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일은 합니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좋아하는 일본 작가 무레 요코의 신간이 나왔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900년생, 집필 당시 아흔 살이 된 저자의 외할머니 모모요 씨. 아흔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체력도 좋고 정신도 말짱하다. 모모요 할머니는 그동안 도쿄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다섯 가지나 있었다며 혼자서 여섯 시간이나 열차를 타고 도쿄에 온다. 

모모요 할머니가 해보고 싶은 일이란 혼자서 호텔에 숙박하기, 우에노 동물원에 있는 판다 보러 가기, 도쿄돔 견학하기,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할머니의 하라주쿠' 스가모에서 쇼핑하기 등등. 환갑을 눈앞에 둔 저자의 어머니는 모모요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다니는 게 힘들어 죽겠는데, 아흔인 모모요 할머니는 날이 갈수록 더 쌩쌩하고 건강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야기는 모모요 할머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모모요 할머니의 전(全) 생애를 쭉 훑는다. 상점을 운영하는 부모 슬하에 장녀로 태어나 손님들에게 어리광 부리는 것이 낙이었던 어린 시절부터, 편도 두 시간 거리의 여학교를 힘든 줄도 모르고 오갔던 학창 시절, 얼굴도 본 적 없는 괴짜 남편과 결혼해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렸던 젊은 시절, 살림이 핀 후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모모요 할머니의 삶...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나라면 모모요 할머니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도 이렇게 밝고 건강한 할머니로 늙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벌써부터 허리가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모모요 할머니가 도쿄 여행 이듬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데, 그전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부지런히 해놓고 돌아가신 것도 멋지다. 부디 저세상에서 편히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