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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의 만화나 문학을 접하다 보면 반드시 듣게 되는 이름 중 하나가 미야자와 겐지다.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 <은하 철도의 밤>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은하 철도 999>에 모티프를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국내에 출간된 이와이 슌지의 소설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에도 <은하 철도의 밤>의 한 대목이 인용되었다.
높은 명성과 달리, 미야자와 겐지의 생애는 불우했다. 1896년 일본 이와테 현에서 태어난 미야자와 겐지는 농업학교 교사로 일하는 틈틈이 시와 동화 등을 집필했다. 생전에 <은하 철도의 밤>, <주문이 많은 요리점>, <봄과 아수라> 등을 비롯한 100여 편의 시와 동화를 썼지만,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에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고, 결국 미야자와 겐지는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다가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은하 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의 불우했던 생애를 그대로 투영한 듯한 작품이다. 주인공 조반니는 먼 곳에 일하러 간 아버지 대신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마을에서 은하수 축제가 열리는 날, 조반니는 축제에 가는 대신 어머니에게 드릴 우유를 받으러 동산에 올랐다가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올려다본다. 그때 은하수를 달리는 열차 한 대가 조반니 앞에 서고, 열차에 오른 조반니는 그 안에서 옛 친구인 캄파넬라를 만난다. 그리하여 조반니는 하룻밤에 걸쳐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조반니와 미야자와 겐지가 겹쳐 보였다. 조반니가 반 아이들에게 놀림당하고 인쇄소 직원들에게 무시당한 것처럼, 미야자와 겐지도 생전에 '하라는 전쟁은 안 하고' 몽상이나 하고 글이나 쓴다며 갖은 멸시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펜을 꺾지 않고 창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미야자와 겐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작품 속 조반니와 캄파넬라, 밤하늘과 은하수, 기차는 미야자와 겐지의 한숨이거나 눈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