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 1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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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초선 의원과 야당 당수가 열애 중이라면? 한국의 여당 초선 의원과 야당 당수가 열애 중이라고 상상하면 아찔하다 못해 끔찍하지만, 만화 속에서라면, 그 당사자가 영국 배우 못지않은 준수한 외모와 지성과 품격을 겸비한 남자들이라면, 적어도 일부 여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정치에 몰입할지도 모른다(적어도 나는 지금보다 몰입할 것이다 ㅎㅎ). 





<CIEL>, <Pure Crown> 등을 그린 임주연 작가의 신작 <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는 영국 의회를 무대로 한 신감각 로맨스 만화다. 벤자민 노엘은 여당인 보수당의 초선 하원 의원이다. 보수당 의원답게 부유한 집안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의원이 되기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탄탄하게 실력을 쌓았다. 지역구 활동에 충실하며 천천히 정계 경력을 쌓고 싶었던 그에게 어느 날 총리로부터 관저 회의에 참석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관저 회의에 입장한 노엘은 그곳에 내각 요인도 아니고 여당 의원도 아닌 야당의 당수, 그러니까 적장에 해당하는 토머스 카디날이 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총리는 연배도 비슷하고 한때는 학교도 같이 다닌 두 사람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면서 같이 성장해나가면 좋겠다고 운을 뗀다.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그날 저녁 함께 술을 마시고 같이 밤을 보낸다. 눈을 뜬 노엘이 비몽사몽으로 현관문을 열자 그곳엔 벌떼같이 몰려든 기자들이...! 야당 당수의 집 현관문에서 여당 초선 의원이, 그것도 맨몸에 얇은 이불 하나 휘감은 채 나온 모습을 기자들이 놓칠 리 없고, 기자들이 찍은 사진은 그날 하루 전 세계 언론을 장식한다. 





"총리가 되어서 나와 공개적으로 연인이 되겠습니까?" 


알고 보니 이 모든 일은 노엘을 차기 총리 후보로 만들기 위한 총리의 계략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고, 총리가 계산한 대로 하룻밤 사이에 급격히 인지도를 올린 노엘은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된다(실제로 여당 초선 의원이 야당 당수랑 사귄다는 이유로 차기 대권 후보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건 만화니깐요...). 무명의 초선 의원으로 지내다가 순식간에 정계의 중심에 우뚝 선 노엘은 그야말로 얼떨떨한 상태다. 


노엘에게는 얼떨떨한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19년 전 학교에서 만난 것을 끝으로 한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토머스 카디날을 다시 만난 것으로 모자라, 전에 비해 한층 멋있고 늠름해진 그의 공개 연인이 된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물론 노엘로서는 가슴 설레는 상황이지만, 총리의 계략에 응해 노엘에게 손을 내민 카디널은 과연 진심일까. 




만화도 좋아하고 BL도 좋아하고 정치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화와 BL, 정치가 삼합을 이룬 이 작품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부디 지금처럼 만화의 재미와 BL의 애틋함, 정치의 긴장감을 셋 다 놓치지 않은 상태로 전개되기를. 이 작품처럼 소재와 장르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국 만화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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