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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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얼마나 고생하는지 한국인만큼 잘 아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지난 정권을 옹호하거나 칭송하고, 스스로 적폐인 줄 모르고 또다시 적폐 지도자를 세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땅에 많이 남아 있다. 대체 이들은 왜 나쁜 지도자를 선호할까. 사람들은 왜 나쁜 지도자에게 현혹될까.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저자 베르벨 바르데츠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를 쓴 저자이자 심리학자이다. 36년 간 자존감과 대인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저자는, 최근 트럼프나 푸틴 같은 강경한 성향의 지도자가 선호되고, 극우 정당과 테러조직, 가짜 뉴스, 포퓰리즘 등이 기승을 부리는 현상이 개개인의 자존감, 특히 나르시시즘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은 대중의 찬사를 받는 인물에게 몰려든다. 그가 발산하는 광휘가 순간적이나마 우리에게까지 와닿아 우리의 자아존중감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에 대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느냐다. 자기도취적인 지도자와 상사, 혹은 배우자가 우리와 처음 대면했을 때 했던 약속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며, 최후에 우리는 빈손으로 버려지기 일쑤다. (9쪽) 


나르시시즘이란 정신분석학에서 자기애를 일컫는 말이다. 나르시시즘에는 긍정적 나르시시즘과 부정적 나르시시즘이 있다.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며, 자아성찰을 할 줄 안다. 외부의 비판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거부할 것은 거부할 줄 안다. 반면 부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낮은 자의식을 과도하게 부풀려서 행동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왜곡하여 판단한다. 외부의 비판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매사에 불안정하다. 이 책에서 나르시시즘은 주로 부정적 나르시시즘을 일컫고, 나르시시스트는 부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눈에 띄는 나르시시스트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낮은 자의식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고,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감추고 강점만 드러내려고 한다. 외부의 비판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나머지 CNN 같은 언론사를 적으로 돌렸고, 주변에는 자신과 입장이나 관점이 같은 사람만 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한다. 명문대, 일류 기업 등 최고만을 고집하고, 여성이나 이민자 등 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일삼는 것도 자존감 부족의 발로다. 


사람들은 보통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자신과 대비되는 짝을 찾는 경향이 있다. 수동적인 사람은 능동적인 사람을, 과시적인 사람은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사람을, 남성적인 '나르시시스트'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짝을 찾는 식이다. 자신이 충족시키지 못한 삶의 면면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일정 정도 대신 실천하게 만드는 것이다. (79~80쪽)


그렇다면 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고학력자가 많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같은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출현했을까. 저자는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존재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나르시시스트 리더에 끌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최근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오랫동안 있어왔던 일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남녀 관계다. 여성의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남성의 약속이나 아첨에 넘어갈 확률이 높다. 부모로부터 '나는 오로지 네가 내 기대에 부응하고 나의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채워줄 경우에만 너를 사랑할 것이다.' 라는 식의 양육을 당한 아이도 나르시시스트가 되거나 나르시시스트에 끌리는 성인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나르시시스트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포기하지 말고 침묵하지 말고 끊임없이 발언하고 행동하고 연대하고 지지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박근혜를 탄핵시킨 대한민국의 2017년 촛불 혁명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자기 안의 나르시시즘을 점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나르시시스트 국민을 토양으로 싹트고 자라난다. 자아존중감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여러 사람과 연대하되 그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는 말 것.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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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2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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