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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평점 :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이후 맨 처음 착수한 일은 수도를 개경(지금의 개성)에서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이는 개경에 남아 있는 과거의 지배 세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든, 물이 풍부하고 교통이 원활한 한양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든 탁월한 선택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지금의 도쿄)를 수도로 정한 것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2018 나오키상 수상 작가 가도이 요시노부의 소설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에 따르면, 이에야스가 아직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하에 있던 시절, 히데요시가 이에야스에게 기존의 영주를 간토 8주(지금의 도쿄,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군마, 도치기, 이바라키)와 교체하라고 명했을 때 기뻐하는 가신은 아무도 없었다. 히데요시가 이에야스를 벽지로 내쫓으려는 수작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명령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은밀히 기뻐했다. 이에야스는 먼저 에도 일대를 흐르는 강줄기의 흐름을 바꿔 비옥한 대지를 창출하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어서 화폐를 주조해 에도의 유통 시장을 개혁하고 나아가 전국의 화폐를 자신의 화폐로 통일하는 화폐 전쟁에 돌입했다. 사람들이 점점 에도로 모이자 무사시노의 맑은 물을 에도 시내로 끌어들여 식수를 공급했다. 폐허나 다름없던 에도성을 증축, 보수해 지난했던 전국 시대의 종식을 선언했다.
소설의 각 장은 이에야스가 아니라 이에야스의 가신들이 이끈다. 겁쟁이라고 놀림받던 이나 다다쓰구는 겁쟁이라는 이유로 도네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큰 공사를 맡는다. 미천한 일꾼에 불과하던 하시모토 쇼자부로는 아첨하지 않는 언행을 인정받아 화폐 전쟁의 주역이 된다. 화과자를 잘 만드는 도고로는 남다른 미각 덕분에 에도 사람들이 마실 물을 찾는 임무를 떠맡는다. '투시안'이라는 별명이 붙은 채석업자 고헤이는 에도성 석벽을 쌓는 공사에 투입된다.
기존의 역사 소설과 달리 이 소설은 정쟁이나 치정(癡情)이 아닌 행정과 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에야스의 인재 등용 및 관리 기술, 정치 철학과 업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도 독특하다. 한국사에 조예가 깊은 독자라면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정도전이 새 왕조를 설계하던 시기의 우리 역사와 비교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