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을 좋아하지만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교토에서라면 일 년, 아니면 적어도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 청수사나 금각사, 은각사 같은 유명 관광지 말고, 교토의 사방팔방, 구석구석을 누비며 내가 모르는 교토의 민낯을 보고 싶다. 





<하루하루 교토>는 저자가 교토에서 실제로 한 달 동안 살아본 체험을 적은 여행 에세이다. 1996년생인 저자 주아현은 중학교 때 일본 여행 블로그를 보고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웠고, <두나's 도쿄 놀이>나 <다카페 일기> 같은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을 상상했다. 저자는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열 번의 일본 여행을 했고, 어디를 가든 매번 좋았지만 교토에서라면 한 달쯤 살아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 4월 용감하게 교토에서의 한 달 살이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저자가 교토에서의 '한 달 살이'를 결심하고 나서 맨 처음 한 일은 '위시리스트' 만들기였다. 위시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그동안 본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 책과 음악 등을 총동원했다. 저자가 위시리스트에 적은 건 '1. 동네 목욕탕에서 낯선 사람들과 목욕하기', '2. 누군가를 위해 케이크를 주문 제작하기', '3. 아무 계획 없이 그저 숙소 근처의 동네를 산책하기', '4. 마음에 드는 카페나 장소는 미련이 없을 만큼 몇 번이나 가기', '5. 밤에 편의점에서 어묵과 맥주 하나를 사 와 영화 보기' 등등... 





저자도 인정하듯이 '소소하기 짝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에 2박 3일이나 3박 4일 가 있는 동안에도 마음만 먹으면 전부 할 수 있지만, 하루에 하나씩, 오로지 그 일만 해보니 의외의 발견이 따라오기도 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행운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소녀와 친구가 된다든가, 마침 먹고 싶었던 카레를 파는 가게를 발견한다든가. 천천히 걷는 즐거움, 우연이 가져오는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서두르지 않는 여행의 비결이자 매력이 아닐까. 





교토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에 관해 자세히 나와 있어 여행 가이드북으로도 제법 유용하다. 청수사나 금각사, 은각사 같은 유명 관광지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우지나 구라마처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교토의 인기 스폿 정보가 짤막하게나마 실려 있고, 교토에서 가까운 오사카, 나라 여행기도 담겨 있다. 


교토나 일본에 관심이 없어도 내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여행을 해보는 데에는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멋진 사진 찍는 법, 글 쓰는 법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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