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좌의 우르나 2
이즈 토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바 테츠야상 대상을 수상한 일본 만화계의 귀재 이즈 토오루의 신작 <총좌의 우르나> 2권이 출간되었다. 얼마 전 이즈 토오루의 단편집 <변경에서>와 <총좌의 우르나> 1권을 읽고 이즈 토오루의 세계관에 매료되었는데, <총좌의 우르나> 2권은 내가 반한 매력이 일순간의 환상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1년 내내 눈보라가 치는 섬 리즐. 현재 리즐은 패권국가 레즈모어 편에 가담해 적국인 에콜과 전쟁 중이다. 리즐에서 한참 떨어진 평화로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아 우르나도 리즐 군에 입대한다. 우르나가 군인이 되기로 한 건, 우르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이 전사한 까닭이다. 인간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게 망가진 시체를 본 순간, 우르나는 복수를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즐의 최남단에 위치한 케니티 기지 소속 저격수가 된 우르나는 입대 첫날부터 실전에 투입되고,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아군 병사가 적군에 의해 갈가리 찢기는 것을 두 눈으로 본다. 심지어 그날 밤 우르나는 아군 소속의 생태계 연구자 라트프마가 인간이 아닌 이형의 존재인 즈드와 몸을 섞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 바람에 우르나는 라트프마의 인질이 된다.





2권의 첫 에피소드 <신뢰>는 우르나가 고향인 트롭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르나는 고아임에도 '난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다.'라고 확신할 만큼 행복한 유소년기를 보냈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놀 때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우르나도 뛰어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우르나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 라트프마와 인간의 구강을 빼닮은 이형의 존재 즈드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두려워하는 우르나에게 라트프마는 "너희들은 환상과 싸워야만 하는 불쌍한 모르모트."라고 말한다. 추악한 건 즈드가 아니라, 즈드를 추악하다고 말하는 레즈모어인이라고 말한다. 레즈모어인의 말에 속아 전쟁터에 온 우르나도 예외는 아니다.





케니티 기지에 오기 전부터 즈드는 물론 에콜을 적대시했던 우르나로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우르나를 찾는 아군 병사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라트프마의 괴롭힘은 정도가 심해진다. 과연 라트프마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진실일까. 우르나는 무사히 라트프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전쟁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전쟁에 투입되어 총을 들어야 하는 우르나의 처지가 딱하다. 


한때는 SF 만화의 설정이나 맥락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SF 만화를 즐겨보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SF 만화의 매력은 독자가 설정이나 맥락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작가가 제시하는 단서를 따라가며 추측하고 스스로 줄거리를 짜 맞추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 <총좌의 우르나>는 그런 SF 만화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에 맞춤한 작품이다. 어서 3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