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문제 -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
재키 플레밍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의 기능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일부러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진실을 폭로하고 풍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재키 플레밍의 <여자라는 문제>는 만화가 지닌 폭로하고 풍자하는 기능에 충실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남성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로 치환되고, 여성의 역사가 축소되고 삭제되고 은폐되는 과정을 고도의 유머로 소개한다.





아주 오래전, 그 시절에는 여자란 존재하지 않았다네.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여자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던 이유지. 

그 시절에는 남자만 있었고 상당수가 천재였어. 



저자는 '왜 역사 책에는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이야기를 펼친다. 옛날 옛적에는 여자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여자는 남자보다 두뇌가 작나? 여자는 남자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나? 그렇지 않고서야 역사 책에 죄다 남자만 나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저자는 능청스럽게 말한다. 


물론 역사 책에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남성들이 여성의 성취와 업적을 실제보다 줄이고 지우고 없앤 결과이지, 남성들이 말하는 대로 여성이 타고나기를 무식하고 게으르고 덜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남성들은 자신들의 어머니와 아내와 애인과 딸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더불어 그런 덜떨어진 자들의 아들이자 남편이자 애인이자 아버지인 자기 자신도).





장 자크 루소는 소녀들의 기를 어린 나이에 꺾어놓아야만 

남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자신의 본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을 일찌감치 고아원으로 보내버렸는데, 

이 역시 어릴 때 기를 꺾어놓기 위해서였지. 



저자는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활약한 당대의 과학자, 사상가, 예술가, 비평가(물론 전부 남성이다)들의 '여혐 발언'을 소개한다. 뛰어난 성취와 업적으로 당대에 영웅으로 칭송받았을 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도 천재로 이름을 올린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보고 있자니 기가 차다 못해 코웃음마저 나왔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애국지사들이 생전에 어떤 여혐 발언을 했는지에 관한 트윗을 읽었다. 해당 트윗에 따르면, 안중근은 '계집애들이 나한테 공손하지 않으면 욕을 퍼붓거나 팼다'라고 자서전에 썼고, 김구는 '아내가 몸을 팔아서라도 맛있는 음식을 들여줬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이봉창은 중국인 여자를 성매매했다고 했다. 

(출처 : https://twitter.com/nora1020/status/952745663845908480)


애국지사들의 여혐 발언에 대해 우리는 무작정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저들처럼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생각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을 만큼, 성차별의 역사는 뿌리 깊고 이를 바로잡으려면 그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교양인 입네 하는 남자들이 지닌 여성 혐오의 역사를 고발한 목적도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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