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채의 집 1
빗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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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양풍 판타지 만화보다는 동양풍 판타지 만화를 좋아한다. 그런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만화를 만났다. 아름다운 색을 띤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만화 <극채의 집>이다. 


깊은 산속에 색채가 넘치는 사원이 있다. 아름다운 색채는 사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에서 나온다. 이 나라의 국민들의 머리카락은 기본적으로 갈색이지만, 극히 드물게 선명한 색을 지닌 아이가 태어난다. 그런 아이가 태어날 경우 부모는 반드시 사원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 사원에서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정기적으로 잘라서 옷감을 만드는 직인이나 예술가가 사용하는 안료로 만든다.





사원에 모여 있는 아이들의 머리카락 색은 대체로 푸른색 계열과 붉은색 계열, 노란색 계열 중에 하나다. 가장 희귀한 색은 흰색과 검은색. 하지만 오랫동안 흰색 또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덕분에 파란색 머리카락을 지닌 텐란은 사원의 대표일 수 있었다. 사원의 대표는 머리카락을 잘라서 본존에게 바치는 역할을 한다. 내색은 안 했지만 텐란은 자신이 대표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검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카라스바가 사원에 들어온다. 이곳의 아이들은 대체로 철들기 전에 사원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카라스바는 철이 들고 나서야 머리색이 발각되었고 강제로 사원에 보내졌다. 텐란은 카라스바가 모두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사원의 대표까지 맡게 되어 화가 난다. 자신의 머리카락 색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알지 못하는 카라스바가 답답하다.





카라스바는 카라스바대로 어느 날 갑자기 머리카락 색이 발각되어 강제로 사원에 끌려왔으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카라스바는 하나뿐인 아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뜻에 따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로 이사 다니고 사시사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녀야 했으니 그 또한 쉽지 않은 삶이었으리라. 영문도 모른 채 화만 내던 카라스바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사원에서 하는 일을 익히고, 자신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깨달아 간다. 


머리카락을 기르면 나라에서 밥도 주고 집도 주고 평생 쓸 돈까지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은 팔자가 있을까 싶지만, 사원에 갇혀 머리카락만 기르고 다른 경험은 못한 채 꽃다운 시절을 다 흘려보낸다면 답답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할 것 같다(어떤 의미에선 아이돌과 비슷한 처지인 듯). 이들의 운명이 찬란해 보이기도 하고 야속해 보이기도 하고... 어느 쪽일지는 다음 이야기를 봐야 알 듯. 어서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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