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미카엘이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리즈베트가 주인공이다. 미카엘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소명 외에는 다른 사회의식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반면, 여성, 동성애자, 극빈자, 사회적 보호 계층 등 소수자, 약자, 비주류 계층을 대변하고, 이들을 괴롭히고 유린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응징하는 반(反)주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작가 자신의 사회의식 내지는 사회적인 입장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미카엘의 이야기가 소설을 전개하는 역할에 불과한데 반해 리즈베트의 이야기에서는 소설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문제의식이 보인다는 점도 그 이유다. 리즈베트는 법적으로는 정신병 이력이 있는 사회적 보호 대상으로 되어 있고, 그녀 또한 피어싱과 문신, 괴상한 옷차림과 어두운 표정, 험한 말투로 스스로를 위장하며 산다. 그녀를 관리해온 사회복지사와 병원, 경찰, 정부의 말을 믿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오해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한다. 저자는 리즈베트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지 않고 외모나 학력, 직업, 직장, 전과, 병력, 성별, 성적 취향, 피부색 등만 보고 차별하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비난한다. 또한 리즈베트가 파헤치고 있는 하리에트 실종사건의 진상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각 분야에서 가진자의 못가진자에 대한, 주류의 비주류에 대한 착취를 고발한다. 나아가 저자는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으며, 과격한 수단을 쓰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 전례가 없는 여성 주인공 리즈베트를 통해 악(惡)에 맞서 싸우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까지 그려냈다. 이 점이 이 소설 최고의 미덕이자 성과다.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를 단순한 개인이 아닌 남성우월주의, 반유대주의, 나치즘, 민족주의 등의 이념과 사회세력으로 확장하여 강도높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사회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소설을 단순히 문장과 이야기를 즐기는 문학의 한 장르로 보지 않고,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주류 매체나 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말괄량이 삐삐>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두 주인공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속해 있던 남남이었다가 같은 일을 수행하는 동료이자 조력자로, 연인이자 운명공동체로 묶여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여 애정소설로서도 훌륭하다. 한편 여성문제를 비롯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소설에 지역성을 충실히 반영했으며, 남자 주인공은 고지식하리 만큼 신념이 강한데 반해 여자 주인공은 개성적이고 활달하다는 설정 등이 얼핏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시리즈만의 공통점이라기보다는 독일과 스웨덴을 아우르는 중북부 유럽의 일반화된 소설 유형이 아닌가 싶다. 두 시리즈 모두 좋아하니 앞으로 이 지역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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