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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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는 법과 인권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법학자 홍성수가 쓴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혐오 표현의 '혐오'라는 말은 단순히 싫거나 꺼리는 감정을 뜻하지 않는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도 있듯이, 가해자는 그저 기호나 취향을 알리기 위해 쓴 혐오 표현일지라도, 피해자, 특히 생애 전체에 걸쳐 사회 전 영역에서 각종 무지와 오해,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 사회적 약자는 그 혐오 표현 때문에 존재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고 사회나 집단으로부터 배제되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혐오 표현의 피해자로 주로 언급되는 집단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다문화 가정 출신 등인데, 시야를 넓히면 전라도 등 특정 지역 출신에 대한 혐오 표현, 흑형이나 짱깨, 쪽바리 같은 외국인 혐오 표현 등도 범주에 들어온다. '조선 놈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 등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혐오 표현도 있다. 이 말을 듣고 속에서 열불이 나지 않는 한국인은 없겠지만(있나?), 한국인 중에도 흑인은 더럽다, 중국인은 시끄럽다, 일본인은 전부 나쁘다 같은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꽤 많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한테도 안 하는 게 기본 매너다. 


이 책은 법학자인 저자가 법의 차원으로 각종 혐오 표현의 의미를 분석하고, 각각의 정도와 위험성을 분류하고, 전 사회에 걸쳐 이런 혐오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비롯해 맘충, 노키즈존, 퀴어 문화축제, 메갈리아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이슈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영화 <청년 경찰>, <범죄도시>가 야기한 혐오 문제도 언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양서라기보다는 학술서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저자의 논의 전개와 해결 방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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