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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문쾌답 - 답이 없는 시대 필요한 것들
오마에 겐이치 지음, 홍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오마에 겐이치'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세계 3대 경영 구루'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아니, 일본인이 어떻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경영학의 역사는 다른 학문에 비해 짧은 편이고, 일본은 중국이 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 대국이 아니었던가. 그만큼 아무리 일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경영학, 기업 분야에 있어서는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아니, 지난 수십년간 일본을 모델로 성장해온 우리나라로서는 필히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면서 배워야 하는 나라가 아닐까.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ㅡ, 오마에 겐이치는 현재 주식회사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인재 양성과 교육 사업에 힘쓰고 있는데, 2010년 3월 이 회사의 직원이 당시 일본 내에 불고 있던 트위터 붐을 따라 '오마에봇(@ohmaebot)'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http://twitter.com/#!/ohmaebot) '봇(bot)'은 정치인, 경영인, 예술인 등 유명 인사의 발언이나 저작 속의 문구를 소개하는 트위터 계정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트위터를 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오마에봇'이라고 하면 오마에 겐이치의 발언이나 저작 속의 문구를 소개하는 계정이라는 뜻인데, 이를 통해 소개된 글이 화제가 되어 아예 묶어서 만든 책이 바로 이 책 <난문쾌답>인 것이다. 그야말로 아날로그 매체인 책과 디지털 매체인 SNS가 선순환된, 책의 미래를 보여주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이 책(그리고 오마에봇 계정)에 소개된 글은 오마에 겐이치의 경영 철학 및 삶의 지혜, 인생에 대한 교훈에 대한 내용이 많다. 경제는 불황이고 정치는 소통이 안 되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시대'. 이런 시대를 헤쳐나갈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오마에 겐이치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답을 구하는 것(p.10)'만이 답이라고 한다. 부모, 스승, 상사의 말대로, 매뉴얼 대로, 원칙 대로만 할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것. 말은 쉽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 시대를 바꾼 사람들 중에 원칙대로 한 사람,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직접 움직이고 나만의 답을 구하지 않는 한 성공은, 변화는 없다.
요즘은 글도 모자라 사진, 그림까지 빽빽히 실린 책도 많은데, 이 책은 잠언집처럼 한 페이지에 제목과 문구, 출처만 달랑 있고 여백이 많아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형식이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 같았다. 마치 여백에 까만 펜으로 답을 채우듯이, 짧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무궁무진했다. 경영 철학, 삶의 지혜뿐 아니라 정치,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발언도 실려 있는 점도 신선했다. 하긴, 세상 만사 관련되지 않은 것이 무엇일까. 오마에 겐이치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경영에 접목시키고, 이렇게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오마에봇'을 처음으로 제대로 훑어봤다. 하루에 한 번, 부지런히도 업데이트 되고 있다. 성공이란, 인터넷이란, 영어란... 수많은 단어가 내 눈길을 끈다. 책은 다 읽었지만, 앞으로는 이 오마에봇을 통해 구루, 현자의 생각을 배우고 훔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