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트 패드 2 - 완결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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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여고생과 돈도 없고 가족도 없는 중년 남성의 몸이 뒤바뀐다면. 야마시타 토모코의 신작 <화이트 노트 패드>는 이런 파격적인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마흔 살의 자동차 정비공 키네 쇼고는 어느 날 갑자기 여고생 오다마키 하나의 몸을 얻자마자 열심히 살을 빼고 외모를 가꿔서 독자 모델로 데뷔한다. 젊음과 미모를 손에 넣은 하나는 자신을 '최강'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뒤바뀐 것을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여긴다. 


열아홉 살 여고생 오다마키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중년 남성 키네 쇼고가 되어 죽을 맛이다. 돈도 없고 가족도 없이 일 년을 기억상실증 환자로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는 우연히 오다마키 하나로 살고 있는 쇼고를 만난다. 하나의 몸으로 인기 독자 모델이 되어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키네 쇼고를 보고 하나는 절망한다. 몸이 뒤바뀐 결과 자신에게 남은 것은 늙고 추한 몸과 가난뿐이다. 하나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여기까지가 1권의 줄거리. 여기까지만 보면 몸이 뒤바뀐 사건이 (젊은 여성이 된) 쇼고에게는 행운이고 (중년 남성이 된) 하나에게는 불운인 것만 같다.






시간이 흐르고, 하나는 중년 남성으로 사는 것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쇼고는 쇼고대로 젊은 여성으로 사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는 남자들끼리 밥을 먹으면서 자신이 그동안 동경했던 남자들의 실체를 알게 된다. '만약 내가 나였다면 이런 얘긴 듣지도 못하고 이 사람들에게 두근거렸을지도 모른다.' 하나는 한때 남학생을 짝사랑하기도 했지만, 막상 남자가 되자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은커녕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진다. 


쇼고는 하나의 몸으로 시로타 유사쿠라는 남자친구를 사귄다. 쇼고는 남자인 자신이 그에게 시큰둥한 반면, 여자인 자신은 그에게 끌려서 미칠 지경이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지 못하고 유사쿠와 하룻밤을 보낸 몇 달 후, 쇼고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임신을 한 것이다.





쇼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 독자 모델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던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잃고 남자로부터 짐짝 취급 당한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성관계는 둘이서 했는데 책임과 고통은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하나는 하나대로 자신의 몸으로 사랑을 하고 임신까지 한 쇼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알지 못한다. 


과연 이 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누구의 몸과 인격으로 살아가는 편을 택할까. 이제는 나 자신을, 서로를 더욱 사랑할 수 있을까. 둘의 앞날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아쉽게도 작가는 2권에서 이야기를 끝맺는다. 하나와 쇼고에게 어떤 앞날이 펼쳐질지는 내 안에 있는 노트에 적어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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