지되고 있다. 


"거리를 걷는 여성들 모두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러고 싶지 않은 여성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 고이케 가즈코 


"닭을 죽여 해체하는 일은 잔혹하고 더러운데, 포장된 닭고기를 슈퍼마켓에서 사서 가족이 다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은 따뜻하고 깨끗한 일일까." - 가와다 준조 <인류의 지평에서>


"문제는 '무엇이 우리를 이런 끝없는 소비로 달려가게 하는가'입니다. 철학자 이반 일리치라는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략) 학교라는 제도의 최대 콘셉트는 '인간이란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런 내용을 뼛속 깊이 새긴 인간이 소비사회로 나오면 자신은 부족한 인간이다, 집도 뭔가 부족하다, 차도 부족하다, 냉장고도 컴퓨터도 없다, 아이 교육도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사회에 소비자로 완전히 둥지를 틀고, 기꺼이 강제 노동으로서 소비에 몰두합니다." - 이타미 주조 


책에는 벽걸이 CD 플레이어, 컵이 달린 캐미솔, 다음이 있는 목욕 타월, 직각 양말 등 무인양품의 인기 상품들이 탄생한 과정과 배경이 자세히 나온다. 무인양품의 스테디셀러 제품들은 하나같이 참신한 '발상'을 통해 탄생했다. 이때 기업 입장에서 효율이 좋은지, 생산성이 좋은지, 이익률이 높은지 등은 따지지 않는다. 시장 혹은 수많은 고객의 입장에서 이 제품이 정말 필요한지,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안락하게 개선할 수 있는지, 공동체와 환경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판단한다. 


불필요한 소비 조장이나 과도한 포장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최근에야 나온 줄 알았는데, 1980년대에 이미 무인양품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니 놀랍다. 샴푸나 린스 등을 담아서 파는 액체 용기는 모양과 색깔을 통일하는 편이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고 보기에도 깔끔한데 왜 기존 기업들은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일까. 소비자를 위해 한 번 더, 지구 생태계를 위해 두 번 더 생각하는 배려야말로 무인양품의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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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ㅣ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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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문학은 주로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상정한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소설 <시녀 이야기>의 배경도 가까운 미래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의 배경이 과거 혹은 현재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을 오로지 임신과 출산을 위한 '도구'로 보고, 그러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여성을 분류하고 계급 짓는 사회. 그러한 사회는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기 때문이다(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1세기 중반. 전 지구적 규모의 전쟁과 환경 파괴로 인해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미합중국이 분열하고 '길리어드'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탄생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 상태가 되어 출생률이 급감하자 길리어드 정부는 여성들을 강제로 징집해 통제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여성들을 임신이 가능한 여성과 불가능한 여성으로 나누고, 각각의 신체적 기능에 따라 '시녀', '하녀', '아내', '아주머니' 등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브프레드'는 시녀다. 가정의 주인인 사령관의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출산할 의무를 지닌 오브프레드는 길리어드가 출현하기 전 자유롭고 행복했던 시절의 일들을 기억한다. 그 시절 여성들은 각자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취직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었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가질 수 있었고, 결혼 후 배우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혼할 수도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든 길게 기르든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각자의 선택에 맡겼다. 


길리어드에서 이 모든 일은 '범죄'다. 시녀는 시녀답게, 하녀는 하녀답게, 아내는 아내답게,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답게 살아야 한다. 옷과 머리 모양마저도 각자의 계급에 맞춰야 하고, 따르지 않을 시에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심지어 여성은 글을 배워서도 안 된다. 오브프레드처럼 글을 읽을 줄 아는 여성은 억지로 잊거나 모르는 척해야 한다. 이토록 부당한 억압과 통제를 과연 나라면 견딜 수 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지만,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고 문장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작품이 1985년에 발표되었음을 알았다. 1985년이면 냉전이 종식되기 전. 미국 같은 '자유' 진영 국가조차도 공산 진영 국가 못지않게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감지한 작가의 '촉'이 놀랍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지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몸을 여성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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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성.영진정보연구소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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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 상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7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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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장편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세계는 크게 <모방범>, <화차>, <솔로몬의 위증> 같은 현대물과 <외딴 집>, <흑백>, <안주> 같은 시대물로 나뉘는데, <세상의 봄>은 후자에 속한다.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현대물이 아닌 게 의아했는데, 죽기 전까지 에도 시대가 배경인 괴담으로 '백물어(百物語)'를 완성하고 싶다는 작가의 계획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수긍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에도 시대 기타간토의 작은 번 기타미.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다키의 집에 한 여인이 아기를 안고 찾아온다. 여인은 성에서 변사가 일어나 죽을 위기에 처했다며, 토목청 감독인 가가미 가즈에몬(다키의 아버지)의 집으로 찾아가면 괜찮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튿날 여인은 아기를 데리고 떠나고, 다키와 다키의 아버지는 성에서 일어난 변사가 자신들의 생활을 크게 바꿀 것을 예감한다. 

얼마 후 다키는 사촌인 한주로의 손에 이끌려 고코인으로 간다. 고코인은 유폐된 청년 번주 시게오키가 요양을 이유로 머무르고 있는 별저다. 고코인을 관리하는 이시노는 다키의 어머니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신묘한 능력이 다키에게도 전해졌을지 모른다며, 그 능력을 이용해 시게오키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알고 보니 시게오키는 때로는 천진한 소년으로, 때로는 요염한 여인으로, 때로는 흉포한 사내로 변하는 - 소위 말하는 '다중인격자'였다. 

시게오키의 치료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시게오키의 증세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시게오키가 '과거에 저지른 일' 때문에 원혼이 씐 것이라고 한다. 서양의학(난학)을 접한 의사는 원혼 같은 건 없으며, 이 또한 신체적 병의 일종이라고 한다. 다키는 입장을 정하지 못하다가, 치료가 계속되고 시게오키의 여러 인격들이 모습을 드러낸 후에야 입장을 정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시게오키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시게오키가 과거에 '저지른 일'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당한 일' 때문이라는 것을. 

(여기서부터 스포 있음) 

시게오키는 어릴 때 가까운 친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다른 인격을 사용해 원래의 인격을 지키고, 여러 인격을 내세워 자기 나름대로 사건의 진실을 간직해온 것이다. 친족 간 성폭행은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서는 피해자가 남성이다. 성폭행 피해자인 여성을 남성이 '구원'하는 서사는 많이 봤지만 반대인 경우는 못 봤기에 신선했다. 

시게오키를 성폭행한 가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들이 오랫동안 존경해온 인물임을 알게 되었을 때, 주변 인물들이 이를 부정하거나 은폐하려 들지 않고 피해자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도와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선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변 인물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퍼붓는 경우가 더 많다. 과연 피해자가 여성이었다면 소설 속 주변 인물들이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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