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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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문학은 주로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상정한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소설 <시녀 이야기>의 배경도 가까운 미래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의 배경이 과거 혹은 현재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을 오로지 임신과 출산을 위한 '도구'로 보고, 그러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여성을 분류하고 계급 짓는 사회. 그러한 사회는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기 때문이다(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1세기 중반. 전 지구적 규모의 전쟁과 환경 파괴로 인해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미합중국이 분열하고 '길리어드'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탄생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 상태가 되어 출생률이 급감하자 길리어드 정부는 여성들을 강제로 징집해 통제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여성들을 임신이 가능한 여성과 불가능한 여성으로 나누고, 각각의 신체적 기능에 따라 '시녀', '하녀', '아내', '아주머니' 등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브프레드'는 시녀다. 가정의 주인인 사령관의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출산할 의무를 지닌 오브프레드는 길리어드가 출현하기 전 자유롭고 행복했던 시절의 일들을 기억한다. 그 시절 여성들은 각자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취직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었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가질 수 있었고, 결혼 후 배우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혼할 수도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든 길게 기르든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각자의 선택에 맡겼다. 


길리어드에서 이 모든 일은 '범죄'다. 시녀는 시녀답게, 하녀는 하녀답게, 아내는 아내답게,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답게 살아야 한다. 옷과 머리 모양마저도 각자의 계급에 맞춰야 하고, 따르지 않을 시에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심지어 여성은 글을 배워서도 안 된다. 오브프레드처럼 글을 읽을 줄 아는 여성은 억지로 잊거나 모르는 척해야 한다. 이토록 부당한 억압과 통제를 과연 나라면 견딜 수 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지만,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고 문장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작품이 1985년에 발표되었음을 알았다. 1985년이면 냉전이 종식되기 전. 미국 같은 '자유' 진영 국가조차도 공산 진영 국가 못지않게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감지한 작가의 '촉'이 놀랍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지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몸을 여성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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