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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 BEGINS - 모든 것이 처음인 날들
김보희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5년 2월
평점 :

구독하는 뉴스레터 중에 <거북목편지>가 있다. '책 때문에 거북목이 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설명이 재미있어서 구독하게 되었는지 어땠는지 정확한 계기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현재 내 기준 '새 편지가 도착했을 때 기쁘고 다음 편지가 기대되는 뉴스레터 No.1'인 점은 분명하다. 구독 초창기에는 사실 터틀넥프레스 책을 읽어본 적도 없고 터틀넥프레스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새로 생긴 출판사인 점과 1인 출판사인 점 정도만 알았는데, 언젠가 대표님이 차도 없이 배낭 매고 캐리어 끌고 다니며 일하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구나. 이런 분이 만드는 책이라면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 터틀넥프레스에 (혼자) 정이 들어서 대표님이 출연한 팟캐스트도 찾아 듣고(목소리가 참 좋다) 터틀넥프레스에서 만든 책도 사서 읽고 하다가(<에디토리얼 싱킹>), 이 책이 나온 거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 BEGINS>!! 원래도 일기 형식의 책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편이기는 한데(참고로 최근에 읽은 책과 읽고 있는 책 : 문보영 시인의 아이오와 일기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최민석 소설가의 <마드리드 일기>), 남의 '사업' 일기를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근데 이렇게 재미있고 쫄깃할 줄이야 ㅎㅎㅎ
저자 김보희는 19년간 7개의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 베테랑 출판 편집자이다. 2022년 봄 마지막 회사를 퇴사(졸업)한 저자는 다른 회사에 재취업하는 대신 혼자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총 15개월 간 저자가 쓴 사업 일기를 담고 있다. '사업'일기답게 사업 초반의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고객 프로파일링, 브랜드 스토리 작성, 브랜드 세계관 완료, BI 디자인 의뢰, 출판사 등록, 사업자 등록, 지원사업 응모 등 1인 출판 또는 1인 브랜드 창업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따라 하거나 저자의 시행착오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또한 사업'일기'답게 저자의 일상과 그때 그때의 심경이 자세히 담겨 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의 불안, 사업 시작한다고 주변에 처음 알릴 때의 두려움, 팀으로 일하다 혼자 일하기 시작하면서 느낀 외로움과 막막함... 1인 출판 경험은 없지만 퇴사 경험자이자 프리랜서 노동자로서 공감 가는 점이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져 내 손으로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자세히 알게 된 점도 좋았다. 그동안 책 만드는 법, 책 파는 법에 관한 책을 안 읽어본 것도 아닌데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된 것이 많다. 특히 신간 나왔을 때 각 대형 서점 MD분들 만나서 미팅하는 과정. F인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너무 떨린다.
저자가 열심히 하는데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막막하고 불안해졌을 때 선배님이 해주신 조언도 좋았다. "차근차근 하나씩 즐겁게 배우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말고, 하나를 하고 변화를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해나가자고요. 또 하나를 하고, 또 변화를 기다리고, 차근차근." (203쪽) 아무 것도 안 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이치에 안 맞지만, 어떤 일을 했다고 바로 변화가 생기길 기대하는 것도 이치에 안 맞는다. 시야는 멀리 두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용감하게 해나가는 태도를 나 또한 몸에 익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