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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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과거에 잘 못했거나 하지 않은 일들을 후회한다. 어차피 일어난 일인 줄 알면서, 이제 와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나 자신을 탓하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판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넌 최선을 다 했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에서 70만 구독자에게 위로와 살아갈 힘을 주는 작가 흔글(조성용)의 에세이집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내게 그런 위로를 건네준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여러 빛깔의 감정들과 그 감정들에 얽힌 추억에 관한 글이 담겨 있다.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소설 같은 글 너머로 얼핏 보이는 저자의 얼굴은 참으로 따스하다. 


소홀했던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홀했다고 느낀 것들 중에는 

오히려 내가 열중했던 것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실제로는 소홀하지 않았지만 

내 역량이 부족해서 해내지 못한, 

그래서 소홀하다 느끼는 그런 일들. 


(114-5쪽) 


저자는 지나온 나날을 돌이켜보며 사는 일에도 사랑하는 일에도 배우는 일에도 소홀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저자만큼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배운 사람도 없어 보인다. 특히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속을 바꿔가며 김밥을 싸고,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입에 맞지 않는 마카롱을 꾸역꾸역 먹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혼자서 마카롱을 사 먹기도 한다니. 입맛이 바뀔 정도로 사랑하고도 소홀했다 말하는 가혹함이란. 


어쩌면 나도 저자처럼 열중한 일일수록 더 열중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지도 모른다. 자책하느라 지금 붙잡아야 하는 감정에 열중하지 못하고,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후회와 자책은 그만두고 온전히 현재에만 집중해야지. 괴로웠던 마음을 훌훌 털게 도와준 이 책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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