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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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웅현의 책을 읽으면 적어도 하나는 건진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읽고 졸업 후에도 토익 시험 성적이 있으면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는 문장에 혹해(?) 올해 토익 시험을 보았고, (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책은 도끼다>를 읽고 저자가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어 덩달아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이번에 <여덟 단어>를 읽으며 메모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 중에는 무엇이 남을까. 강력한 후보 세 개를 소개해 본다.


첫째는 '개처럼 살자'는 것. 저자는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온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 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매끼를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게 먹고, 매순간 더할 나위 없이 집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개처럼 말이다. 멀티 태스킹도 좋지만 집중하고 몰입할 때만큼 즐기기는 어렵다. 일상에서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싶다면 개처럼 현재에 집중해서 살자.

 
둘째는 저자가 미국 유학 시절에 배운 '7 words rule'. 하고 싶은 말을 한 줄로 요약하고, 이를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확장하고, 다시 챕터별로 확장하는 식의 글쓰기 요령이다. 중요한 건 처음에 강력하고 매력적인 한 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글도 한 줄로 요약했을 때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 앞으로 서평을 쓸 때는 생각나는 대로 난삽하게 쓰지 말고, 먼저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배운 점 또는 책에 대한 설명을 한 줄로 요약하고 이를 확장하는 식으로 써야겠다.


마지막 셋째는 메모하는 습관. 이 책은 챕터 맨앞장마다 저자가 친필로 수첩에 적은 메모를 찍은 사진이 실려 있는데, 자세히 보면 해당 챕터의 전체 내용이 요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저자가 책에 쓸 내용을 메모한 것을 스캔한 것 같다. 사진을 보니 저자가 평소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생각을 확장하고 정리하는지, 어떻게 기록하는지 등을 알 수 있어 유용했다. 나도 내년에는 저자처럼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 글을 쓸 때나 일할 때 요긴하게 활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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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 2 - 어느 만화가의 시코쿠 헨로 순례기
시마 타케히토 지음, 김부장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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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에서 나온 시마 타케히토의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오타쿠 남자와 백수 여자가 시코쿠 헨로를 걷는 이야기' 정도 될까. 시코쿠 헨로는 도쿠시마, 에히메, 고치, 가가와 4개 현으로 이루어진 일본 혼슈 아래에 위치한 섬 시코쿠에 있는 88개의 찰소를 순서대로 순례하는 길을 일컫는다. 정년퇴직자부터 학생, 노숙자, 병자, 도망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장장 1,200km를 걷는 고행을 자처하는 이유는 단 하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 안 팔리는 중년의 에로 만화가와 직장을 때려치우고 일 년을 집에만 쳐박혀 있던 백수 여자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엔 이 길을 걸어도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백 퍼센트 믿지는 않았고 걷는 동안에도 수없이 의심했지만, 다 걷고 난 뒤의 표정은 무척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의 표정도 그랬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웃고 울었으니 아마도 그랬으리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례자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걷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을 떠올렸다. 비록 나는 국토 대장정은커녕 제주 올레길 걷기도 해본 적 없지만, 매주 몇 번은 집 근처 공원을 걷는 '자칭' 걷기 예찬론자로서 걷기의 매력을 아주 조금은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걷기의 매력은, 걷기 전엔 귀찮고 걸을 때는 힘든데 걷고 나면 행복하다는 것.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귀찮고 힘들지만 막상 끝내놓고 보면 비로소 의미가 보이고 가치가 느껴지는 일이 살다 보면 제법 많다. 그러니 해보기도 전에 의미를 따지지 말고, 하면서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궁시렁대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볼 것.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아니 넉넉 잡아 내년 안에 시코쿠 헨로는 못 가도 제주 올레길 한 번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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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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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는 고전을 다른 관점, 다른 방식으로 읽어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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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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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개봉한 정우성, 이솜 주연 영화 <마담 뺑덕>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심청전>을 심청이 아닌 뺑덕어미의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설정만큼은 좋았다. 옛 이야기 속에서 뺑덕은 효녀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사이 아버지 심봉사의 옆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은 악녀이지만 영화에선 다르다. 뺑덕은 심봉사 때문에 어머니와 뱃속의 아이를 잃은 피해자. 심청은 그런 과거를 모른 채 뺑덕을 무너뜨리는, 마냥 효녀로만은 볼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건국대 신동흔 교수와 고전과출판연구모임이 공저한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도 비슷한 관점을 취한다. 책에 따르면 심청은 눈에 안 보이는 아버지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을 지닌 '강박적 배려'의 희생양으로,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아버지 곁을 떠남으로써 오히려 독립된 인간으로 거듭났고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심청전의 '진짜' 주제는 '효(孝)'가 아니라, 부모를 위해 나의 욕망을 포기하면서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심청전> 외에도 <장화홍련전>, <옹고집전>, <변강쇠가>, <심청가>, <흥보가> 같은 민담과 판소리,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한중록>, <만복사저포기> 같은 고전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결과가 담겨 있다. 잘 알려진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홍계월전>, <적성의전>, <상사뱀설화> 등 덜 유명한 작품들도 소개되어 있어 그동안 몰랐던 옛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서사, 즉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가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시도다. 서사문학의 구조와 줄거리, 인물 심리를 분석하여 정신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시도는 이미 문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문학치료라는 학문 분야로 정립되어 있다고 한다. 문학과 심리학 모두 관심 있고 좋아하니 한 번 공부해볼까? 익히 아는 고전을 다른 관점, 다른 방식으로 읽어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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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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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새 책 <에디톨로지>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이제까지 공부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서 책 읽고 문제 푸는 게 전부였지만, 오늘날의 공부는 다르다. 학교 밖에서, 책 이외의 매체를 통해 공부할 수 있고, 문제 풀고 시험 보면 공부 끝, 이 아니라 공부한 내용을 현실에서 활용하는 방법까지 체득해야 공부가 완성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학자들의 활동이 학계 내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TV, 신문, 책, 잡지는 물론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학자들이 많다. 어느 대학 교수 또는 강사라는 '간판' 없이 활동하는 학자들도 자주 본다. 그러니 이제 공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 읽고 시험 보는 공부라면 몰라도 내 이름 걸고 상품으로서 팔 수 있는 경지의 공부는 웬만한 노력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디톨로지>의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다. 에디톨로지의 뜻을 찾아봤더니 세상 모든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편집의 방법론, 즉 '편집학'이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창조, 발명이랍시고 나오는 것들도 뜯어보고 파헤쳐 보면 원래 있던 것들을 접붙이거나 조금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 지식도 다르지 않다. 새로운 세상에 필요한 지식 또한 기존 지식을 편집해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을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저자도 책에 짧게 언급하지만,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다. 살아있는 동안 그가 편집한 것은 기존 제품, 타인의 기술, 경영학, 인문학, 디자인, 캘리그라피, 프레젠테이션, 검은 목폴라티 등등 수없이 많다. 물론 다른 CEO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기존 제품을 개량하고 타인의 기술을 이용하고 여러 학문을 접목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고 하고 있을 것이다. 허나 그는 그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편집했고, 디자인, 캘리그라피, 프레젠테이션 등 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과 접목하거나 재창조하는 일을 탁월하게 해냈다. 
 

저자 김정운 역시 모범이 되는 사례다. 그는 전공인 심리학을 문화와 접목한 문화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동시에 미술, 음악, 건축 등 다방면에 걸친 조예를 책으로 풀어쓰고, 한국과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나라의 문화를 비교하는 글을 쓰는 작가다. 최고는 삶과 학문을 접목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학자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을 구분하고 섞지 않는 데 반해, 김정운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같은 파격적인 제목의 책도 서슴지 않고 쓰고, TV 프로그램에 초대되면 2:8 가르마 머리와 양복 대신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파마머리와 가쿠란 패션을 선보이며, 유머러스하고 때론 선정적인 토크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답게 열심히 놀다가 아예 교수를 그만두고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화를 배우고 있다는 근황도 저자답다. 저만치 따로 놀던 공부와 놀이, 일과 생활, 학문과 취미를 섞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인생이 되고 훌륭한 책이 나온다. 책에 나온 말 중에 '텍스트는 콘텍스트에서 생성된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저자의 콘텍스트가 재미있으니 이런 재미있는 책이 나온다. 한때 연구실에 쳐박혀 공부나 할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고,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나의 콘텍스트는 무엇일까,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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