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에 내리는 비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백귀야행>으로 유명한 이마 이치코의 단편집 <민들레에 내리는 비>를 읽었다. 표제작 '민들레에 내리는 비'를 비롯해 '가능성의 문제', '각봉투보다 무거운', '천 개의 바늘이 노래한다', '어느 맑은 날에'까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렸으며, 다섯 편 모두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다(수위는 높지 않다). 





표제작 '민들레에 내리는 비'는 보험회사에서 조사원으로 일하는 모리모토가 술집에서 나이 든 영감인 줄 알고 집에 데려간 남자가 알고 보니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청년이라는 해프닝으로부터 시작된다. 며칠 후 모리모토는 보험 조사를 하기 위해 폭력단 두목을 만나러 갔다가 깜짝 놀란다. 며칠 전 영감인 줄 알고 집에 데려가 재워주기까지 한 청년이 폭력단 두목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자신이 폭력단 두목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대체 다 큰 아들을 무릎 위에 앉히는 아버지가 어디 있으며 아버지가 무릎 위에 앉으라고 해서 앉는 아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역시나 청년은 폭력단 두목의 아들이 아니라 보험금 사기를 치기 위해 고용된 연기자였고, 진실을 알게 된 모리모토는 청년에게 '다른 연기'를 해달라고 제안한다. 오래전 자신의 곁을 떠나간 조카를 연기해달라고 말이다. 





'가능성의 문제'는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미즈노가 게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신주쿠 2초메의 술집 앞에서 한 남자에게 데이트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사실은 아까부터 괜찮다 싶어서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어요." "아... 죄송합니다. 전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냥 일반인입니다." 거절당한 남자는 급히 떠나고 미즈노는 직장 상사의 뒤를 따라 약속 장소로 간다. 그곳에는 방금 전 미즈노가 거절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쿠노 요이치. 앞으로 미즈노가 담당을 맡을 작가다. 


정직원 채용이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남자 작가를 담당하게 된 미즈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이 밖에도 광고 회사, 이별 공작 전문 회사, 사립 여학교 등 직장이 배경인 작품이 주를 이룬다.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리지 않았다면 직업 만화, 성인 독자 대상 만화로 분류되었을 듯. BL 만화로 분류되기는 해도 성애 장면이 거의 없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을 그려서 BL 만화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가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섯 편 모두 (토요카와 에츠시를 닮은) 키 크고 안경 쓰고 무뚝뚝한 남자가 등장하고 그 사람이 반드시 자기보다 젊고 다정하고 배려심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재미있다(작가님의 취향을 알 것 같다 ^^). 어른스러우면서도 산뜻하고, 잔잔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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