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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김수영이 만난 25개국 365개의 꿈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3학년 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가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동화 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한 파울로 코엘료 소설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그의 책을 즐겨 읽었지만 최고의 작품은 여전히 [연금술사]라고 생각한다.
그 소설의 백미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그 문구를 떠올리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 마음에 간직한 꿈을 향해 꾸역꾸역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과 잔혹하게만 느껴졌던 운명이 어느 순간 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온 우주의 에너지를 모으는 이미지가 연상되어 가슴이 뭉클하다.
김수영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를 읽으며 인간과 운명, 그리고 꿈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 역시 [연금술사] 속 소년처럼 꿈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잔혹한 운명에 맞선 결과 '온 우주가 도와준 것 같은' 기적을 만났다.
저자는 학창시절 학교에서는 일진으로 불리고, 가정에서는 가출을 밥먹듯이 하는 문제아였다. 서태지의 '컴백홈'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후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실업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고, 대학에 가겠다는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말리고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이 풀고 버린 문제집을 지우개로 지워서 공부할 정도로 독하게 노력한 결과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진학했고, 1999년 KBS '도전!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으로 뽑히는 기적을 낳았다.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수십개씩 하며 대학을 졸업, 세계적인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그녀는 신체검사에서 돌연 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라서 가벼운 수술로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 73개를 적은 뒤 현재까지 그 꿈들을 이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까지가 저자의 전작인 베스트셀러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에 실린 이야기라면, 두번째 책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는 저자 자신보다도 저자가 만난 사람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르포 같은 책이다. 저자는 2011년 6월부터 1년 동안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365일간 25개국을 여행하며 365명의 삶과 꿈을 담은 ‘꿈의 파노라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녀는 사람을 만나면 한결같이 물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사는 곳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역사와 문화, 종교도 다르지만 사람들은 모두 꿈이 있었다.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등 개인적인 꿈부터 조국의 독립, 자유 등 꿈의 내용도 다양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으며, 꿈을 알고 그것을 실천할 때 행복하며, 꿈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저자와 만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지 얼마 안 되어 꿈을 이룬 사람들이 꽤 많다. 정부의 압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이란의 부부는 저자를 만난지 얼마 안 되어 그토록 원하던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생계를 잇기에 바빠 노래할 시간도 없었던 킬리만자로의 셰르파는 음반을 내게 되었다. 저자와의 만남 후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에 골인한 커플도 있고, 언론인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여성도 있다.
저자 또한 세계를 누비며 많은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듣는 한편 틈틈이 자신의 꿈도 이루었다. 부모님 성지순례 시켜드리기, 킬리만자로 등정하기, 발리우드 진출까지...! 고작 1년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도 꿈을 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킬만큼 굉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다시한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는 [연금술사]의 문구가 떠올랐다.
나는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를 읽고 저자의 블로그를 이웃으로 추가하고, 저자가 나온 방송을 빠짐없이 보았을 정도로 그녀의 팬이다.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를 읽고 꿈을 썼다면, 신작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읽고나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노력들을 되짚어 보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는데 꿈을 품은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영 이뤄지지를 않는다. 가까이 다가간 듯 하다가도 멀어지고, 남들은 쉽게 이루는 것 같은데 나만 안 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블로그나 책, 방송을 통해 직장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작가에서 대한민국 꿈 멘토로 나날이 발전하는 저자를 보면서 힘을 냈다. 그녀는 '꿈이 이루어졌다'고 말하지만 이번 책만 봐도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꿈만 해도 그 꿈을 이루는데 몇 달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돈이 들었고, 몸도 많이 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직 그 꿈 하나에 간절히 매달린 결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고 그녀의 우상 샤룩칸으로부터 손등 키스까지 받았다. 그녀를 보면 온 우주가 소망이 실현되도록 돕기 전에 먼저 간절히 원해야 하고, 간절히 원하기 전에 그만한 노력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온 우주가 내 꿈을 이뤄주기 전에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다음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그 답을 얻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