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가을 개봉한 정우성, 이솜 주연 영화 <마담 뺑덕>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심청전>을 심청이 아닌 뺑덕어미의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설정만큼은 좋았다. 옛 이야기 속에서 뺑덕은 효녀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사이 아버지 심봉사의 옆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은 악녀이지만 영화에선 다르다. 뺑덕은 심봉사 때문에 어머니와 뱃속의 아이를 잃은 피해자. 심청은 그런 과거를 모른 채 뺑덕을 무너뜨리는, 마냥 효녀로만은 볼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건국대 신동흔 교수와 고전과출판연구모임이 공저한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도 비슷한 관점을 취한다. 책에 따르면 심청은 눈에 안 보이는 아버지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을 지닌 '강박적 배려'의 희생양으로,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아버지 곁을 떠남으로써 오히려 독립된 인간으로 거듭났고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심청전의 '진짜' 주제는 '효(孝)'가 아니라, 부모를 위해 나의 욕망을 포기하면서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심청전> 외에도 <장화홍련전>, <옹고집전>, <변강쇠가>, <심청가>, <흥보가> 같은 민담과 판소리,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한중록>, <만복사저포기> 같은 고전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결과가 담겨 있다. 잘 알려진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홍계월전>, <적성의전>, <상사뱀설화> 등 덜 유명한 작품들도 소개되어 있어 그동안 몰랐던 옛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서사, 즉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가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시도다. 서사문학의 구조와 줄거리, 인물 심리를 분석하여 정신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시도는 이미 문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문학치료라는 학문 분야로 정립되어 있다고 한다. 문학과 심리학 모두 관심 있고 좋아하니 한 번 공부해볼까? 익히 아는 고전을 다른 관점, 다른 방식으로 읽어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