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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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도 그 유명한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는 여태 읽지 못했다. 1992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출간된 해리 보슈 시리즈는 모두 22권. 국내에 정식 발행된 것만 따져도 15권에 이르니 대체 언제 다 사서 언제 다 읽는단 말인가. 그런데 최근 출간된 해리 보슈 시리즈 제15권 <드롭 : 위기의 남자>를 읽는 순간, 이 시리즈는 무조건 처음부터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롭 : 위기의 남자>만 읽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지만, 아무래도 주인공 해리 보슈의 캐릭터와 그가 그동안 겪은 일들을 알면 이 재미있는 소설이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재미있어질 것 같은 예감 또는 확신이 팍팍 들었기 때문이다. 


해리 보슈가 형사로 일하는 LA 경찰국에는 드롭(DROP)으로 불리는 퇴직유예제도가 있다. 혼자 몸으로 고등학생인 딸 하나를 키우는 보슈는 퇴직유예신청이 받아들여져 한숨 놓지만, 3년 후 퇴직이 현실로 다가오면 어떻게 살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해놓지 못한 상태다(한국의 월급쟁이들 현실과 별다르지 않다). 그런 해리에게 어느 날 아침 두 건의 사건이 할당된다. 하나는 미제로 남은 1989년 살인사건, 다른 하나는 시의원의 아들이 고급 호텔에서 추락사한 사건이다. 경찰청은 우선 시의원의 아들이 추락사한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하지만, 보슈는 왠지 미제 사건 쪽이 끌린다. 


소설은 두 개의 사건이 교차되는 플롯임에도 쉽게 몰입되고 매끄럽게 읽힌다. 이 사건이 풀릴 조짐이 보이면 저 사건이 막히고, 저 사건이 풀릴 조짐이 보이면 이 사건이 막혀서 보슈와 독자의 숨통을 조인다. 보슈의 오랜 숙적인 어빈 어빙이 시의원으로 등장해 보슈를 압박하는 것으로 모자라 보슈의 전 동료인 키즈 라이더, 보슈의 현 동료인 데이비드 추까지 보슈를 긴장시킨다. 아버지를 따라 경찰이 되고자 하는 보슈의 딸 매디, 보슈의 새 연인이 될 조짐이 보이는 해나 스톤의 존재 정도가 이야기에 온기를 더한다. 


멀지 않은 퇴직도 직장 내 압박도 중년 남성을 괴롭히는 '위기'인 건 맞지만, 얼마 전에 읽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제9권 <팬텀>에 비하면 <드롭 : 위기의 남자> 속 상황은 훨씬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해리 홀레는 현재 위기 정도가 아니라 절망의 구렁텅이를 기어 다니고 있는데, 해리 보슈는 소설 내내 우는소리 하면서도 형사 생활과 아버지 노릇과 애인 만들기를 '해낸다'(해리 보슈가 이걸 정말 다 해냈는지, 못 해냈다면 뭘 못 해냈는지는 소설을 직접 읽고 확인하시길 ^^). 나는 <팬텀>을 읽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드롭 : 위기의 남자>를 읽는 동안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나는 다방면에서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을 좋아한다. 이 책의 제목 ‘드롭(The Drop)’은 작품 속 두 개의 사건과 해리 보슈의 상황을 의미한다. 하나는 22년 전 희생자에게서 채취된 ‘피 한 방울(a drop)’이 성폭행범의 DNA와 일치하는 데서 비롯된 미제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한 남자가 샤토마몽트 호텔에서 ‘추락(drop)’하여 사망한 사건으로, 해리 보슈는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니면 단순한 실수에 의한 것인지 수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무연장프로그램(DROP;Deferred Retirement Option Plan)’을 신청하여 3년의 추가 근무를 허락받은 형사 해리 보슈의 앞날을 염두에 두었다.” _저자 인터뷰에서(www.michaelconnelly.com) 


제목의 의미에 대한 마이클 코넬리의 설명을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제목의 '드롭'이 퇴직유예제도를 뜻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다른 의미가 둘이나 더 있다니. 이래서 다들 마이클 코넬리, 마이클 코넬리 하나보다.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그렇다면 <드롭> 다음에 출간된 '해리 보슈 시리즈' 제16권 <The black box>(2012)는 무슨 내용일까. 이 또한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일까. 국내에서도 어서 정식 발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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